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


영화 <위대한 쇼맨>은 필자의 인생 영화 리스트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명작이다.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무대로 전 세계를 홀렸던 실존 인물 P.T.바넘의 이야기를 가져온 영화로, 화려한 뮤지컬이 러닝타임 동안 필자를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바넘이라는 인물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쇼와 그를 위한 홍보를 빌미로 거짓말도 서슴지 않은 탓이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속일 수 있고, 사람들은 기만당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바넘의 말처럼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을까? 오랜 고민에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던 필자는 최근 확답을 받았다. 

우리 학교를 비롯해 서울 소재 총 32개의 학보가 속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이하 서언회)는 지난 2월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 특별기획위원회(23개의 학보 참여, 이하 보궐선거 기획위)를 꾸려 여야 두 후보와의 인터뷰를 준비해왔다(본지 이번 호 1면 참조). 서언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보궐선거 기획위원장을 맡아 모 후보 선거캠프와 연락을 시도했고, 이번달 초 인터뷰 수락을 받았다. 서언회가 대표성을 갖는 청년 언론들의 연합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속했던 지난 24일까지 인터뷰 답변지는 오지 않았다. 23개 학보별로 발간 일정이 모두 상이하기에 당초 최소 마감일을 24일로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허탈함을 느낀 것은 25일, 조바심에 공보팀에 전화를 돌리던 도중이었다. 트위터 알림이 떴다. 공식 선거운동일 자정부터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며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을 도왔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첫 공식 선거운동으로 청년들을 선택한 것이다. 매대를 정리하고, 바코드를 찍는 일정을 마친 후보는 취재진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제일 힘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청년들의 아픔과 고단함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고 시민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민생시장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마디 한마디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보궐선거 기획위를 구성하던 학보들의 ‘쇼통 피로감’은 커졌다.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며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하겠다는 메시지가 전파를 타고 있을 때, 사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 정오까지 완료된 답변이라도 보내달라고 사정하자 ‘너무 바빠서 아직 답변을 하나도 하지 못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인터뷰를 요청한 게 이번달 초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연 청년과 호흡을 맞춰갈 의향이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치에서 여론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힘이다.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그것이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정치권의 소통 아닌 ‘쇼통’이 난무하는 가운데 두 눈 똑바로 뜨고 속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면에는 바넘과 같이 우매한 대중에 대한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인사를 경계하자. 대한민국의 바넘을 잘 걸러내기 위해서라도 투표로 목소리를 내자.
 

김지우 편집장
wldn970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