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이용한 창작 활동 늘어나
게이머도 제작사도 윈윈(win-win)하는 문화

기자명 김수빈 (webmaster@skkuw.com)

지난해 3월 12일 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단 3개월 만에 지어진 이 도서관에는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과 조형물, 5개 국어로 번역된 200개 이상의 보도 기사가 전시돼 있다. 게임 속 가상 도서관인 ‘검열 없는 도서관’의 이야기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국가적 규모의 언론 탄압에 반대하며 검열 위기의 기사들을 피신시킬 장소로 게임을 선택했다. 이처럼 게임은 새로운 창작의 무대가 됐다.

새로운 창작 주체의 등장
창작물은 일반적으로 창작자와 수용자가 구분된다. 초기의 게임은 개발자가 의도한 내러티브나 스테이지 구성을 게이머가 수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오늘날 게이머는 더는 작가 중심의 내러티브만을 따르지 않는다. 게임에서 창작은 게임 개발자만의 영역이 아닌 게이머와 함께하는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모드’다. 모드(MOD)란 ‘modification’의 약자로 게이머가 이미 완성된 게임의 내부 데이터를 변형해 새롭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게이머들은 새로운 설정과 인물을 추가하는 등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모드를 제작하고 공유한다. 모드는 비영리성을 띠는 자발적 참여문화다. 게임 ‘스타듀밸리’의 모드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KAYA는 “모드는 돈이 아닌 즐거움이 목적”이라며 “내가 필요한 콘텐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드가 게이머의 게임 외부에서의 창작이라면 게임 그 자체가 창작의 장이 되는 예도 있다. ‘샌드박스 게임’은 정해진 형식 없이 게이머가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유형을 말한다. 내러티브 요소를 게이머의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심지어는 게이머가 시나리오를 진행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검열 없는 도서관의 플랫폼이 된 ‘마인크래프트’는 대표적인 샌드박스 게임이다.

샌드박스 게임을 즐겨 하는 대학생 조은기(23) 씨는 “샌드박스 게임은 정해진 목표가 없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준다”며 “내가 직접 규칙을 세우고 플레이 방식을 정할 수 있어 쉽게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샌드박스 게임은 스스로 창작의 재료가 돼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유형의 재미를 선사한다.

게이머와 제작사가 함께 만든 변화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은 더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방대한 선택지를 표현한다. 이는 게이머의 자율적인 창작 활동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만으로 이러한 변화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박근서 교수는 논문 「컴퓨터 게임의 역사와 게임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테크놀로지가 컴퓨터 게임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말이, 발전된 게임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게임문화는 게이머들의 문화적 요구와 그에 따른 제작사의 대응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탄생한 결과다.

실제로 많은 제작사가 게임 내부 데이터를 무상으로 공개하고 게이머들의 창작 활동을 독려한다. 모드 제작자 KAYA는 “게이머 자체 창작 콘텐츠가 해당 게임에 대한 애정과 몰입도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제작사 역시 게임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더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이다.

게이머의 창작은 계속된다
현재 세계 게임 매출 순위 1, 2위를 차지한 ‘마인크래프트’와 ‘GTA5’는 모두 대표적인 샌드박스 게임이다. 그리고 각자 모드 공유 웹사이트의 활발한 활동이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문화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간다. 이제 게임은 창작자와 수용자를 가르는 이분법적 한계를 벗어나 일종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검열 없는 도서관 홈페이지
ⓒ검열 없는 도서관 홈페이지
ⓒ게임 모드 공유 사이트(Nexus) 화면 캡처
ⓒ게임 모드 공유 사이트(Nexu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