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첨단 과학 기술, 천문의기 복원으로 되살리다"
"조선의 첨단 과학 기술, 천문의기 복원으로 되살리다"
  • 우수진 기자
  • 승인 2021.03.29 17:33
  • 호수 1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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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자료 수집이 천문의기 복원 성패에 기여해
천문의기로 과거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수준 이해할 수 있어

 

만 원짜리 지폐에 새겨진 혼천의는 하늘을 관측하기 위해 쓰인 ‘천문의기’다. 우리 조상은 천문의기를 통해 천체를 관측했다. 당시의 과학적 기술이 집약된 천문의기는 과거 천문 연구에 중요한 도구로 쓰였다. 천문의기 복원을 연구하는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 김상혁 센터장에게 천문의기와 그 복원 과정에 대해 물어봤다.

천문의기란 무엇인가. 
천문의기는 △의(儀) △상(象) △구(晷) △루(漏) 총 4개의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의’는 혼천의, 간의 등 하늘을 관측하는 기기를 뜻하며 ‘상’은 하늘의 지도인 천문도가 해당한다. 시계에 속하는 ‘구’와 ‘루’는 각각 앙부일구, 정남일구 등의 해시계와 흠경각루와 같은 물시계를 지칭한다. 천문의기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시대다. 하지만 조선 이전 시기의 천체 관측 기기 역시 넓은 개념의 천문의기라고 부를 수 있다. 신라 경주의 첨성대, 고려의 개성첨성대 등이 조선의 천문의기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였던 조선에서는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고, 백성들에게 농사에 필요한 때를 알려주는 일을 왕의 가장 중요한 책무의 하나로 삼았다. 조선의 천문의기 제작과 관측은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를 통치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천문의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복원되는가. 
천문의기를 복원하기 위한 첫 단계는 자료 수집이다. 한문 고전 전문가와 협업해 『고려사』, 『서운관지』 등 고전 문헌을 연구하고 관련 논문, 보고서 등 기타 자료를 수집한다. 이후 유물에 피해를 주지 않게 사진이나 영상 장비 등으로 비파괴조사를 실시해 유물의 재질이나 수리 흔적, 접합 기술과 같은 정보를 분석한다. 이로써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복원할 천문의기의 특징을 연구하게 된다. 이때 유물의 과학적, 구조적 특징뿐만 아니라 유물이 배경으로 둔 경제적·사회적 요인 등도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하므로 다방면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폭넓게 접근한다.

분석 단계까지 마치면 △실제 유물의 설계 △시험 제작(1차 제작) △재현 실험 △복원 제작(2차 제작)의 과정을 거친다. 유물의 재질과 특성을 고려해 상세 도면을 설계하면 이를 바탕으로 1차 복원품이 제작된다. 기존에는 주로 나무를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이 발달해 1차 복원품 제작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제작된 1차 복원품은 재현 실험을 거쳐 작동 원리가 제대로 구현되는지 확인한다. 이는 복원품이 실제 유용한 기기로써 가치를 지니는지와 복원 성과에 관한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실험을 거쳐 보완 작업까지 마치면 최종 복원품을 제작하는 2차 제작을 진행한다. 2차 제작을 끝내면 그동안의 제작 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후속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도록 학술 논문으로 제출함으로써 복원 과정이 마무리된다.

최근 복원한 조선의 자동 물시계 ‘흠경각루’에 대해 소개한다면. 
흠경각루는 일명 ‘자격루’로 잘 알려진 보루각루와 같이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 물시계다. 국가의 표준시계로써 궁궐은 물론 한양 도성에까지 시간을 알려준 보루각루와 달리 흠경각루는 임금만을 위한 시계였다. 흠경각루는 물이 일정량 이상 모이면 회전하는 물레방아의 일종인 수차를 통해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로써 발생한 회전력을 동력으로 전달받은 *시보 인형이 북, 징을 타격해 시간을 알려준다. 

복원 연구 초기에는 흠경각루에 관한 사료가 부족해 원형대로 복원할 가능성을 낮게 추정했다. 하지만 국립중앙과학관의 윤용현 박사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가 힘을 합쳐 흠경각루의 1차 복원품 복원에 성공했다. 이는 『세종실록』 이외에 『승정원일기』,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여러 사료로 조사 범위를 넓혀 흠경각루의 수리기록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불어 흠경각루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보루각루와 북송의 수운의상대, 이슬람 시계 기술자인 앨재재리의 유물 등을 참고해 흠경각루의 운행 원리를 구현해 낼 수 있었다. 천문시계인 흠경각루의 복원을 통해 당시의 기술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물시계의 작동을 조절하는 자동제어 기술 수준 등이 당시의 천문학적 이해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혼의·혼상 복원 연구도 진행된다면 보루각루, 흠경각루와 함께 세종 시대의 과학 기술이 집약된 세 가지 과학 기기가 완성되리라 전망한다. 

우리가 천문의기 복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천문의기는 오랜 기간 우리 삶과 함께해 온 자랑스러운 과학 문화재로,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적인 유산이다. 천문의기의 복원을 통해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을 이해하고 기술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 볼 수 있다. 또한 선조의 창의적 문제 접근법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날의 기술 개량 지점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복원된 천문의기는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 과천의 국립과천과학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렇게 전시 및 활용되는 천문의기는 천문학자를 꿈꾸는 과학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 흠경각루 복원품

 

시보=표준 시간을 알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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