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온 세상에 빛이 들게 하다
유리, 온 세상에 빛이 들게 하다
  • 이지원 기자
  • 승인 2021.02.22 21:45
  • 호수 1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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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유리는 필수불가결한 존재
환경을 고려한 유리 활용 기술, 활발히 개발 중

‘성균이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환기한 후, 물을 한 컵 마신다.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다. 외출 준비를 모두 마친 그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 평범해 보이는 성균이의 아침 일상이다. 짧은 아침 일상 속, 우리는 유리로 만든 물질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유리는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서 떼어내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으며, 더 나아가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활용돼야 할까?

유리란 무엇인가
흔히 사람들은 유리가 고체라고 생각하지만 고체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않다. 고체의 입자는 규칙적인 배열을 갖고 있는 반면 유리는 불규칙한 배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의 주성분은 이산화규소로 이는 규사나 규석에서 주로 얻는다. 이를 기본으로 석회석, 산화알루미늄 등 어떤 성분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유리를 제조할 수 있다.

유리의 제조는 고체 상태의 혼합원료가 열을 받아 액체가 되는 용융 과정에서 시작된다. 다음으로 성형 과정을 통해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로 만들고, 급속 냉각시킨다. 마지막으로 냉각된 유리를 수백 도의 온도로 올린 뒤, 다시 천천히 냉각시키는 서냉 과정을 거쳐 유리가 제조된다. 간단해 보이는 제조법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군산대 신소재공학과 김기동 교수는 “용융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기포가 발생하면 유리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유리의 결함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유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거울 △식기류 △창유리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특히 섬유 모양으로 만든 유리섬유는 플라스틱과 함께 섞여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야구장 관중석에 있는 의자가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과 유리
유리는 휴대폰, TV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두께가 약 0.5mm인 박판 유리는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인 LCD, OLED의 이미지 생성과 전달에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LCD에서 유리는 화면을 보호하기 위한 커버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터치 감지, *박막 트랜지스터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한편 기술의 발전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이 등장하자 박판 유리보다 10배 더 가는 초박판 유리가 개발됐다. 이는 0.05mm의 두께로 폴더블폰의 커버로 활용된다. 김 교수는 “초기에 사용된 플라스틱 소재 커버는 휴대폰 사용량이 많아짐에 따라 폴더블폰이 접히는 부분에 자국이 나 내구성이 떨어진다”며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강한 초박판 유리가 그 대체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초박판 유리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디스플레이 산업이 선도하면 유리는 그것에 맞춰나간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이 유리의 발전을 가져오고, 그것은 또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을 부르는 것이다.

일상을 넘어서 예술의 소재로도 활용되는 유리
착색과 성형이 용이한 유리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유리의 착색 방법은 기본적으로 유리 원료에 착색제 역할을 하는 화합물을 섞는 것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빨간 계열의 유리를 만들고자 할 때는 금을 섞어 나타낼 수 있다. 유리 착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유리 위에 도색을 하는 방법도 행해지고 있다. 남서울대 유리세라믹디자인학과 고성희 교수 “유리 위에 원하는 색을 도색한 뒤 가마에 구우면 완전히 착색된다”며 “이는 착색된 후에 긁거나 세게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리 공예품은 착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형 기법을 통해서도 완성된다. 대표적인 기법으로는 블로잉 기법과 램프워킹이 있다. 블로잉 기법은 *용해로 안에서 점성이 있는 액체 상태로 변한 유리를 파이프로 뜬 후, 불어서 공기를 주입해 모양을 만드는 기법이다. 램프워킹은 공예용 램프, 즉 공예용 토치를 이용해 성형하는 것을 이른다. 

착색과 성형으로 인해 만들어진 유리 공예는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성당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얇은 색유리를 이용해 모자이크 형식으로 납땜해 제작된다. 프랑스 파리의 생트 샤펠 성당, 샤르트르 대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유리와 환경, 서로 공존하기 위해
최근 환경을 고려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유리 역시 환경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유리병은 분해되는데 100만 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유리는 태울 수 없기 때문에 매립되는 쓰레기 중 하나다. 2018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종량제 방식에 의한 혼합배출’로 인한 유리류는 총 639.9톤 중에 404.1톤, 약 63.1% 정도가 매립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색의 유리를 제병 용도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와인병과 같은 해외 수입 유리는 많은 양이 없어 매립되고, 깨진 유리나 작은 유리 또한 재활용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이사장 이희철) 이창순 팀장은 그 이유에 대해 “가정에서 유리를 배출할 때 색상별로 배출하지 않고 한 번에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섞인 유리병들이 재활용 회수 회사로 넘어가면서 유리가 깨지고 섞이기 때문에 이를 색상별로 선별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팀장은 “‘제병 용도 이외의 타 용도 재활용’ 사업의 일환으로 유리를 모래알처럼 잘게 부숴 건축용도로 사용하도록 현재 소량씩 배출 중이다” 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오염 원인인 물질을 유리로 재활용하는 기술 또한 개발되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는 *중저준위 방사선폐기물을 태워 나온 재를 유리 가루와 섞어 유리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중저준위 방사선폐기물을 땅속에다 버리면 방사선에 오염된다”며 “이를 유리화하는 유리의 한 성분으로 들어가 유리로 재활용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인 납, 카드뮴 등이 포함된 도시 소각로에서 나오는 재 역시 유리화 해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고 교수는 “유리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사용될 소재”라고 언급하며 유리의 광범위한 활용을 기대했다.
 

*박막 트랜지스터=유리나 세라믹 기판 위에 증착 등의 방법으로 형성한 얇은 막의 반도체를 사용해 만든 트랜지스터.
*용해로=유리의 원료를 녹여서 액체로 만드는 가마.
*중ㆍ저준위 방사선폐기물=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미미한 폐기물.
 

램프워킹 하는 사진
램프워킹 하는 사진
ⓒ고성희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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