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영 기자 (kimkty0816@skkuw.com)

 

일러스트 | 김지우 기자 webmaster@

기존 스포츠의 규칙을 안전하게 변형해 재창조한 것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돼야

 

2019년 덕수궁 돌담길에 찾아가는 체육관이 열렸다. 도심에 다양한 뉴스포츠 기구를 설치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단란한 가족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뉴스포츠 덕에 거리 위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아울러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뉴스포츠에 대해 알아보자. 

뉴스포츠가 지닌 새로운 의미
뉴스포츠는 참가자 중심의 스포츠로, 기존 스포츠의 규칙을 안전하게 개량하거나 현대에 맞게 변형해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창안된 스포츠를 총칭한다. 1975년 유럽의 스포츠관계 장관회의에서 공포된 ‘Sport for All’ 헌장을 기점으로 뉴스포츠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Sport for All은 △사회적 지위 △성 △연령 △출신계층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스포츠에 참가할 기회와 권리를 보장해주는 정신을 의미한다. 

뉴스포츠는 엘리트 체육을 기조로 하는 근대스포츠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경쟁이 주요 목표였던 근대스포츠는 팀의 승리를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내는데 특화된 엘리트 선수, 주로 남성 선수들이 참여했다. 이에 경상대 체육교육과 이병준 교수는 “근대 스포츠는 뉴스포츠보다 신체 접촉이 많고 고도의 기능을 요구한다”며 “상대적으로 근육이 크고 강한 신체조건을 갖춘 남성들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존의 규칙을 유연하게 변형하고 용구를 단순화한 뉴스포츠는 경기의 난도를 낮추고 안전성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뉴스포츠 종목인 ‘추크볼’은 핸드볼을 변형한 것이다. 추크볼은 네트에 공을 던져 튀어나온 공을 상대 팀에게 잡히지 않도록 하는 스포츠다. 이는 공격적인 구기 스포츠를 비판하며 고안된 것으로, 몸싸움이 없고 공격권이 번갈아 주어진다. 특히 추크볼은 핸드볼과 달리 *드리블을 할 수 없고 오직 패스에 의해서만 전진할 수 있다. 그러면서 상대의 패스를 막거나 볼을 빼앗는 행위가 모두 금지돼 있어 신체적 위험이 매우 적다. 

우리 삶에 다가온 뉴스포츠
뉴스포츠는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인 즐거움과 만족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신체 접촉을 줄이고 △규정 △기구 △시설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된 것이다. 기존 스포츠는 각 종목의 규칙과 경기장 등을 표준화해 참가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뉴스포츠는 참가자의 특성에 맞게 경기장을 축소하고 규칙과 기구를 단순화하면서 많은 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로써 참여자의 폭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한국뉴스포츠협회(협회장 손환) 서상옥 부회장은 “뉴스포츠는 소통이 거의 단절된 현대사회의 병리 현상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콘텐츠”라며 “다양한 문화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신나는 뉴스포츠 프로그램’을 시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참가자들의 체력 향상을 도모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계획한 프로그램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뉴스포츠 종목을 활용해 색다른 문화 체험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뉴스포츠, 국내에 첫걸음을 내딛다
우리나라에서 뉴스포츠의 확산은 ‘티볼’로 시작됐다. 티볼은 투수가 없는 야구 형 게임으로, 타자가 *배팅 티에 올려둔 공을 타격하는 경기다. 티볼은 서 부회장이 일본에서 국내로 처음 들여오면서 보급되기 시작됐다. 서 부회장은 “일본 유학 당시 대학 동문이었던 일본티볼협회 이사를 만나게 된 것이 국내에 뉴스포츠를 도입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티볼이 도입된 시기와 맞물려 남녀공학과 혼성학급이 일반화되면서 학교체육 현장도 변화를 맞이했다. 그는 “남녀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체육수업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교 현장에 뉴스포츠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방과후 스포츠클럽이나 각 교사의 재량으로 학교수업에 도입된 뉴스포츠는 이후 2007년 체육과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뉴스포츠가 정규수업으로까지 확산되며 초중등 교과서에 체계적으로 수록된 것이다. 이는 주요 스포츠 종목으로 한정됐던 체육수업이 한층 다채롭게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 

또 한국의 전통적인 놀이를 변형해 재구성한 뉴스포츠 종목들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종목들은 새로운 놀이에서 재미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전통 스포츠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는 한국의 전통 스포츠에 IT 기술을 접목해 재구성한 뉴스포츠인 ‘한궁’이 있다. 한궁은 전통종목인 궁도와 투호가 합쳐진 뉴스포츠로, 한궁 핀을 표적 판에 던지면 자동으로 점수가 합산돼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한궁 핀은 날개 부분이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져 깨지지 않고 사용하기에 안전하다. 2019년에는 시각장애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궁대회가 여러 차례 개최되기도 했다. 더 많은 이들이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종목을 재창조하면서 스포츠문화의 새로운 양상을 보인 것이다. 

뉴스포츠가 그리는 미래
이제 뉴스포츠는 세계 무대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반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펼치는 ‘얼티미트’는 2015년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면서 올림픽 채택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개발된 뉴스포츠 종목 한궁 역시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뉴스포츠 영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스포츠 국제기구인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에서 한궁을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세계적인 뉴스포츠 종목으로 공인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는 티볼을 비롯한 50여 개의 뉴스포츠 종목이 시민들에게 보급되면서 뉴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뉴스포츠 현황에 대해 서 부회장은 “초창기에는 용구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불모지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교재가 늘어나고 전문적인 지도자가 많이 양성되는 등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뉴스포츠를 주요 스포츠에 뒤따라가는 부가적인 형태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또한 뉴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문제다. 이에 서 부회장은 “아직 국내에는 뉴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 및 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의 격차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추크볼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
ⓒ한국뉴스포츠협회 제공
티볼 경기에 사용하는 공과 배팅 티.
ⓒ한국뉴스포츠협회 제공

 

드리블=구기 종목에서 한 선수가 발이나 손을 이용해 공을 몰고 가는 기술.
배팅 티=공을 칠 수 있도록 올려놓은 티와 티판을 말하며, 티의 높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고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