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상황 속에서도 게임 산업은 비교적 그 풍파를 덜 맞은 쪽에 속한다. 아니,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한 국민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으며, 이용 시간이 매우 증가한 이용자 또한 가장 많았고, 게임에 지불하는 비용 또한 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뿔이 났다. 그것은 소의 해를 맞아 갑자기 솟아난 뿔이 아니라 이전부터 점점 그 크기를 키워오고 있던 것이었다. 극소한 확률의 ‘대박’을 위해 계속 결제를 하게 만드는 확률형 아이템이 그 원인이다. 2004년 게임회사 넥슨이 일본 메이플스토리에 출시한 것으로 처음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의 결제 욕구를 효과적으로 자극해 게임회사들의 주요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의 사행성을 부추겨 이용자들을 효과적으로 게임 중독, 아니 도박 중독으로 빠트리기도 했다. 이는 게임 산업에 건강하지 못한 문화가 형성되는 지름길이 됐다.

그런데 그 극소한 확률조차 믿으면 안 된단다. 그동안 자율규제에 맡겨졌던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는 법제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게임 시장의 큰불이 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넥슨의 RPG 게임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아이템으로 시작된 불은 게임 시장 전반에 확률 조작 문제와 불투명한 게임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뿔난 이용자들은 앞다퉈 게임회사로, 국회로 트럭을 보냈다. 게임회사들은 이러한 이용자들의 쇠뿔을 단김에 뺄 수 있을까?

글쎄, 현재 상황으로서는 힘들 것 같다. 이용자들의 뿔이 돋아난 이유는 비단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 아니라 이로 대표되는, 게임회사가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수년에 걸쳐 쌓아 올려진 게임회사와 이용자 사이의 사나운 말로 더러워진 게임 문화는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사태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물론 이용자의 결제 태도가 불량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제를 위해서는 회사와 소비자의 신뢰 관계가 앞서는 건강한 게임 문화가 우선돼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제 건강한 공론장과 그곳에서 이뤄지는 비평, 그에 대한 의견 수용이 아닌가 싶다. 넥슨은 오는 4월 고객 간담회를 개최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간담회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관심을 멈추지 않는 것 정도겠다. 이것은 게임 업계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슈에 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다가 발견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무료 간행물 <게임은 게임이다>에서는 게임과 게임 문화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런 지면들과 게임문화포럼 등의 공적 토론장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진다면, 그리고 그를 수용한다면 게임 문화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흑우를 다시 잃지 않으려면 좀 더 쾌적한 외양간이 필요할 것이다.

 

손민정 부편집장0614smj@skkuw.com
손민정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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