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정책은 공식 범죄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암수 범죄의 발견은 공식 범죄 통계의 정확성 향상에 도움 돼

기자명 이창현 (webmaster@skkuw.com)

 

“완전 범죄가 없다꼬요? 내 입으로 다~ 갈카주야 되는데 우째서 완전 범죄가 없단 말이요?!”
이는 2018년 개봉한 영화 <암수살인> 속 주인공 ‘태오‘의 대사다. <암수살인>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범죄를 형사에게 자백한 살인범과 그 자백을 바탕으로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그렇다면 암수범죄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집계되지 않은 범죄
암수범죄란 범죄가 발생했으나, 공식적인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다. 암수범죄로 인한 문제점은 △사법 체계의 기본 원리인 피해자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가해자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범죄 통계의 정확성을 떨어트리는 것이 있다. 특히 범죄 통계의 목적은 범죄의 양상을 파악하여 그것을 치안 정책에 반영하는 데에 있는데 암수범죄의 존재는 범죄 통계의 정확성을 떨어트린다. 범죄 통계의 집계 과정은 △피해자의 범죄 인식 △수사기관의 사건 인지 △입건과 수사 △수사관의 집계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암수범죄는 이 네 단계 중 일부 혹은 모두를 거치지 않아 통계상에 집계되지 않은 것이다. 

암수범죄 추정의 대안, 전국범죄피해조사
전국범죄피해조사는 이러한 암수범죄의 누락이라는 공식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으로서 범죄 관련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2년마다 국민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 범죄피해 경험 등을 파악하여 범죄 관련 정책에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범죄피해 경험을 피해자를 중심으로 파악함으로써 암수범죄의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타 공식 통계와 차별화된다. 

공식 통계와 전국범죄피해조사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범죄
한편, 공식 통계와 범죄피해조사는 우리 사회의 범죄 양상을 상반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범죄 통계인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1세기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 당 범죄 발생 비율은 2004년 4,283건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2008년 4,419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증감을 반복하며 감소세를 보인다. 하지만 범죄피해조사에 따르면 1993년 첫 조사 이래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둘 간의 차이는 공식 통계가 우리 사회의 범죄 양상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차이가 실제 범죄의 감소와는 별개로 범죄 신고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암수범죄의 감소 즉 ’집계된 범죄‘의 증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112 신고 건수는 1993년 약 90만 건에서 2004년 약 462만 건, 2020년에는 약 1,800만 건으로 큰 증가세를 보였다. 

범죄 피해 신고의 필요성
이런 증가세에서 우리는 범죄 신고율의 제고가 암수범죄를 방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범죄 신고가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는 가장 큰 단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범죄피해 신고 경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 범죄피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범죄 신고율은 조사 대상인 67개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2018년 범죄피해조사에 따라 범죄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는 폭력범죄의 경우 약 10명 중 3명, 재산범죄는 약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신고 경향을 적극적인 모습을 바꿀 수 있다면, <암수살인>과 같은 일은 단지 영화 속의 일로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