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비밀을 여는 바다의 열쇠, 물리해양학
지구의 비밀을 여는 바다의 열쇠, 물리해양학
  • 우수진 기자
  • 승인 2021.03.08 18:11
  • 호수 16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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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지우 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 김지우 기자 webmaster@


해수의 수온과 염류가 물리적 현상 일으켜
해양·대기 상호작용이 기후의 변동성을 키워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일상에서 느낀 피로감을 날려본 적이 있는가. 이는 바다가 없는 나라에 살았다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막상 바다에 관한 사람들의 학술적 이해도는 낮은 편이다. 기후변화와 같이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해양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다양한 해양학 분야 중 물리 연구의 장을 바다로 옮겨 온 물리해양학을 통해 바다가 기후와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바다의 물리학, 물리해양학 
물리해양학은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물리해양학에서 연구하는 물리 현상은 *엘니뇨부터 이상기후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더불어 물리해양학은 해양과 대기가 주고받는 영향에 주목해 기상학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물리해양학은 폭설 예보와 같은 기상 예측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진해일, 태풍 등의 자연재해를 관측하는 등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실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물리해양학은 과거에는 이론적 접근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이론적 접근은 해양에 적용할 수 있는 물리학적 법칙이나 수학적 이론을 적용해 해양 현상을 밝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바다의 움직임을 방정식으로 풀어서 예측하는 것이 해당한다.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박종진 교수는 “이런 접근은 해양 현상을 수학적으로 풀기 위해 여러 가정을 제시해 단순화한 것”이라며 “복잡한 특성을 지닌 해양 현상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후 컴퓨터가 발전하며 수치 모형을 통해 보다 폭넓은 연구가 가능해졌다. 기존에 사람이 풀기 어려웠던 방정식을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등으로 실측한 데이터를 수치 모형으로 만들어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해수가 움직이면 바다가 바뀐다
해양의 물리학적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해양의 대부분을 이루는 해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해수의 물리적 성질 중 하나인 염분과 수온은 물리적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한 요소다. 해수에는 염화나트륨, 탄산칼슘 등의 염류가 녹아있으며 해수의 온도는 대개 -2℃~30℃ 사이에서 변화한다. 수온은 해수의 특성, 해양 동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주며 특히 지구의 기후와 관련이 깊다. 그 예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대형 태풍인 마이삭과 하이선의 발생 원인은 북태평양 필리핀해역 해수 표층의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뜻한 해수면으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아 형성된 열대 저기압이 태풍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해수의 물리적 특성은 기후, 생태계 등 지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해수의 염분과 수온은 해수의 밀도를 변화시킨다. 해수 간의 밀도 차이는 해류를 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때 해류는 거의 일정한 방향과 속도로 발생하는 해수의 수평이동이다. 한편 해수의 순환은 원인에 따라 풍성순환과 열염분순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풍성순환은 바람에 의해 해수가 순환되는 현상을 말하며 해수면 쪽 해수가 이동하는 표층해류의 주원인이다. 열염분순환은 수온과 염분의 차이로 인해 해수가 이동하는 것이다. 열염분순환 역시 표층해류의 원인이 되지만 풍성순환의 영향력보다는 약하게 작용한다. 대신 심층의 해수가 순환하는 심층해류에는 열염분순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부경대 해양학과 김영호 교수는 “심층해류는 극지방 심층의 물이 적도로 내려오도록 해 지구 열평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표층의 풍성순환만으로는 부족한 열 수송량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쌓여도 문제, 흘러가도 문제
심층이나 대양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해수의 움직임은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연안에서는 해수의 움직임을 비롯해 염분, 수온의 분포 변화를 활발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연안에서 주목하는 물리작용은 용승과 침강이다. 심층의 물이 표층으로 솟아오르는 용승과 표층의 물이 저층으로 내려가는 침강이 발생하며 표층수와 저층수를 혼합시킨다. 또한 연안은 대양에 비해 강한 조류를 보인다. 조류는 밀물과 썰물로 인한 해수의 주기적인 흐름이다. 수심이 3~4천 미터에 달하는 대양에 비해 연안은 수심이 매우 얕은 편이다. 따라서 같은 양의 물이라도 대양에 위치할 때는 미미하지만 연안에 있을 때는 큰 영향을 미친다. 대양의 물이 얕은 연안으로 밀려들어 올 때 해수면이 갑자기 높아지며 강한 조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연안은 해양 환경오염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남·서해안은 얕은 수심, 긴 해안선과 함께 많은 도서로 둘러싸여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로 인해 남·서해안은 바람과 해류의 영향을 적게 받아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못하고 머무른다. 게다가 갯벌이 많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그대로 체류해 배출이 지연되는 측면도 있다. 반면 동해안은 비교적 해안선이 단순하고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해류가 많기 때문에 오염물질의 축적이 적다. 그러나 오염물질의 축적이 적은 것이 환경오염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연안에 쌓인 화학 오염물질,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동해의 해류를 따라 대양으로 이동하면 전 지구적인 측면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안의 산업폐기물, 해양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도록 제반 시설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떨어질 수 없는 해양과 대기
해수의 움직임 외에 해수와 대기의 상호작용 역시 해양의 중요한 물리현상이다. 해양과 대기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지닌다. 해수에서 증발된 물은 공기 중에 섞여 대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물이 공기에 비해 비열이 높아 기온의 상승 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해양과 대기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영향력은 시간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가열과 냉각이 빠른 대기에 비해 해양은 비열이 높은 물로 구성돼 온도의 변화가 완만하다. 따라서 단기간의 기후를 예측할 때 해양은 거의 변화하지 않는 고정 조건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온도 변화를 관측해야 하는 기후 예측에서는 해양이 유의미하게 변화해 관측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급작스러운 폭설이나 이상기온과 같이 최근 기후의 변동성이 커진 원인도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해양의 수온이 올라가면 해수 순환 양상에 변형이생긴다. 기존에는 심층으로 차가운 물이 유입되고 그 위의 중층에 덜 차가운 물이 유입됐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심층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차가운 물이 줄어들자 중층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많아져 전체 해양에서 중층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이에 박 교수는 “중층수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해수에서 이러한 특징을 가진 중층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기후의 변동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데이터의 양적·질적 발전이 물리해양학의 과제
오늘날 물리해양학의 주요 과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다. 해양 연구의 재료가 되는 해양 데이터 확보는 물리해양 연구의 저변 확대와 신뢰도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고정 지점에서 해양 환경의 변동을 기록하는 해양과학기지, 장기간 바다에 머물며 해양 관측 정보를 수집하는 해양로봇 등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과 더불어 수집한 데이터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여러 관측법으로 수집된 데이터끼리 비교·분석하는 교차검증을 통해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가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엘니뇨=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

2018~2020년 간 북서태평양 필리핀해의 평균 표층수온 변화
2018~2020년 간 북서태평양 필리핀해의 평균 표층수온 변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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