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인터뷰 -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강성석 대표

대마오일 합법화 위해 노력하고 있어
환자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마련됐으면

“저는 명왕성이 태양계의 일원이라고 배웠어요. 하지만 요즘은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명왕성을 행성으로 보지 않는다면서요? 모든 사회적·학문적 논의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마 역시 마찬가지예요.” 대마류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강성석 대표를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에 대해 소개해달라.
운동본부에서는 대마류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을 해왔다. 또한 대마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edical Cannabis’라는 용어를 처음 ‘의료용 대마초’라고 번역한 것도 운동본부 활동 중 하나다. 처음에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모인 단체로 시작했다. 2018년 법 개정 운동 이후로는 활동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대마와 관련된 UN 국제 협약의 내용이 일부 수정됐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협회를 설립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운동본부가 여전히 대마오일의 도입을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뇌전증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발작이 일어나며 주로 항경련제를 투여해 증상을 치료한다. 기존의 항경련제가 듣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발작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마오일을 복용하기도 한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대마오일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대마오일의 주성분 역시 CBD로 에피디올렉스와 동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은 현재 의약품의 형태로만 대마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에피디올렉스의 경우 제약 회사에서 특수의약품으로 등록해 단가가 높지만 국내 환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대마 자체가 합법화된 국가의 경우 이미 대마오일이 상용화된 곳이 많다. 대마오일이 다른 항경련제와 마찬가지로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감소와 진정에 효과가 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뇌전증 학회에서는 이미 2015년 초반에 대마오일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나와 더 이상 특수의약품 취급을 받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대마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 않나. 
대마에서 추출되는 THC의 경우 향정신성 성분으로 중독의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CBD는 THC와는 다른 성분이며 이미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다.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분을 대마에서 추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소 자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본다. 가령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타닐의 경우에도 중독 위험성이 낮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의약품의 사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악용될 여지가 있어 통제한다고 하지만 유독 대마류 의약품에 있어서 규제 수위가 높다. 

법안 개정 후 느낀 한계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누구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편이다. 그러나 대마류 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는 이러한 시스템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대마류 의약품의 처방이 거의 불가능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야 하는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세브란스병원의 에피디올렉스 처방률이 가장 높다. 또한 처방을 받아도 근처에 거점약국이 없다면 약을 수령하기 위해 서울에 위치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합법화 이후에도 대마류 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상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대마류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국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국에도 운영 가능한 필수업종으로 인정했다. 일본에서도 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마오일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학계와 의료계 등의 관련 논의가 훨씬 적다. 국제적으로 대마, 그중에서도 특히 CBD의 의학적 효능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THC에 대한 연구도 시작되고 있다. 올해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새로 발의된 것으로 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환자와 가족들의 입장을 향후 의료 정책에 반영했으면 한다. 

미국의 의료용 대마초 생산 시설에 있는 강성석 대표.
미국의 의료용 대마초 생산 시설에 있는 강성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