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지윤 기자 (nanana@skkuw.com)

손실 없이 빛을 전달하는 유리 광섬유
광통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유리병에 편지를 띄워 소식을 전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에 유리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는 지하, 해저에 깔린 광케이블 네트워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고 있다. 통신뿐만 아니라 레이저, 센서의 형태로도 생활 곳곳에서 우리의 편익에 기여하고 있는 광섬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유리로 만든 광섬유
광섬유는 서로 다른 밀도를 가진 두 개의 유리로 만든 관 모양의 가는 섬유를 말한다. 광섬유는 빛이 전파되는 ‘코어’와 코어를 둘러싸고 있는 ‘클래딩’이 있는 이중구조로 구성된다. 광섬유의 이중구조는 전반사를 가능하게 만들어 빛을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여기서 전반사란 외부로 나가려는 빛이 섬유 내부와 외부 물질의 굴절률 차이로 인해 나가지 못하고 계속 반사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빛은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진행할 때 경계면에서 진행 방향이 꺾이면서 통과한다. 하지만 광섬유는 코어의 굴절률은 크게, 클래딩은 작게 제작돼 빛이 코어 내부에 갇힌 채 계속 반사되며 광섬유를 따라 전달될 수 있다.

광섬유는 전달되는 빛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야 해서 코어의 순도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고온에서 액체 형태로 제작하는 용융이 아닌 화학반응으로 불순물이 적은 광섬유를 제작한다. 작은 눈 입자가 쌓여 얼음이 되듯, 가스 형태의 미세한 유리 원료를 화학반응을 통해 클래딩 내부에 증착해 코어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열을 가하면 코어와 클래딩의 비율이 유지된 채 실의 형태로 광섬유를 얇게 뽑을 수 있다.
    
광통신, 정보를 빛에 실어 보내다
광섬유는 통신망의 핵심 요소인 광케이블로 활용된다. 광통신은 정보를 레이저 빛으로 변환해 광케이블을 통해 전송하는 통신 방법이다. 광통신에서는 다양한 정보들이 빛을 켜고 끄는 두 가지 조합으로 이뤄진 ‘펄스’로 표현된다. 펄스 형태의 광신호를 광섬유의 코어로 입사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광통신의 속도는 펄스의 초당 깜빡임 횟수를 나타내는 ‘헤르츠’ 단위로 표현되며 현재 광통신 속도는 수백만 헤르츠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원 송용원 박사팀은 기존의 기술보다 1만 배 빠른 기술을 개발해냈으며 현재 안전성 등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리로 된 광섬유는 구리 등의 다른 소재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으며 데이터 손실위험이 적다. 그리고 강한 내구성과 긴 수명에도 생산 단가가 낮아 전 세계 광통신망에 사용되고 있다. 

유선 기기뿐만 아니라 무선통신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역시 광통신용 케이블이 없다면 장거리 통신이 불가능하다. 무선단말기의 통신은 전송된 정보를 근처의 기지국 안테나가 수집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수집된 정보는 펄스로 바뀌어 광케이블을 통해 바다·대륙을 건너 수신자 근처의 기지국으로 도착한다. 2018년 아현동 KT빌딩 화재로 광케이블이 훼손되자 휴대전화와 카드 결제 단말기가 마비된 이유도 바로 무선단말기가 광케이블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레이저·센서로도 활용되는 광섬유
광섬유는 통신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활용된다. 광섬유로 제작된 레이저는 높은 에너지효율과 효과적인 열 발산이라는 장점이 있어 산업 현장 및 의료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산업 현장에서 광섬유 레이저는 기계의 절단과 용접에 사용된다. 또한 유연한 광섬유의 특성상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 정밀 가공과 반도체 등의 레이저 마킹에도 사용된다. 의료분야에서는 절개나 지혈, 미세수술 등에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한다. 안과는 라식과 같은 시력 교정, 피부과는 점과 흉터 제거, 치과는 충치 치료 등에 레이저가 활용되는 식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한원택 교수는 “광섬유 레이저는 계속 출력이 높아지며 기존의 고체 레이저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며 “최근 군사용 목적으로 광섬유 레이저를 해군 함정에 장착하는 등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광섬유는 빛과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한 역할에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센서로도 그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광섬유 센서는 광섬유의 외부 물리량에 변화가 가해지면 광섬유를 통과하는 빛의 특성이 변화한다는 점을 활용한 신호 검지 장치다. 기존의 센서에 비해 초정밀 광대역 측정이 가능하고 전자기적 잡음의 영향을 받지 않아 열악한 환경에서의 원격 측정에도 용이하다. 광섬유를 이용한 센서로는 광섬유 온도 센서와 광섬유 펜스 등이 있다. 광섬유 온도 센서는 온도에 의한 빛의 변화를 감지해 온도 측정, 화재방지 모니터링 등에 활용된다. 그리고 광섬유 펜스는 공항, 대사관 등 특수 보안이 필요한 넓은 구역에서 기상 악화와 전자기파 교란에 무관하게 침입자를 가려낼 수 있다. 

유리 광섬유로 유리해질 삶
광섬유 활용의 미래에 대해 한 교수는 “5G 이동통신망이 개설된 이후에도 더 빠른 6G 핵심기술의 연구개발을 향한 글로벌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나날이 발전하는 통신기술의 필수 요소인 광섬유 역시 미래의 6G 기술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맞춰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통신 분야에서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광섬유의 구조
광섬유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