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다. 작은 소리에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크게 깜짝 놀랐다. 혼자 ‘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순간도 많았다. 향이 강한 탓에 유치원 때부터 먹지 않고 버텨 선생님과 끝까지 기싸움을 하게 만들었던 버섯, 가지, 깻잎은 아직도 먹지 못한다. 길을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들을 함부로 연민했다. 그들의 삶을 알지도 못한 채.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했으며 아직도 그렇다. 남들이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 그 누구보다도 더 슬퍼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뿜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고통이 두 배가 돼 다가왔다. 

이러한 ‘다름’은 스스로를 괴롭혔고, 나는 항상 괴로워했다. 극도로 예민한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던 어릴 때에는 누군가와 매번 싸우고 집에 씩씩거리며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나는 왜 이렇게 이상하고 유별난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생각의 끝은 무언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전가하는 것이었다.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인간관계의 많은 끊어짐이 필요했고, 수많은 자책과 죄책감이 필요했으며, 홀로 눈뜬 채로 고민하다 지새운 셀 수 없는 새벽이 필요했다.

‘나는 너무 예민하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어디서든 조심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을 때 책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를 알게 됐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에서는 초민감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자가 진단을 제시한다. 20개 문항 중 15개 이상의 문항에 ‘그렇다’고 답하면 ‘완전한 초민감자’다. 나는 16~17개의 문항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었다. 책이 제시하는 초민감자에 대한 정의와 특성은 나의 이상함과 아주 일치했다. 이후에 내가 특별히 예민하고 이상한 성격을 가진 잘못된 사람이 아닌,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는 민감한 부류의 사람들이 거칠고 잔인하며 민감성을 업신여기는 세상에서 이해와 인정을 받도록 돕기 위한 안내서라고 지칭한다. 내가 그랬듯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초민감자들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는 족쇄에 갇혀 스스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늘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사회는 보통 ‘다름’에 대해 인정하기보다는 잘못됐기에 고쳐야 할 것으로 정의하므로.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다름은 책의 내용처럼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초민감자의 뛰어난 직관과 섬세한 민감성, 따뜻한 마음은 점점 더 삭막해져만 가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자신의 예민함에 대해 더는 자신을 책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이상한 존재로 정의하고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무탈하게 살기를, 내일 하루 동안 안온하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김정현 차장 jhyeonkim@skkuw.com
김정현 차장
jhyeonkim@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