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려면 탄소부터 잡아라, 세계가 주목하는 CCUS
지구 살리려면 탄소부터 잡아라, 세계가 주목하는 CCUS
  • 황여준 기자
  • 승인 2021.04.26 18:21
  • 호수 1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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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된 습식흡수 포집 기술은 한계 봉착해
경제성 부족한 탄소 저장과 자원화, 투자 부지런해야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재로 40개국이 참여한 기후변화정상회의가 열렸다. ‘탄소 중립’ 실현이 범지구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 개발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그중 이산화탄소(이하 CO2)를 포집해 자원화 혹은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a and Storage) 기술에 여러 국가와 기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따라 지난 7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도 민관 합동 ‘K-CCUS 추진단’을 발족해 관련 기술 투자 및 활성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탄소를 적은 비용으로 포집하고, 저장 혹은 자원화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는 아직 기술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CCUS의 첫 단계, 탄소 포집
석탄화력발전소, 시멘트 공장 등의 산업체는 배기가스를 방출한다. 탄소 포집 기술이란 CO₂를 포함해 여러 기체가 들어 있는 배기가스로부터 CO₂를 분리해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탄소 포집 기술은 분리 방식에 따라 △건식흡착법 △막 분리 △습식흡수법 등으로 나뉜다.

상용화가 이뤄져 산업 현장에 적용된 기술은 현재 습식흡수법이 유일하다. 습식흡수법이란 ‘흡수’라는 화학반응을 통해 배기가스로부터 CO₂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흡수란 기체 성분이 액체 성분에 녹아 들어가 물질의 성질이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습식흡수법은 이 같은 흡수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에 따라 다시 물리흡수법과 화학흡수법으로 분류된다. 이중 화학흡수법은 국내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방식으로, CO₂를 포집하는 데 쓰는 흡수제 내의 반응성분이 CO₂와 일으키는 화학반응을 이용해 낮은 압력의 배기가스로부터 CO₂를 포집하는 방식이다.

화학흡수법에 쓰이는 흡수제 중 가장 흔히 활용되는 물질은 알카놀 아민이다. 알카놀 아민에 속해 있는 염기성 물질 아민기는 산성인 CO₂가 매우 빠른 속도로 반응해 포집을 촉진하는 핵심 성분이다. CO₂가 흡수제와 접촉하는 순간 흡수제 속 아민기와 CO₂가 결합해 카바메이트라는 물질로 전환된다. 이 과정은 주로 2단계로 설명된다. 먼저 서로 결합해 있는 두 아민기가 CO₂와 만나면 그중 하나는 양성자가 되고, 다른 하나는 CO₂와 결합해 음성 카바메이트가 된다. 이렇게 형성된 양성자 아민기는 CO₂를 포함한 음성 카바메이트와 짝을 이뤄 CO₂를 빠르게 포집한다. CO₂를 포집한 아민 용액은 재생 공정에서 고열을 가하면 흡수제와 CO₂가 분리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 윤여일 연구원은 아민 용액을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용액 손실 문제를 꼽았다. 윤 연구원은 “처리 대상 가스에 산소가 있으면 흡수제에 산화 반응이 일어나 분해되기 때문에 산소제거제를 넣거나 산화 반응을 억제하는 용액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흡수제가 CO₂를 더 많이 흡수하게 하거나 재생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는 방향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흡수제의 물질을 바꾸지 않는 한 한계에 부딪힌 듯하다”며 습식흡수법이 마주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같은 습식흡수법의 한계를 두고 윤 연구원은 “현재 포집 기술은 완전한 무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량”이라고 밝혔다. 습식흡수법을 대체할 차세대 분리 기술로는 ‘막 분리’가 꼽힌다. 막 분리란 CO₂만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소재인 분리막을 이용해 CO₂를 포집하는 기술이다. 윤 연구원은 “막 분리는 아직 대용량 처리에 사용하기에는 경제성이 없다”면서도 “성능을 개선하거나 흡수 기술과 함께 혼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더 우수한 CO₂포집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집된 CO2, 어디에 저장할지도 문제
CO₂를 실질적으로 감축하려면 포집한 CO₂를 안전하게 격리하는 ‘저장’ 기술 역시 중요하다. 탄소 저장기술은 대체로 땅속에 CO₂를 주입하는 지중 저장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CO₂저장에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CO₂누출 우려와 더불어 지중 저장이 지반을 불안정하게 해 지진을 일으킨다는 오해가 관련 기술을 향한 대중의 경계심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지중 저장은 정말 우려만큼 위험한 기술일까.

