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준혁 기자 (btino516@skkuw.com)
일러스트 ㅣ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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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리셀시장은 MZ세대의 명품 소비 요인 

오프라인 매장은 경험을 공유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창구

명품을 구매하는 장면을 상상해봤을 때, 우리는 보통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흰 장갑을 낀 직원이 가방을 조심스럽게 포장해주는 과정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친구에게 기프티콘을 보내듯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서도 샤넬 가방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명품 사업의 온라인화가 계속되고 구매 계층이 젊어지며 명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명품 소비문화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명품의 의미 
사전적 의미에서 명품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좋은 질뿐만 아니라 장인 정신이나 희소성 등의 무형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 특히나 구매 과정에서 제품이 가져다주는 가치에 집중하는 ‘가치 소비’가 떠오르는 오늘날, 명품은 △가격 △소비자 평판 △심미성 △품질 △희소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최상위 평가를 받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의상학과 황선진 교수는 “명품에는 자사만의 헤리티지가 포함돼있고 소비자들은 구매를 통해 명품과 자신을 동일시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명품, 회춘하다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는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명품 소비를 선호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SNS를 자주 이용하는 MZ세대는 과시를 위해 명품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30대의 명품 구매 비중이 전체 연령대 중 50.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와 같은 명품 선호 현상은 비명품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협업품은 협업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임과 동시에 수량이 한정적이기에 높은 가치를 가진다. 디올과 나이키가 협업한 ‘에어 조던 1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은 *래플 당시 국내에서 35만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리셀 시장에서 약 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희소성을 지닌 명품은 리셀 시장을 통해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리셀 경험이 있는 서한별(러문 20) 학우는 “좋아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고 내가 가진 제품을 팔아서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명품의 사용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경험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쉽게 리셀 시장에 내놓고 대체 제품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명품 주문도 이젠 온라인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소비자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명품 브랜드 역시 판매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 학교 경영학과 전선규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명품 브랜드는 사업의 온라인화가 브랜드의 외재적인 가치를 감소시킨다고 여겨 온라인 판매를 지양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원과 고객 간 상호작용을 통해 구매하는 과정이 외재적인 가치를 형성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디지털화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많은 명품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에 착수해야 했다. 보수적이던 에르메스와 까르띠에마저 작년 한국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브랜드의 공식 온라인몰 이외에도 옥션이나 G9 등 많은 유통업체에서 명품관을 따로 오픈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찌 △샤넬 △티파니앤코 △펜디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명품을 구입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각광받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TV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홈쇼핑이다.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양방향성과 자유로운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점은 라이브 커머스만의 특징이다. 전 교수는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판매와 광고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며 “자유로운 콘텐츠를 통해 목표 소비자층에 적합한 판매 전략을 유연하게 수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험을 파는 오프라인 명품 매장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화에 힘쓰는 동안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하는 장소로 변화했다. 브랜드 이미지로 구축된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핫플레이스’가 되게끔 노력한다. 준지의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인 검은색으로 외벽을 칠하고 기하학적 도형을 본떠 디자인됐다.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전략 역시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다. 정지민(경제 20) 학우는 “이색적인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을 선호하는 20대에게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커피를 마시며 쇼핑과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며 반겼다. 
팝업 스토어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임시 오프라인 매장을 뜻한다. 이는 한정된 기간 동안 적은 비용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선호도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팝업 스토어는 다양한 주제와 판매 방식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 주얼리 브랜드인 티파니앤코는 2019년 8월 DDP에서 ‘티파니 다이아몬드’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티파니앤코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배윤하 점장은 “팝업 스토어에서 자사 다이아몬드의 가치와 윤리적 채굴 과정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원석을 세공하는 과정을 공개하며 티파니앤코의 장인정신과 철학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전략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나 제품의 경험 등 감각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더욱 유효할 것”이라 밝혔다.

청년에게 명품은 사치라고?
사회 변화에 따라 소비자는 게임에서 명품 브랜드를 접하기도 한다. 구찌는 자사의 앱을 통해 레트로 게임을 출시했고 루이비통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와 제휴해 루이비통의 로고가 박힌 무기를 출시했다. MZ세대에게 익숙한 게임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려는 명품 브랜드의 전략인 것이다. 황 교수는 오늘날 MZ세대의 명품 소비문화에 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년기에는 다양한 의류 소비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한도 내에서 이뤄진 소비라면 오히려 정서적 가치를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임.
◆래플=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한 구매 자격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부여하는 방식
 

에어 조던 1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