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수진 (waterjean@skkuw.com)

인터뷰-김진주 피스플래닛 대표

해양환경공단의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파악된 해양 쓰레기는 총 2207kg이며 유리의 배출량은 이 중 9%에 해당하는 199kg다. 이는 플라스틱과 목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유리는 배의 운항에 불편함을 주고 해양생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일으킨다. 이처럼 해양 쓰레기 처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해양 폐유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이 있다. 바다유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아트를 만들어내는 피스플래닛 김진주 대표를 만나봤다.

 

지구를 구하는 행성, 피스플래닛
“평화로운 공존의 별, 피스플래닛입니다.” 피스플래닛 김진주 대표가 회사를 소개할 때 쓰곤 하는 문구다. 이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음이 생기길 바라는 김 대표의 마음을 드러낸다. 김 대표는 최근 급증하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낀 사람들 중 하나다. 이들은 버려진 자원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을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재활용품을 부담감 없이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에 대한 김 대표의 답은 ‘바다유리’였다. 바다유리란 바다에서 바닷물과 파도, 모래 등으로 마모돼 둥글둥글해진 상태의 유리다. 김 대표는 “바다유리를 바다 보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며 “바다에서 구할 때마다 숨은 보석을 찾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바다유리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김 대표가 처음 바다유리를 접한 것은 2016년 서울시가 진행한 업사이클러 양성 교육에 참여하면서다. 평소 캐릭터 아트 상품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바다유리를 알게 된 후 이를 아트 상품과 접목한 바다유리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며 바다유리를 업사이클링 아트에 사용한 계기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병과 맥주병 등의 소비가 많아 주로 초록색, 갈색의 바다유리가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이러한 색의 범주가 한계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초록색 바다유리라도 모두 미묘하게 색이 다르다”며 “어떤 바다와 모래에 있었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고 바다유리의 개성을 말했다. 

이러한 매력을 지닌 바다유리가 업사이클링 아트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수집부터 세척, 제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 대표는 “△강릉 △부산 △인천 을왕리 인근 △제주도 등으로 바다유리 수집 여행을 간다”며 “주변 정리가 깨끗한 해변보다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해변에서 주로 수집한다”고 바다유리를 수집하는 장소를 정하는 기준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바닷가에 있는 유리 조각은 모두 수거한다”며 수집 단계의 제1원칙을 말했다. “그중에서 위험하지 않은 바다유리만 선별해서 아트에 활용한다. 그 외의 것들은 따로 분류해 바르게 폐기한다.” 한편 김 대표는 ‘자연 상태의 바다유리만을 사용한다’는 그의 신조에 따라 바다유리를 임의로 마모하지는 않는다. 그는 “드넓은 바닷가에서 정말 예쁘게 마모된 바다유리를 마주하면 환희를 느낀다. 아마 모든 사람이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랜 세월을 걸쳐 완전히 마모된 바다유리를 만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색을 위한 정성
수집한 바다유리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친다. 특히 바다유리의 세척은 청결 외에도 제품의 외관에 영향을 미친다. 표면에 남아 있는 염분이 제품의 색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바다유리가 워낙 오랜 세월 바닷가에 있었기 때문에 표면의 염분을 아예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 시간 공기에 노출된 바다유리 표면에 생기는 하얀색 염분 성분을 계속 만져주면 더 깊은 색을 낼 수 있다”며 세척 과정에 쏟는 정성이 중요함을 밝혔다. 세척과 살균을 마친 바다유리는 제작에 들어가며 완성된다. 김 대표는 “유리 전용 물감으로 각 제품에 맞는 캐릭터 그림을 그린 후 열처리 과정을 거친다”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리기 때문에 모양과 표정이 모두 다른 느낌을 낸다”고 설명했다.

바다유리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부르기를
김 대표는 “바다유리는 우리에게 지나간 것을 다시 보게 한다”며 인간에게 시사하는 점을 말했다. 버려진 물건에서 다시 새로운 쓸모를 찾는 것이 지나쳐버린 것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김 대표는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목표를 밝혔다. 그는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고, 가치를 더하며, 자연과 함께 모험하는 세 가지를 하고 싶다”며 환경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바다유리 캐릭터의 세계관을 구축해 에피소드 위주로 시리즈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사람들이 업사이클링 아트뿐만 아니라 쓰레기 없는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요즘 막연히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아졌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보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쓰레기를 줄이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피스플래닛 블로그에 기름병 마개 분리법, 천연 샴푸 만들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 사진은 피스플래닛의 '바다친구잇슈' 키링
위 사진은 피스플래닛의 '바다친구잇슈' 키링
ⓒ피스플래닛 제공
아래 사진은 피스플래닛의 바다유리 귀걸이
아래 사진은 피스플래닛의 바다유리 귀걸이
ⓒ피스플래닛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