부지 선정에는 주로 저장 위치에 있는 △암석의 공극률 △지질 구조 △투수성  등의 요소가 고려된다. 공극률은 암석에 분포해있는 작은 구멍인 공극이 암석 부피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CO₂는 암석 사이에 있는 작은 공극에 저장되기 때문에 공극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CO₂를 주입할 수 있다. 한편 공극률이 높더라도 투수성이 낮으면 CO₂를 저장하기 어렵다. 공극과 공극이 서로 연결돼 있고, 공극을 연결하는 통로가 넓어야 투수성이 높아져 작은 압력으로도 CO₂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석에 CO₂가 주입돼도 다시 누출되면 탄소 감축을 이루지 못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저장 위치 주변의 지질 구조가 CO₂를 안전하게 격리해야 한다. CO₂저장에 적합한 장소는 주로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립된 곳과 특징이 유사하다. 유전과 마찬가지로, CO₂저장 장소는 낙타 혹처럼 볼록하게 나온 배사구조와 그 위를 덮고 있는 덮개암이 필수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채굴하고 남은 폐유전과 폐가스전을 CO₂저장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복철) 박권규 단장은 “지중 저장 조건을 만족하는 부지를 추산하면 국내에서 약 6억 톤가량의 CO₂를 저장할 수 있으리라 예측한다”며 지중 저장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지중 저장의 누출 위험에 관해 박 단장은 “지중 저장은 CO₂를 수만 년 이상 격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부지 선정은 누출 위험이 없게끔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치며, 저장 후에도 지층 내 CO₂분포를 모니터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중 저장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우려에 관해서 박 단장은 “지열발전소는 암석의 공극률과 투수성을 높이기 위해 강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해 바위에 균열을 내므로 지진을 유발하기도 한다”면서도 “그에 반해 지중 저장은 암석에 균열이 커지면 CO₂누출 가능성이 커져 이를 막기 위해 압력을 조절하므로 지진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다.

CO2, 단순 저장 넘어 자원화까지 넘본다
지중 저장은 그 자체로는 경제성이 없어 정부의 막대한 지원 없이는 기업이 관련 기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포집한 CO₂를 유용한 자원으로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기태 실장은 “탄소나 탄화수소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CO₂를 활용할 수 있다”며 “플라스틱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은 물론이고, CO₂를 광물화해 건설재로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하다”며 CO₂전환 기술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한편 CO₂전환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된다면 탄소를 감축하는 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관해 박 실장은 “재생에너지로부터 비롯된 전기 에너지만을 활용해 CO₂를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여러 산업체에 설비를 설치해 전기 에너지만으로 탄소 전환을 이뤄내는 게 최종 목표”라고 CO₂전환의 방향을 소개했다.

습식흡수공정 도식. 왼쪽 흡수탑 하단에서 배기가스가 나오고 상단에서 흡수제가 뿌려지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오른쪽은 열을 이용해 흡수제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재생탑.
습식흡수공정 도식. 왼쪽 흡수탑 하단에서 배기가스가 나오고 상단에서 흡수제가 뿌려지면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오른쪽은 열을 이용해 흡수제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재생탑.
실제 습식흡수공정 설비 모습.
실제 습식흡수공정 설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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