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公共)의료인가, 아니면 공공(空空)의료인가
공공(公共)의료인가, 아니면 공공(空空)의료인가
  • 박다솜 기자
  • 승인 2021.02.22 22:09
  • 호수 16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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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코로나19 유행으로 논의 활발해졌지만 빈약한 체계 여전 
 ‘공공성’이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 잊지 말아야

 

지난달 5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병상 총량의 20% 이상을 공공의료 병상으로 확대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매입할 수 있게 하는 ‘공공의료 3법’이 발의됐다. 코로나19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짚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공공의료란 △국가 △보건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모든 국민이 양질의 공중보건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립·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 및 보건소 등의 공공보건기관을 통해 국가가 제공하는 모든 의료 활동을 뜻한다. 

공공의료가 필요한 이유는 의료 자체가 공공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다수의 의료기관을 민간이 운영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이에 대해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집이 없는 가난한 환자들을 모아 돌보기 시작한 것이 시초인 만큼 유럽의 병원은 공공의 의미가 강하다”며 “본디 의료는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영리적이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이가 평등하게 의료를 공급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의료는 꼭 필요하다.

공공의료는 무엇을 위해 도입됐을까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1989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된 지 11년 만이다. 참여정부 시기에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며 2005년에 정부 차원의 ‘공공보건의료확충 종합대책’이 발표됐고, 2016년에 들어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오늘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간 위주의 의료 공급이 이뤄지는 우리나라 의료계 특성상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 병원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지역 간의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공공의료는 국가적 감염병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작동하기도 한다. 지난달 4일 기준 59개소의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을 만큼 이러한 역할은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조 회장은 “41개에 불과한 공공의료원이 코로나19 환자의 80% 이상을 치료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불편한 현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공공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다. 이는 OECD 평균인 52.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며,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공공병상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OECD Health Statistics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4개다. 이는 1위인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지만, 이 중 공공병상은 10.2%로 꼴찌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이 71.4%인 것을 고려했을 때 확연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인력의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35개의 공공의료원 중 의사 인력이 부족한 공공의료원은 26개로 74.2%에 달했다.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의료취약지에 *필수의료 전문의를 최소 1명씩만 배치한다고 해도 공공의사가 약 260명이나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공의료기관이 대부분 적자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3년에는 진주의료원이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강제 폐업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원장 최병호) 나백주 교수는 “공공병원의 경우 지역사회에 대한 의료책임성이 높아 비급여 진료비가 민간병원보다 저렴하고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숙자 등 취약계층 환자들을 진료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비급여 진료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은 돼야 병원이 3%의 이익을 볼 수 있는데, 인천의료원의 경우 비급여 진료가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며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닌 공공병원에 시장 논리에 입각한 적자를 운운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의료기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코로나19 환자만 수용하고 일반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다보니 적자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설·장비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비용 청구 시스템도 정비되지 않았을 뿐더러 피해액을 전부 보상받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지원이 충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 회장은 “특히 지방의료원의 경우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 때문에 의료진의 과로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순천의료원에서는 의사 16명 중 절반가량인 7명이 그만뒀으며, 올해 1월 기준 전국 8개 지역 공공의료원에서 의료진 611명이 사표를 냈다. 전 정책국장은 “코로나19의 최전선인 공공의료기관에 인력 충원과 처우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공의료 발전계획, 무엇이 문제였나
지난해 7월 23일 공공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회를 열어 대대적인 의료정책을 발표했다. 

그중 가장 중점이 된 정책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원이다. 공공의대 설립의 경우 2018년에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2024년 개교를 목표로 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안으로 계획됐다. 학생들에게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하는 대신 10년간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게 해 공공보건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의대 정원 증원은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400명씩 늘려 10년간 총 4000명을 추가 선발하는 방안으로, 400명 중 3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이 골자다. 선발된 학생이 장학금을 받는 대신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반드시 지역병원에서 중증·필수의료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의료취약지의 의료인력을 확충하고자 했다.

이러한 정부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협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성명을 발표해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닌 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제도적 기틀을 다지지 않은 채, 단순히 인력을 증원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다”며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 폭증과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전국 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어 집단휴진을 전개했다. 

이에 당정과 의협은 지난해 9월 4일,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논의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협의체를 구성해 기존에 발표한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더불어 당정이 논의 중에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앞으로의 공공의료, 그 방향성
공공의료 강화를 역설하는 전문가들은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조 회장은 “특히 감염병 분야는 필수의료 중에서도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중요한 분야지만 전문의가 3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공공성을 띤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 나 교수는 “현재 의대의 기존 교육시스템은 대형병원 및 첨단병원에 알맞기 때문에 지역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공공의대를 권역별로 설립하고 현장실습 중심의 맞춤형 공공의학 교육을 실시해 우수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 회장은 “단순히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데서 그치면 공공의대를 졸업하고 근무할 곳이 없어 결국엔 민간병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의 확충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 수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의료 수가는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해 제공하는 비용을 말한다. 생명에 직결되지 않은 의료 서비스, 즉 비급여항목의 경우 의료 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가격을 의료공급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의료공급자 사이에서 의료 수가에 통제받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을 선호하고,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전 정책국장은 “의료취약지나 기피하는 의료 과목의 수가를 인상해 의사들에게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비급여를 통제하거나 기존의 지불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수가만 올릴 경우 환자가 지불하는 의료비만 증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조 회장 또한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에 얽매이지 않고 *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와의 절충안을 고려하는 등 진료비 지불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공공의료에 종사하며 보람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급여나 복지 등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나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충분히 자아실현과 자기발전을 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 및 연수 시스템을 강화한다면 공공의료영역과 의료취약지에서 일할 동기가 자연스레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쥐여준 또 하나의 기회
조 회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도 감염병전문병원 신설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등이 논의됐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9를 공공의료의 정상화를 위한 계기로 삼아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코로나19 이후 의료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나 비대면·원격진료 등이 주목받고, 정부가 감염병을 통제하는 주체로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를 미리 파악해 공적인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공공성이 담보된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의료서비스.
*행위별 수가제=△검사료 △시술료 △진찰료 △처치료 등 행위 각각에 가격을 매겨 병원비를 계산하는 방식.
*포괄수가제=△맹장수술 △백내장수술 △탈장수술 등 질병마다 정해진 금액을 내는 제도.
*총액계약제=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과 총액으로 계약을 맺어 일정 기간의 예산 총액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제도.

 

OECD 주요 회원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중
ⓒ보건복지부,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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