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여준 기자 (yjyj0120@skkuw.com)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로 수렴하는 성질 가져

전통적인 지표상으로는 과거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

 

경기 회복 기대감과 개인투자자 대거 유입으로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 이하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을 돌파했고, 해외 주가지수도 크게 상승했다. 지금도 증시를 향한 관심은 각계각층으로 확대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개 주요 증권사에서 신규 개설된 계좌는 723만 개에 달했다. 한편 주가 상승으로 세계가 버블(Bubble) 경제에 접어든 건 아닌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개인이 시장의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법은 무엇인지, 전문가는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알아본다.

 

터지고 나서야 버블인 줄 안다
버블이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급락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다. 주식시장에서 버블은 기업이 내재한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과대평가되며 생긴다. 한편 우리 학교 경영학과 김영한 교수는 “내재가치에는 미래의 기대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을 포함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측정하는 사람이 나름의 방법으로 계산할 수는 있지만 내재가치 측정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며 내재가치가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밝혔다. 주식으로부터 얻는 미래 수익이나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미래 현금흐름에 얼마의 할인율을 적용할지도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김 교수는 “따라서 추상적인 가치와 눈에 보이는 가격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는 엄밀히 말해 계산할 수 없다”고 버블 예측의 한계를 설명했다.

버블의 역사, 반복돼 온 투기와 급락
중앙일보 글로벌머니 강남규 팀장은 “어떤 버블이든 그 본질에는 시장 참여자의 활발한 투기가 있다”며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서 버블이 형성된다”고 버블의 발생 요인을 설명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한 최초의 버블로는 1820년대 영국에서 생긴 이머징마켓 투기 사태가 언급된다. 이는 영국 국채 수익률이 저조해져 투기꾼의 관심이 남미 채권과 광산으로 옮겨가면서 발생한 버블이다. 강 팀장은 “당시 투기 열풍은 뚜렷한 징조 없이 사그라져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며 “당시 공황 이후로 버블의 10년 주기론이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공황이 찾아오면 자산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생기고, 다시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약 10년 주기로 투기 열풍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편 강 팀장은 버블 붕괴의 원인을 대중의 심리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급등한 가격은 여러 경제 주체 중 더 많은 이가 동의하는 가격으로 조정되고, 그 가격은 객관적인 수치에 담겨있는 내재가치로 결정된다”며 내재가치가 버블 붕괴의 조건임을 설명했다.

버블이 붕괴한다고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강 팀장은 “버블 붕괴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려면 실물경제의 과잉이 필요하다”며 “재화가 과잉 생산되면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실업률이 급증하며 장기불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팀장은 “지금은 과거보다 경제 안전망이 훨씬 많이 확충돼 있다”며 “중앙은행 체제를 바탕으로 20세기에 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민간을 부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정부 부양안에 의해 *유동성이 확장돼 주가가 치솟은 적은 과거에 없었다”며 금융시장이 전에 없던 국면을 맞이했음을 시사했다. 지난 세기의 버블이 자유방임시장에 가까운 상태에서 발생한 만큼 현재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 팀장은 “금융시장이나 유동성이 정상화되는 데는 치열한 사회적 갈등을 동반한다”며 현재의 유동성이 낮아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적정 주가의 실마리, 재무제표에 들어있다
기업의 주가가 적절한지 파악하려는 대표적인 시도로 △PSR △PER △PBR이 있다. 세 지표 모두 분자는 주가로, 각각의 분모와 비교했을 때 주가가 얼마나 높게 책정됐는지 보여준다(그림 참고). PSR은 기업이 일정 기간 창출한 매출액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매출액에 대해 투자자가 지불하고 있는 가격을 보여주는 지표다. 예컨대 PSR이 2라면 투자자는 매출액 100원마다 200원의 가치를 부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PSR과 유사하게 PER은 주당순이익에 대해 투자자가 지불하는 가격을 보여준다. 한편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장부에 나타난 회사의 자본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보여준다. 김 교수는 “회사에 투입한 자본이 시장에서 평가되는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고 PBR을 설명했다.

각 지표에 적정 주가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수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세 지표 모두 적정 주가의 절대 기준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같은 업종에 속한 여러 기업의 평균 수치와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PER이나 PBR이 높다고 무조건 버블은 아니다”며 “미래 성장 여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세 지표가 높게 책정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버블 경고음 울리는 여러 전통 지표
개별 기업의 적정 주가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버블 여부를 판별하려는 지표 역시 여럿 존재한다.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버핏 지수다. 버핏 지수는 명목 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비율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를 간단히 보여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버핏 지수는 110%를 돌파한 상태다. 보통 버핏 지수가 100%를 넘으면 증시가 과열됐다고 진단한다. 2000년에 인터넷 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촉발된 ‘닷컴 버블’ 당시 버핏 지수는 130%였다. 시장의 과열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로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가 고안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yclically Adjusted PE Ratio, 이하 CAPE)이 있다. 이는 미국의 500개 대형 기업 주가를 보여주는 S&P 500을 기준으로, 주가가 지난 10년간 평균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준다. 1929년 미국 대공황 이전 CAPE는 27.08이었고,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에는 44.19로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 CAPE는 35.64로 과거 평균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다. 서강대 경제대학원(원장 곽노선) 김영익 교수는 두 지표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버핏 지수가 학계에서 쓰는 지표는 아니지만, 과거 열 번의 금융 위기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버핏 지수와 같은 전통적 버블 척도가 크게 높아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영익 교수는 “어떤 지표도 현재 자산 가치에 버블이 있다고 확정지을 근거는 되지 않는다”며 한계를 밝혔다.

코스피, 거대한 조정은 올 것인가
김영한 교수는 “현재 PSR, PBR 등 여러 지표가 과거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며 버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영익 교수 역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지나치게 확대돼 큰 폭의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전통적인 지표만으로는 주식에 반영되는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현재가 버블 국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메리츠증권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은 “재무제표나 전통적인 경기 척도로는 미래 산업의 잠재력을 포착하지 못한다”며 “금융시장이 과열돼 일정 기간 주가가 정체될 수는 있으나, 큰 가격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시장 과열과 버블을 구분하며 말했다

*유동성=금융 자산이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도. 통화량이 많을수록 늘어난다.
*주당순자산=기업의 총자산에서 △무형자산 △부채 △사외유출분을 제외한 장부상 순자산을 주식의 개수로 나눈 값.
 

 

로버트 실러의 경기조정주가지수 그래프. 1929년 미국 대공황과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과거 평균에 비해 크게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multpl.com
로버트 실러의 경기조정주가지수 그래프. 1929년 미국 대공황과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과거 평균에 비해 크게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multp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