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준혁 기자 (btino516@skkuw.com)

인터뷰 - 이반스포츠 이영중 대표

축구팬들에게 이적시장의 향방은 결과만큼이나 흥미로운 주제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가 좋은 조건에 타팀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고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이반스포츠의 이영중 대표는 2002년 월드컵의 스타 플레이어를 다수 배출했고 현재는 프랑스의 FC지롱댕 드 보르도(이하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골잡이 황의조 선수의 에이전트로 알려져 있다. 이영중 대표를 만나 1세대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그의 축구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렸을 때는 어떤 직업을 꿈꿨는가.
어린 시절에는 축구선수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대학생 때까지 선수생활을 했으나 결국 포기했고 대학 강사, 코치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1994년에 FIFA 에이전트 라이센스 제도가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축구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접해보지 않은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도전했죠. 당시에는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생소했어요. 그때의 한국은 2002년 월드컵 개최및 한국 축구의 국제화를 위해 축구 관련 전문가 양성에 관심이 많았어요. 협회에 연락하자 국제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 덕에 2년 만에 라이센스를 획득해 스포츠 에이전트가 될 수 있었죠.

스포츠 에이전트는 어떤 직업인가.
스포츠 에이전트가 담당하는 업무는 많지만, 선수가 이적할 때 한 선수의 권리를 위임받아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역할이에요. 에이전트와 구단이 협상을 통해 적절한 이적료를 합의하면 이적이 진행돼요. 이때 발생하는 이적료의 일부를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로 지급하게끔 하는데 이를 에이전트 피(agent fee)라고 해요. FIFA에서는 10%를 에이전트 피로 권장하고 있는데 에이전트는 이를 통해 수익을 얻어요. 다양한 상황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맺도록 협상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선수와 구단 모두 경험했고 양측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있어요. 축구계에서 일했던 경험이 에이전트 생활에 큰 도움이 됐죠.

선수의 이적은 어떠한 과정으로 이뤄지는가.
이적은 협상을 통해 새로운 구단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해요. 선수를 사려는 구단이 선수의 에이전트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도 있고 선수가 속한 구단으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어요. 협상이 시작되면 구단이 제선수를 얼마나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선수를 사려는 확신이 있는지 혹은다른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야 해요. 특정 포지션에 급하게 공백이생긴 탓에 구단이 임시방편으로 선수를 구매하는 것인지도 확인해야 좋은 조건에 보낼 수 있어요. 그래서 구단의 상황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저는 선수에게 조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줘요. 최종 의사결정은 선수의 몫이죠.해외 이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지금까지 해외에서 활동하고 협업할 때 만났던 업계 관련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시장의 정보를 얻어요. 이렇게 구단에 필요한 선수의 유형을 파악하고 선수를 소개해주며 계약을 진행해요. 이러한 방식으로 유럽에 진출했던 선수가 김보경 선수예요.당시 카디프 시티 FC의 감독이 김보경 선수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였고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창의적인 패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죠. 그 덕에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에이전트의 고객은 구단이에요. 그렇다면 에이전트는 당연히 구단이 필요로 하는선수를 스카우트해야 하죠. 이적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단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네트워크를 통해 좋은 선수를 추천받아 각 구단에 어울리는 선수와 계약해요. 2015년에 계약한 미하일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해요. 자사와 함께하며 수원 삼성블루윙즈에서 뛰었던 마토는 은퇴 후 현재 U-20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고 있어요. 그의 추천을 통해 미하일을 소개 받아 계약했어요. 미하일은 현재 크로아티아의 유망주로 잠재력이 기대되는 선수죠. 대부분의 스카우트는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돼요. 선수를 선발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는 뽑지 않는 거예요. 모든 선수가 그렇진 않지만, 지금까지 많은 선수들을 봐오며 경험한 바로는 어린 나이에 얻은 1등의 자만심이 성장에 방해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선수는 관리도 어렵고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죠. 1등이 아니더라도 겸손하고 인품이 좋은 선수가 결국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어요.

1세대 에이전트로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선례가 전혀 없어 막막했죠. 외국의 계약 사례를 참고하자니 각국의 스포츠 환경이 너무나 달랐어요. 그리고 한국 축구 문화 자체가 미성숙했던 당시에는 에이전트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해 에이전트 피를 아까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선수의 성장과 이적을 위해 들인 노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사실 국내 선수들의 에이전트 피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이적료의 10%인 에이전트 피로 1억원을 벌기 위해서는 10억원의 이적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국내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선수는 드물죠. 제가 2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선수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의 육성과 이적에도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현재 상하이 선화에서 뛰고 있는 요니치 선수가 그런경우죠. 요니치 역시 추천받아 계약한 선순데 이적료만 200만 유로에 연봉이 150만 유로예요.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는 이적 시 계약 규모도 크고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더 적은 편이에요. 국내 선수는 병역문제만 해도 관리해줘야 할 사항이 많아요. 해외 이적이 이뤄지면 팀장급 인원을 2년 정도 교육해 선수와 함께 보내 외국 생활을 돕도록 해야 해요.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다보니 해외시장으로 시선을 넓힐 수밖에 없었죠.

