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준혁 기자 (btino516@skkuw.com)

인터뷰 - ‘밀리의 서재’ 전솜이 매니저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구독제 채택해
 IT 플랫폼으로서 좋은 작품 알리고파
 

‘사피엔스, 역사의 역사, 말 그릇, 고양이, 넛지, 한 권 값에 다 봤지’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이 서로 읽은 책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밀리의 서재’ 광고는 자사 서비스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국내 최초로 전자책을 월정액 무제한 서비스로 제공한 밀리의 서재는 독서 플랫폼 계의 공룡으로 성장해 오디오북, 챗북, 유튜브 라이브 등 다양한 방법으로 2030세대의 일상에 독서를 권유하고 있다. 독서 플랫폼 계를 뒤흔든 밀리의 서재 독서라이프팀 전솜이 매니저를 만나봤다. 

밀리의 서재에 대해 설명해달라.
독서는 그 행위 자체로 일상 속에서 자신을 가꾸는 방법이다. 게임, 음악 등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독서는 일상에서 가볍고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 중요하다. 밀리의 서재는 각자 일상에 맞는 독서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려 한다. 

밀리의 서재는 원본을 요약·각색한 오디오북과 챗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적 콘텐츠에 익숙한 대학생 및 2030세대를 위해 등장했다. 이 세대의 특징은 소비자면서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로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을 살려 자신이 녹음하고 해설도 추가하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이라는 제작 툴이 출시됐다. 지난달 6일에 출시했음에도 하루 평균 120건가량의 오디오북이 게시되고 500건이 넘는 검수 요청이 들어오는 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검수된 콘텐츠가 3분 이상 재생될 경우 100원의 구독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챗북은 줄글을 친구들끼리의 SNS 대화 형태로 각색한 형태다. 책 속의 어려운 개념도 타인의 SNS 대화를 보는 것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 

밀리의 서재는 업계 최초로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자사에서 기획하고 제작한 ‘밀리 오리지널’ 작품은 두 달에 두 권의 종이책으로 출시된다. 구독자는 이 중 한 권을 선택해 배송받는다. 기존 서점에서는 고객이 수많은 책 중 자기가 읽을 책을 직접 골라야 했다면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는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선정하고 배송해준다. 해당 서비스가 제공하는 두 권 중 한 권은 ‘밀리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다. 이런 점은 독서 플랫폼인 자사가 출판사와 상생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도 폭넓게 소개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와 같은 기성 작가뿐만 아니라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홍준성 작가의 카르마 폴리스 등 다양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독제를 채택한 배경을 설명해달라. 
밀리의 서재는 월정액 독서 앱 중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약 1000곳에 달하는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서비스 초기에는 많은 출판사가 구독제 모델의 수익성을 신뢰하지 않았다. 기존의 전자책은 보통 단권으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독자의 책 이용 빈도에 따라 정산하는 방식이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밀리의 서재가 새로운 유통채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구독제를 이용한 새로운 독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목표 고객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종이책을 잘 읽지 않는 2030세대는 인터넷 결제에 익숙하고 넷플릭스나 멜론과 같은 구독제에 익숙하다. 구독제는 독서량에 따라 요금이 변동되지 않음으로 책 선정에 대한 고민을 해소해준다. 사람들은 책을 단권으로 구매할 시 ‘이왕 책값을 지불한 만큼 다 읽고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월정액을 이용하면 다양한 책들을 간단히 읽어보고 자신과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렇듯 구독제는 독서가 어렵다는 인상을 덜어준다.

독서 플랫폼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존 출판업계에서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정보는 출판사 혹은 베스트셀러의 매출이 전부였다. 반면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는 개개인의 독서 데이터가 누적된다. △독서 시간 △독서 연령층 △완독 비율 등 구체적인 정보를 데이터로 파악 가능하다. 독자는 앱을 통해 책 관련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밀리의 서재는 모든 책에서 ‘밀리 완독 지수’라는 데이터를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을 기준으로 사분면을 그린 그래프다. 지수를 통해 책의 독서 패턴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한 독서 콘텐츠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데이터의 활용 방식을 연구하고 자사만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밀리의 서재 사무실 전경
밀리의 서재 사무실 전경
ⓒ밀리의 서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