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자연의 법칙을 찾는 것이 물리학자들이 자연을 가지고 하는 창조적 게임이다. 이 게임의 장애물은 실험적 기술의 한계들과 우리들의 무지며, 목표는 전체 우주를 지배하는 내부적 논리인 물리의 법칙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자연의 법칙들을 찾을 때, 사냥할 때와 같이 오랜 흥분이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들의 커다란 사냥감-바로 우주의 암호-를 쫓고 있다.” 30년도 더 지나서 이제는 색이 바래 버린 책 ‘우주의 암호’에 나오는 구절이다. 록펠러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자 뉴욕 과학 아카데미 회장을 역임한 하인즈 페이겔스 교수가 적은 이 문구를 읽을 때마다 나는 그때의 감동과 흥분이 아직도 생생히 전해져 온다.

나는 가끔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면 어떤 세상일까 생각을 해 보곤 한다. 그곳은 사랑, 행복, 긍정, 화목, 믿음이 충만한 세상일까? 추상적인 단어들을 떠올려 보지만 구체적으로 그리기에는 나의 상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2년 전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물었다. ‘알라딘 램프에서 나오는 파란색 요정 지나가 네게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면... 그것도 세 가지가 아니라 무한개의 소원을 들어준다면 너는 어떤 소원을 말하겠냐고? 그럼 넌 정말 행복하겠냐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니가 너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정말 행복했을까?’ 그때 친구들의 대답은 ‘아닐 것 같다’였다. 

우리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든지, 원하는 곳에 취직을 한다든지, 또는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행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성취가 뒤따라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성취는 인고의 시간 후에 찾아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올림픽에서 1등을 한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그 순간의 감동을 위하여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행복을 단순히 무엇인가를 성취한 그 순간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의 행복한 시간들은 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할 것이다. 사실 행복의 기준을 조금 낮춘다면, 무탈하고 크게 불행하지 않는 시간들도 삶에 있어 소중한 시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육체적 건강은 어떨까? 운동선수처럼 강인하고 유연한 몸이 건강의 기준이라면, 나 같은 보통 사람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아프지 않고, 큰 병이 없는 몸의 상태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여유롭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삶에 ‘출생, 노화, 병, 죽음, 슬픔, 부패’가 있다면, 이런 고난을 주는 것에는 틀림없이 그 긍정적인 대응물이 있다는 것이 그의 추론이었다. 틀림없이 또 다른 존재 양식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는 일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고타마는 말했다. ‘내가 이러한  굴레로 부터 벗어나 태어남이 없는, 늙음이 없는, 아픔이 없는, 죽음이 없는, 슬픔이 없는, 부패가 없는 최고의 자유를 찾으러 나선다면 어떨까?’ 그는 이런 ‘없는’ 상태를 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인 닙바나(‘불어서 끔’이란 뜻으로 열반을 말함)라고 불렀다.” 2015년 KBS에서 방영된 ‘TV 책을 보다’에서 소개된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이 쓴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에 쓰인 구절이다. 지극한 심신의 고요, 닙바나. 싯다르타 고타마 붓다는 이 닙바나가 신들의 세계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대중들도 입증 가능한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나는 매 학기가 시작되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집, 학교, 사회, 국가, 더 나아가 행성지구의 주인공으로서 인류에 공헌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곤 한다. 인류에 공헌한 사람들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수업에서는 임제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구절을 들려준다. 당신이 어느 곳에 있든지 주인의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면 참 좋겠다(隨處作主, 수처작주). 당신이 어느 곳에 서 있든지 그곳이 당신의 삶을 가장 발전시킬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立處皆眞, 입처개진). 주인의 삶과 손님의 삶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행복하며, 내게 주어진 일에 있어서 가슴 뛰는 화두, ‘우주의 암호’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삶을 살아가면 참 좋겠다. 교정 가득히 선물 같은 봄꽃들이 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