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영 기자 (kimkty0816@skkuw.com)

 

인터뷰 - 최재원 작가

부캐는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길
도전하는 마음으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해

 

사이드 프로젝트는 ‘부캐를 생성해 생업과 병행하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는 인생의 리스크가 없는 투자로,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내 안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로 인생을 그려나가는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의 최재원 작가를 만나 그의 부캐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원래 본업은 음반 기획사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자로, 주말에도 바쁘고 직장 밖을 벗어날 여유가 없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재단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갈증이 생겼던 것 같다. 직종을 바꾸는 선택지도 고민해봤지만 새로운 일을 찾아 쏟아부을 에너지가 없었다. 더군다나 경제적인 이유로 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색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하여 일상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가진 부캐는 무엇이었나. 
첫 부캐는 외국인 여행객을 받는 호스트였다. 처음에는 자취방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작은 방을 만들어 여행객을 받았다. 작고 열악한 공간이었지만 투숙객들은 꾸며지지 않은 숙소의 분위기를 오히려 더 좋아해 줬다. 본업을 소화하면서 매일 체크인을 받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숙박 기간을 최소 일주일로 길게 잡는 대신 가격을 할인했다. 그런데 시간은 많고 예산이 부족한 여행객들에게 이러한 시스템이 제격이었다. 내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친구들이 좋은 후기를 남겨줬고 그 결과 에어비앤비 코리아 인기 호스트 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삶의 변화가 있었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열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여행객들이 숙소를 방문한 덕분에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에 시달리는 동안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갈증이 항상 있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갈증이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시기에는 낯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나의 탈출구였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현실에서 쌓인 고민을 나눌만한 편한 상대가 없었는데, 오히려 숙소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들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만나게 된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인관계에 자신감도 생기고 에너지를 되찾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던 중 독일인 여행객에게 ‘라이프쉐어’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다. 커뮤니티 치유 활동의 일종인 라이프쉐어는 낯선 사람들과 고민을 털어놓고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를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라이프쉐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 내 작은 숙소에서 나누던 깊은 대화가 두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의 주제가 된 것이다. 

라이프쉐어 모임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는 처음 만나는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고 삶의 힌트를 얻기도 한다. 이곳에서만큼은 어떤 고민이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상대의 고민을 평가하지 않고 유쾌하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라이프쉐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직장인들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모임 안에서 나이는 공개하지 않는다. 친구처럼 말을 놓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깊이 존중하기 위함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망설이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캐는 자신에 대한 새로운 증명이다. 가지 않았던 길을 찾아 여행하고 싶은 마음, 무언가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부캐를 통해 충족할 수 있다. 숨어있던 자신의 모습을 바깥으로 끌어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학생이나 직장인과 같은 특정한 역할로 고정된 삶을 살아가는데 부캐는 그러한 일상에 반짝거리는 변화를 준다.

처음부터 이상적인 캐릭터와 목표를 설정한다면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실패해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면 좋겠다. 본업이 실패할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는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확장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최재원 작가 제공
ⓒ최재원 작가 제공

 

ⓒ알라딘 캡쳐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표지.
ⓒ알라딘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