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장현 기자 (zzang01@skkuw.com)

아동·청소년 찾아가 예술치료 제공하는 마음톡톡
이별상담서비스 헤이후 통해 예술치료사의 자생 꾀해

폭넓은 유형의 대상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특성상 예술치료는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GS칼텍스의 사회공헌사업인 ‘마음톡톡’이 좋은 예다. 마음톡톡 사업은 2013년에 시작된 이래 수많은 아동·청소년에게 예술치료를 전달했다. 예술치료에 대한 마음톡톡의 이같은 관심과 지원은 예술치료사들의 자립적인 사업체인 ‘헤이후 이별상담서비스’의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GS칼텍스 CSR팀 마음톡톡 사업담당 이현상 책임(이하 이)과 마음톡톡 예술치료사이자 헤이후 이별상담서비스 대표인 오영미 상담사(이하 오)를 만났다.

사회공헌사업의 방식으로 예술치료를 선택한 과정은.
이: 사회공헌사업을 기획할 당시, 대개 일회적으로 끝나버리는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지속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하고자 했다. 예술치료는 심리·정서적인 지원을 통해 아이들의 삶에 오래 남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사회공헌사업에 예술치료를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전문 예술치료사들을 찾아 함께하고 있다. 주로 교육부나 시도교육청과 협업해서 일선 학교의 아동·청소년을 만난다. 현재까지 약 2만 400여 명 정도의 아이들을 만나 예술치료를 제공했다.

마음톡톡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진행되는지.
이: ‘교실힐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중학교 1학년 교실에 찾아가서 집단예술치료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아이들의 공감능력 향상을 돕는다. 궁극적으로 학교폭력이나 학교 부적응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밖에도 △보호관찰 기소유예 청소년 △지방의 저소득층 아이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 프로그램이 있다.

오: 교실힐링의 예술치료사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에게 직접 “왜 그러냐, 마음이 어떠냐”고 물었다면 답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고 연극에 참여하는 등의 예술치료 활동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게 하자 아이의 경계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예술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 속에 간접적으로 풀어냈다. 그 후 아이의 태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침내 다른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자신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단을 만들어준다는 예술치료의 장점을 여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예술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의 효과는.
오: 심리적 문제는 대개 현실과 마음이 충돌했을 때 발생한다. 보통의 언어상담은 현실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다가가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려고 한다. 반면 예술치료는 현실과 마음 사이에 예술이라는 완충재를 끼워 넣는다. 현실과 마음을 직접 다루지 않고 예술을 통해서 바라보게 하므로 내담자가 느끼는 부담이 적다. 이로써 아이들은 경계를 풀고 내면을 드러낼 수 있다.

이별상담서비스 헤이후를 창업한 계기는. 
오: 예술치료는 대체로 정부나 기업 등 기관의 기획 하에 예술치료사가 고용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런 형태에서는 사업의 지속성이 짧고 예술치료사 입장에서는 고용도 불안정하다. 또 치료를 받는 수혜자와 바로 소통하지 못하고 기관을 거쳐서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예술치료사가 자생적으로 일을 직접 기획하는 사업체를 만들고 싶었다. 마음톡톡 측에서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협력해주고 있다. 

이: 덧붙이자면 마음톡톡이 아동·청소년에게 주고 있던 영향력을 더 넓게 확장하고 싶었다. 마음톡톡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술치료가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일반 성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별상담서비스가 이별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오: 이별상담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던 이유는 사람에게 상담이 가장 절실한 때가 바로 상실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별의 상황에 집중하면 스스로의 감정에 매몰돼 자신의 모습을 이성적으로 직시하기 어렵다. 이미 나와 멀어진 사람인데도 헤어진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상대방이 힘들어하길 바라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무엇을 원해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별 후의 감정은 대개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명확히 통찰하는 것부터가 극복의 출발점이다. 예술치료는 예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내담자 자신을 문제 상황에서 다소 떨어진 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자기 스스로를 되찾게 함으로써 내담자는 의미 없는 감정을 버리고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다.
 

사진│조장현 기자 zzang01@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