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혜원 기자 (nanchoc09@skkuw.com)
일러스트 I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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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바이러스 침입에 대비하도록 면역체계를 훈련시키는 백신
다양한 전망을 가지는 백신, 그에 맞는 인프라 확충도 필요해

빌 게이츠는 2015년 TED에서 “전염병 확산은 전시상황이며, 인류가 앞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미사일이 아닌 미생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의 상황과 정확히 들어맞는다. 오늘날 우리는 바이러스라는 투명 탄알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이러한 전시상황에서 바이러스를 막아줄 방패로 대두된 백신에 대해 알아보자.

백신, 면역체계의 선행 학습을 돕는다
백신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해 후천성 면역을 갖게 하는 의약품이다. 백신은 인체가 미리 항원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백신은 병원체 자체나 독소를 미약하게 만든 병원체를 인체에 주입해 유발한 체내 항원과 항체의 반응·기억을 통한 방어 작용을 원리로 한다. 이때 항원은 숙주 개체 안에 항체를 생성해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분자로, 세균 및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이 해당한다. 항체는 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병원체가 침입하면 신체를 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이때 항체는 병원체인 항원의 결합 부위에 딱 맞게 결합해 항원을 처리한다. 이처럼 항체는 항원을 만나면 대처하는 방법을 체내에 각인해 나중에 같은 병원체가 몸에 들어와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살아있는 병원체와 죽은 병원체 모두를 활용하다
백신은 제조과정에 따라 균체 백신, 핵산 백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균체 백신은 병원체 자체에 약간의 조작만 가해 사용하는 백신이다. 이는 가장 오래된 백신 제조법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백신이 이 방식으로 제조된다. 균체 백신은 병원체의 생명력에 따라 생백신과 사백신으로 분류한다. 생백신은 독소를 약화한 병원체를 투여해 체내에 병원체에 대한 방어력을 만드는 백신이며 사백신은 죽은 병원체로 만드는 백신이다. 생백신은 자연적인 감염과 작동기제가 매우 유사해 오랫동안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그러나 동시에 생백신은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지닌다. 살아있는 병원체로 인해 체내에 또 다른 병원체가 생겨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죽은 병원체를 이용하는 사백신은 질병이 발생하거나 체내에 병원체가 활성화될 위험성이 없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높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면역반응이 낮고 지속기간이 짧아 기본적으로 2회 접종을 시행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세포 안의 핵과 세포질 안에 핵산을 주입하다
한편 유전자를 활용해 기존 백신의 한계를 넘으려는 백신도 있다. 바로 핵산 백신이다. 핵산 백신은 바이러스의 DNA, *RNA 등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인 핵산을 인체에 넣는 백신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바이러스 바깥에 돌출된 돌기 형태의 단백질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할 때 쓰인다. 이러한 핵산 백신은 다시 DNA 백신, RNA 백신으로 나뉜다. D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병원체인 박테리아의 DNA에 삽입하고, 이 DNA를 인체 세포 안의 핵에 주입하는 백신이다. 유전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병원균의 항원을 직접 투여하지 않아도 투여한 효과를 낸다. 또한 DNA 백신은 기존 백신에 비해 불순물이 침투할 가능성이 작고 생산과 보관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인체에 주입된 유전자가 변이되거나 암이 발생하는 등 새로운 질병이 유발될 수 있어 아직은 임상 단계에 있다. 

한편 RNA 백신은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세포질 안에 주입한 후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이는 균체 백신의 항원 대신 *mRNA 성분을 주사함으로써 체내에 항원을 생성해 인체 면역체계가 해당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RNA 백신은 제조기간이 짧아 단기간 내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단백질과 같은 물질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 RNA 분자 자체가 면역증강제 역할을 해 백신의 효능을 최대화할 수 있다. 

백신은 예방효과가 있으나 접종 이후에도 계속 유의해야
이러한 원리로 구성된 백신은 예방효과 역시 살펴봐야 한다. 백신의 예방효과는 백신이 감염질환의 발생을 낮춰주는 정도를 의미한다. 예방효과는 백신 접종 전후에 발생한 감염자 수의 차이로 계산한다. 예시로 1000명 중 100명이 특정 질환에 걸린다고 가정할 때 백신을 접종한 후 50명만 질병에 걸린다면 이 백신은 50%의 예방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예방효과를 가져야 적정 수준의 백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질환의 특성이나 접종 연령, 개발 가능한 백신 상태에 따라 달라져 일률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여러 기준을 고려했을 때 50%의 예방효과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며 “효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검증되면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러스에 따라 기존의 백신을 변이 바이러스에 사용할 수 있는지도 달라진다. 이에 최 교수는 “바이러스의 변이는 다양하고 연속적으로 나타난다”며 “종류에 따라 백신 효과가 상당 수준 유지될 수도 있고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백신 자체가 가지는 효과는 일정 수준 유지되기에 백신은 감염 질병의 중증 진행, 사망 등의 위험은 어느 정도 낮춰준다.

감염병의 확산을 늦춰 비접종자를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집단면역
또한 코로나19의 집단면역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질병의 감염력에 따라 그 기준치가 달라진다”며 “집단면역 정도를 단언할 수 없지만 일반 백신의 경우 보통 70%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60~70%의 사람이 같은 질병을 앓은 경험이 있거나 백신을 접종받았을 때 유의미한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편 어느 정도의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교수는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바이러스를 체내로부터 원천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백신 접종 이후에도 마스크는 계속 착용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코로나19 백신은 2회에 걸쳐 접종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최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거나 변이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 2차 접종을 넘어 n차 접종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때 1차 접종 백신과 2차 접종 백신 간 예방효과의 차이에 대해 확언하기는 어렵다. 최 교수는 “2차 접종 백신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바늘이 아니어도 전달이 가능한 백신 성분과 앞으로의 백신 개발과제
백신 성분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주사기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유전자를 조작한 과일을 섭취하는 백신과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백신, 코 점막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백신 등이 개발됐다. 이 교수는 “아직 백신과일이나 패치 형태의 백신은 상용화되기 어렵지만 코 점막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백신은 지금도 독감 백신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교수는 “향후 인공지능의 발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약이 개발되거나, 더 나아가 개인 맞춤 백신도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1회 접종만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혼합백신이나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범용 백신에 관한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백신 자체의 개발뿐만 아니라 백신을 사용하는 체계에 관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국지적인 감염사태에 대비해 백신 유통 채널을 공유하거나 관련 관계자들의 인적 네트워크와 물적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RNA=유전자 정보를 매개하고 유전자 발현 조절 등의 역할을 하는 세포의 핵 속의 핵산 중 하나.
*수용체=세포표면 혹은 세포질 안에 존재하는 분자구조로, 특정 물질과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특이한 생리적 작용을 일으킨다.
*mRNA=RNA의 종류 중 하나로, m은 메신저(messenger)를 의미한다.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하고 전달하는 RNA이다.

일러스트 I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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