J리그 커넥션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3년 간 일본을 오가며 네트워크를 확장해 J리그에 국내 선수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J리그는 좋은 선수와 인프라를 가진 큰 규모의 리그예요. 자사는 유상철과 홍명보 등의 선수를 필두로 많은 선수를 1998년 월드컵 전에도 J리그로 이적시켰어요. 물론 몇몇 축구팬들은 일본에 선수를 팔아먹는다며 비난을 하기도 했죠. 그러나 대구에서 일했을 당시 비행기를 타고 와 1시간씩 저를 기다려 계약한 선수들을 보면 J리그 커넥션은 선수들에게 큰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경력 덕에 △안정환 △유상철△이천수 △황선홍 등 2002년 월드컵 스타들을 많이 데리고 있을 수 있었어요.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은 에이전트로서 어떠한 의미를 가졌는가.
2002년 월드컵은 저뿐만 아니라 에이전트 업계 전체에서도 큰 변동의 계기가 됐어요. 2002년 월드컵 이후 스포츠 기자 출신 에이전트들이 많이 생겼고 이에 따라 선수들 역시 활발히 움직였어요. 2002년 월드컵 멤버의 85%를 데리고 있었던 저는 특히주목을 많이 받았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규모의 행사를 소화해야 했어요. 에이전트 일을 하다 보면 △구단과의 업무협약 △마케팅 관련 자료 △이적계약 △이적 제의 내용 등 엄청난 양의 자료를 관리해야 해요. 그래서 그때를 기점으로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처리 방식에 변화를 줬어요. 별도의 전산팀을 꾸려 회사의 전산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했어요. 물론 성과가 단기간 내에 나진 못했지만, 오늘날 누리는 업무의 효율성이 당시 전산화로부터 시작된 셈이니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봤죠. 전산화와 함께 회사의 세대교체도 시작됐어요. 선수와 직원 모두 젊은 세대 중심으로 회사를 개편했어요.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 선수가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데 이적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황의조 선수의 전 소속팀인 일본의 감바 오사카와 의견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감바 오사카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데다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있는 주전 공격수를 잃고 싶지 않아 했어요. 게다가 J리그의 타팀에서 황의조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보르도보다 높은 금액을 불렀어요. 유럽 진출을 원했던 황의조 선수와 달리 주전 공격수를 새로 영입해야 하는
감바 오사카는 보르도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주는 팀과 이적 계약을 체결하려 했어요. 여러모로 황의조 선수가 보르도로 이적하는 게 감바 오사카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겠죠. 협상의 진전이 미미하자 보르도는 결국 구단과의 협상 없이 *바이아웃 조항을 행사해 황의조 선수를 영입했어요. 유럽 진출을 꿈꾸는 황의조 선수는 결국 보르도로 이적했지만 저는 감바 오사카라는 거래처를 잃은 셈이었죠. 계약한 선수가 성장해 국가대표 선수가 되거나 유럽의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을 때 에이전트로서 가장 뿌듯해요. 18세에 계약한 황의조 선수는 오늘날 어엿한 국가대표
공격수가 됐고 보르도에서 뛰며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어요.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죠. 분명 유럽 빅리그에서 통할 실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구단까지 진출하면 좋겠어요. 저번 시즌에는 측면 공격수로 뛰다가 이번 시즌에는 중앙 공격수로 나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는데 더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에이전트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에이전트를 꿈꾼다면 모리뉴 감독과 호날두를 보유한 슈퍼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할 거예요. 저 역시 조르제 멘데스의 회사, 제스티푸테와 협업하는 동안 전 세계 리그의 경기를 분석하고 세계적인 유망주를 발굴하는 역량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나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기보다는 스스로 에이전트 일을 즐기며 시작해야 해요. 물론 한국 시장에서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살아남기 힘든 것은 사실이죠. 그럼에도 에이전트의 매력은 불확실성에 달려있어요. 자신의 직무를 즐기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대박’의 기회가 와요.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규모의 대박 말이죠. 기회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면 조르제 멘데스와 같은 슈퍼 에이전트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믿어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열정적으로 일에 임해야 해요.


*바이아웃=스포츠 특히 프로축구에서 선수와 구단이 입단 계약을 맺을 때 특정 금액을 정해 놓고, 이 금액 이상을 지불하는 구단이 있으면 소속 구단과의 협의 없이도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 조항.
*UEFA 챔피언스리그=유럽 최상위 축구 리그의 가장 우수한 축구 클럽들을 대상으로 유럽 축구 연맹이 주관하는 클럽 축구 대회. 
 

이영중 대표.
이영중 대표.
​​​​​​​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
FIFA 에이전트 라이센스.
FIFA 에이전트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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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골 사진.사진 I 이지원 기자 ljw01@
황선홍 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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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니치 사진.
요니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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