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장현 기자 (zzang01@skkuw.com)

 

 

예술의 장점 살려 심리적·신체적 효과 내는 예술치료
공인 예술치료사 자격제도 확립 필요해

인간에게 예술은 위로와 기쁨이 된다.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곤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기를 쓰는 다른 방식”이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예술을 통해서는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기 쉽다. 우울증 등 내면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오늘날 예술이 치료의 한 방법으로 십분 활용되고 있는 이유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예술, 예술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예술치료란
예술치료는 예술을 체계적으로 사용해 환자나 내담자의 상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돕는 치료다. 우울과 불안을 겪는 이들이 많은 오늘날에 예술치료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흔히 예술치료는 정신적 질환을 겪는 환자에게만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일반인의 자아 탐색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서울여대 교양학부 김선희 교수는 “환자는 회복의 차원에서, 건강한 사람은 예방의 차원에서 예술치료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며 예술치료의 대상에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심리치료에 적합한 예술의 특성
예술치료를 가능케 하는 예술의 특성은 솔직함과 자유로움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창작자가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내놓는 표현이기에 창작자의 내면세계가 담긴다. 이같은 특성은 예술치료를 받는 내담자의 내면 심리를 끌어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예술 활동을 하는 동안 내담자는 자유롭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어 심적 이완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상담사를 거부하거나 경계하는 등 방어가 심한 내담자에게는 언어적인 접근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이때 예술치료는 상담사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김 교수는 “내담자가 가진 극단적인 감정을 사회가 허용하는 방식, 즉 예술을 통해 표현하게 해주는 것이 예술치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예술 활동은 심리적인 도움뿐 아니라 직접적인 신체적 반응도 유발한다. 예술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으면 면역력을 높이는 호르몬인 모르핀이 분비돼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울증을 방지하고 학습 능력을 높이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예술 활동을 할 때 크게 촉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에 주로 처방되는 약물치료는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는 반면, 예술치료를 통해서는 부작용 없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술’이 ‘치료’가 되기까지
예술치료의 기원은 고대 원시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건강을 기원했던 원시사회의 의식을 예술치료의 원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시사회의 의식에는 △시 △음악 △춤 등 오늘날 예술치료의 주요 분야가 동원됐다. 특히 제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것은 슬픔이 초래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예술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했다.

현대적 형태의 예술치료는 심리학의 발전과 함께 체계화됐다. 19세기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에 의해 무의식에 대한 연구가 크게 발전했다. 이어 무의식을 분석할 방법으로 예술이 주목받으며 예술치료가 본격적으로 정교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한 자유연상법은 오늘날 미술치료의 핵심 원리로 활용된다. 김 교수는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은 내담자에게 중요한 자기 인식을 준다”며 심리학이 예술치료의 토대가 됐음을 밝혔다. 

20세기에는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병원에서 예술치료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정신병원 환자들이 그린 그림을 진단의 보조도구로 활용했으며 미국에서는 환자가 수술할 때 받는 두려움과 통증을 없애기 위해 수술실에서 음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심리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신질환자가 많아졌고 예술치료에 대한 연구가 가속화돼 현재에 이르렀다.

벽을 허무는 예술치료 기법
미술치료는 내담자의 내면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미술치료 기법인 테두리법은 그림을 그릴 용지에 큰 테두리를 그어서 내담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내담자의 공포와 과잉행동을 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아 감각 발달법은 주로 자아개념이 부정적인 심신장애인에게 △가면 만들기 △손도장과 발도장 찍기 △자기 신체 본뜨기 등의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내담자는 자아 감각 발달법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관찰하고 표현함으로써 자아 감각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음악치료는 심리적 안정을 주고 사회성을 증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음악치료는 구체적으로 수동적 요법과 능동적 요법으로 나뉜다. 수동적 요법은 내담자가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다. 산모나 수술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입원실에서 입원환자를 위한 연주회를 여는 것 등이 속한다. 수동적 요법을 통해서는 대개 내담자의 심리적 안정과 통증 완화를 꾀한다. 능동적 요법은 내담자가 직접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담자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능동적 요법을 단체로 진행할 경우 내담자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사회성이 증진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능동적 요법은 자신감과 사회성이 부족한 자폐 아동이나 심신장애인에게 많이 추천된다.

연극치료는 내담자를 연극에 참여시킴으로써 감정을 정화하고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치료다. 내담자는 연극치료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연극의 줄거리를 경험하며 감정과 사회에 익숙해지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사회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게 주로 권장된다. 

이같은 과정에서 예술치료사가 갖춰야 할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심리학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공감 능력과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내담자에게 명령하거나 내담자를 평가하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예술치료사는 내담자가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치료의 현주소
심리치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국내에도 다양한 예술치료가 소개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됐다. 문화적으로도 예술치료는 예술 향유를 촉진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국가에서 공인하는 자격제도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공인 예술치료사 자격제도가 없다. 각종 민간 자격증이 난립해 예술치료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저해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예술치료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인정하는 정신보건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짚으며 예술치료에 관한 더 많은 연구와 인증 기준 마련이 필요함을 밝혔다. 

 

자아 감각 발달법인 손 도장 찍기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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