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준혁 기자 (btino516@skkuw.com)

인터뷰 - 세계한궁협회 허광 회장

ⓒ허광 회장 제공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뉴스포츠 개발해
단순 종목이 아닌 문화로서 다가가고파

축구하면 영국, 유도하면 일본을 떠올리듯 종주국은 해당 스포츠에 대한 상징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태권도 종주국으로 잘 알려진 반면,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의 정식 종목인 한궁의 종주국으로는 비교적 덜 알려져있다. 한궁의 창시자인 세계한궁협회의 허광 회장을 만나 한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궁의 창시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스포츠계에서 일하기 전에는 기계 관련 산업에 종사하며 전자다트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한번은 서울특별시 송파구에서 제품 홍보 행사가 열렸는데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함께 전자다트를 즐기고 있었다. 이때 옆에 있던 송파구청 담당자가 ‘이게 진짜 생활체육인데···’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생활체육과 뉴스포츠를 비롯한 스포츠를 공부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활체육 종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웠다. 이에 기존의 전자다트 기술을 활용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국만의 뉴스포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궁은 어떤 스포츠인가.
한궁은 궁도와 투호의 특성을 따서 만든 한국의 전통 생활체육 종목이자 뉴스포츠다. 참가자는 한궁보드로부터 3m 떨어진 곳에서 측면자세로 서고 스트레칭하듯 팔을 구부렸다 펴며 핀을 던진다. 오른손으로 5번, 왼손으로 5번 던져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승리한다. 한궁의 스트레칭형 투구법은 투호의 투구법과 유사하며, 점수를 세는 방식은 양궁과 비슷하다. 언뜻 보면 다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뾰족하고 날카로운 다트와 달리 한궁핀은 자석을 이용한 전자식이라 안전하다.

한궁을 통해 향상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인가.
한궁은 원래 노년층을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다. 그렇기에 노인들이 겪는 많은 문제가 스포츠를 통해 해소될 수 있도록 종목을 고안했다. 한궁의 특징 중 하나는 양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양손을 사용하면 좌뇌와 우뇌에 균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고 이는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한궁은 대한노인회에서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 채택돼 많은 경로당에 보급됐다. 게다가 균형감각이 떨어져 낙상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옆을 바라보고 서는 한궁의 측면자세는 가슴과 어깨를 펴게 해 자세가 교정되고, 스트레칭형 투구법은 팔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끔 한다. 이를 통해 한궁은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한궁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참여할 수 있고, 근력이 부족한 사람은 신체 상태에 맞게 거리를 조절 가능하다. 이러한 사람들이 꾸준히 한궁에 참여해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내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응원하는 과정에서도 소속감이 증진되며 우울증 예방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궁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선 큰 규모의 한궁 대회만 매년 400여 회 이상 활발히 개최되고 있으며, 만여 명의 심판과 지도자가 활동 중이다. 또한 한궁은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체인지(體仁智) 운동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싶다. 한궁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전통 이념에 따라 화합을 중요시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체인지 운동은 △건강증진 △인성 △지혜를 통해 개인을 갈고 닦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가진다. UN 산하의 국제 비정부 기구인 밝은사회클럽(GCS)이나 일본의 지체부자유아 학부모 총연합회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단체와 협업하며 한궁을 보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한궁이 한국의 자랑스러운 스포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허광 회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