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너는 남들 다 졸업하는 나이에 무슨 학보사를 들어가냐? 출근 문제로 기숙사에 올라와 따로 살던 내가, 학교에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아빠의 반응은 그랬다. 나도 그 생각에 적잖이 동의했던 건 사실이다. 그때까지도 공시를 볼지, 언론고시를 준비할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한 학기의 수습기자 생활이 끝나고, 어느새 방중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새로운 일에 슬그머니 익숙해지는 중이다. 어디서나 늘 띄어 쓰던 콜론(:) 표시를 습관적으로 붙여서 쓸 만큼.

수습 기간도 일로 본다면 본의 아니게 투잡을 뛰며 정신없이 살았던 몇 달의 기간에 끝이 보인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가을과 겨울. 사이에 서울과 본가를 몇 번이나 왕복하고, 이제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KTX 안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생각을 해본다. 나는 여전히 내일에 대한 확신은 없다. 올해 일 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도,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랜만에 또 정신없이 집중할 만한 일이 생겼다는 게 반갑다.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뭐든지 다 지나가야 비로소 확신을 얻는 느린 사람이라, 이번에도 일단 쓰는 걸 시작하고 봐야겠다.

정확한 사실을 정확한 언어로. 처음 신문사 입사를 위해 논술 시험을 볼 때 그런 표현을 적었다. 좌우명은 아니지만,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새기며 살아온 내 가치관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는 명확히 모르지만,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한 매 순간 내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그때그때 적확한 기록을 남겼으면. 아무래도 일기를 써야겠다. 언젠가 내가 쓴 기사와 일기를 함께 펼쳐놓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