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일러스트 |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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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국회까지의 거리는 8.6km.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이 인권위에서 국회를 오가는 데 걸린 시간은 15년.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차별금지법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차별금지법이란 무엇인가 
지난해 6월, 제21대 국회에서 역대 8번째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차별금지법은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등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인 차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의 실현과 차별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어떻게 달라졌나?
현재 차별금지에 관한 법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이 있다. 또한 개별 법률안으로 △고령자고용촉진법 △비정규직보호법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존재한다. 기존 법안에 비해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 사유를 확장하고 간접 차별과 괴롭힘을 명시하는 등 차별의 법적 기준을 폭넓게 규정했다. 

현행 인권위법은 *조직법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대해 인권위 비상임위원인 법무법인 지평 임성택 대표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이 입법될 경우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자 일반법이 될 것”이라며 “이에 비교하면 개별적 차별금지법률은 *특별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권위법의 경우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만 가능하다. 반면 차별금지법은 △시정권고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등 인권위에 강제성을 지닌 권한을 부여한다. 동시에 차별금지계획의 수립과 시행 기간을 명시하는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의무를 강화했다. 

차별금지법 이모저모··· 관점에 따른 법리적 쟁점 네 가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매우 다양하다. 주요 내용으로는 △차별금지법의 적용 영역 △평등과 자유의 가치 대립 △종교의 자유 침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항목 등이 있다. 

법안에서 규정한 차별의 영역으로는 △고용 △교육 및 직업훈련 △재화·용역 등의 공급과 이용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 및 이용이 있다. 개인이나 단체의 사적 영역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조영길 대표변호사는 “해당 영역은 이미 확장해석될 만큼 광범위하고 법안의 특정 조목이 영역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행위도 법안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자유권과 평등권의 대립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특히 평등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조 변호사는 이를 “행위에 대한 평가도 차별로 본다”며 “다양한 차별금지 사유를 묶어 가치판단의 표현을 과도하게 금지한다”고 해석했다. 법적 제재로 인해 의견을 드러내지 못하면 개인의 양심 및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별금지와 자유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임 변호사는 “타인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설교나 선교 활동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조 변호사는 “종교단체 역시 해당 법안의 영향을 받는 단체에 포함될 수 있다”며 “신앙에 따라 행동했을 때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에 대해 다소 과열됐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현행법에서 종교의 자유는 일부 제한되기도 한다. 임 변호사는 “가령 카페와 같은 종교단체의 부속 시설에 특정 사유로 인해 입장을 금지하는 경우에는 차별에 해당하지만 예배 중 발생하는 차별적 발언은 제재의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항목에 대한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찬성 측은 평등권 침해의 측면에서 성별 역시 당연한 평등 사유의 하나이며 남성과 여성 외에 존재하는 제3의 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젠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발전하는 만큼 법 역시 이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해당 사유를 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관련 분야의 차별을 명시하자는 법적 의도가 있다”며 “가장 차별받고 배제되는 이들에 관한 항목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항목은 보편가치가 아닌 가치판단의 영역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조 변호사는 “해당 항목에 대한 비판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행위에 대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하고 사상과 가치관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을 향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
현재 헌법에서 규정하는 평등을 실현하는 데 있어 법률적 공백이 존재한다. 차별을 다루는 개별 법률의 규제 범위가 좁거나 부재하고, 법안끼리 서로 충돌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차별에 대한 포괄적 구제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현행 법률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차별에 대한 국민의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인권위가 발표한 ‘2020 차별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상당수가 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구체적 사례와 제재를 규율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이미 존재한다”며 “구체적인 문제에 대응해 법률이 제정되는 편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별금지법이 입법되면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차별 기준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차별에 대한 인지 정도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의된 후 인권위에 접수된 차별 진정 건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한 사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또한 차별피해자에 대한 법적인 구제 조치가 마련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경우 각각 평등대우법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이후로 사회적 약자들이 처한 상황이 제도적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분열 및 차별 양상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나 낙인효과 등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완치 후에도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회적 낙오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은 병력 등의 사유로 인한 고용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추후 이와 유사한 피해 상황을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별금지법,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한국 사회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법적 근거를 제시한다. 임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을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평등에 관한 논의가 한 단계 발전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긴 시간을 거쳐온 차별금지법이 과연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꾸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직법=인간 행위의 기초 또는 수단이 되는 조직에 관해 규정한 법.
*특별법=특정한 △사람 △사항 △지역에 한정해 적용하는 법.
 

차별금지법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