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여준 기자 (yjyj0120@skkuw.com)

메리츠증권 이경수 리서치센터장

20여 년 전에 발생했던 닷컴 버블은 인터넷 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해 발생했다. 지금과 20년 전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가.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산업에 기대감이 부푼 나머지 어떤 사업이 성장성이 큰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예시로 유료 유선 전화가 무료 인터넷 전화로 바뀐다고 해서 어떤 수익이 생기진 않는다. 반면 인터넷 사용에 필요한 PC나 인터넷 자체를 개발해 실제 이윤을 창출한 기업은 버블 붕괴 이후로도 빠르게 회복했다. 요컨대 부가가치가 없는 사업을 진행한 기업에 투자 자금이 많이 몰린 것이 닷컴 버블이 생긴 원인이었다. 반면 최근 주가가 상승한 테슬라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5~6% 정도로, 미래에는 30%까지 커진다고 전망된다. 이처럼 성장성이 확실한 주식이 하락세에 접어드는 일은 없다.

지금의 IT 산업이 창출할 가치가 2000년대보다 훨씬 커졌다는 데도 차이가 있다. 당시 인터넷은 유선 연결이 필수였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던 기기도 컴퓨터로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선 인터넷으로 수많은 종류의 기기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산업의 종류도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다. 미래 산업의 부가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닷컴 버블이 발생한 1999년과 지금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민간과 정부의 부채 비중이 매우 커졌는데, 중대한 위험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민간이 부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되면 구조조정이 발생하며 경기가 침체된다. 그러나 지금 민간 부채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통해 상당 부분 뒷받침하며 부채를 대신 감당하고 있다. 정부는 스스로 떠안은 부채로 무너지지 않는다. 
실질금리는 흔히 시장금리라고 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금리를 뜻한다. 우리가 직접 체감하는 금리는 실질금리다. 즉 명목금리 상승에 맞춰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유도하면 실질금리가 감소해 정부 부채의 부담이 감소한다. 미국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점차 부채 비중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의 금리 상승이 유동성 감소로 이어져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을 뜻하므로, 주식시장에도 좋은 신호로 수용될 것이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

거시적인 경기순환 국면이 주식시장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는 성질이 있다. 경기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면 주가가 그에 앞서 오른다는 것이다. 통계청에서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예측할 때 쓰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 지표 안에 주가지수도 포함된다. 현재 주가는 지난해 3월 이후로 상승해 현재에 이르렀다. 다른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통계청은 우리나라 경기가 5월에 저점을 기록하고 현재 확장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현재 주가가 앞으로의 경기 확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데 있다. 코스피는 국내 일평균 수출액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유사하게 움직인다. 시중 통화량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현재 코스피는 수출 실적과 비교해 25%가량 고평가됐다고 계산된다.

한국의 경기 확장과 더불어 미국도 500대 기업의 순이익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큰 폭의 주가 하락도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경제 대공황에 이어 이번 팬데믹 사태까지 겹치며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했다. 그 결과 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 부채가,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기업 부채가 늘어났다. 한편 지금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 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한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안을 통과시킨 것에 더해, 중국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산 재화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이 전망된다. 물가는 경제 성장률과 금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와 금리는 반드시 동반 상승한다. 실제로 시장금리를 의미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2%에 접근하고 있다. 금리가 늘어나면 산적해 있는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의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 버블이 붕괴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는 국가별 주식 보유 비중을 정하는데,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한국 주식의 비중이 커져 그만큼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앞으로의 경기 동향을 예측하는 지표. 앞으로 일어날 경제현상을 알려주는 여러 수치를 종합해 산출함.
 

이경수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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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센터장 제공
김영익 교수
김영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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