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최근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라는 책을 충동구매 했다. 그림의 ‘ㄱ’도 모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최고의 충동구매라고 할 만하다. 순전히 흥미를 끄는 제목 때문에 산 이 책은 그간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힘써온 법무법인이 그간의 상담 및 조언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종의 웹툰 계약서 작성 가이드다. 창작, 연재와 초기 유통, 2차 가공 문제 그리고 분쟁까지 창작 과정에서 있을 법한 법률적 고민을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은 모르겠고 확실히 웹툰 작가라면 한 권쯤은 구비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날이 높아지는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은 이제 언급하기도 새삼스럽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과 함께 문화 콘텐츠 하나의 흥행이 곧 해당 국가의 인지도 및 영향력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그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k팝의 약진 이후로 앞다퉈 쏟아지는 k-콘텐츠들은 당당히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하나의 주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k-웹툰’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난 11일 일본의 언론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카카오가 북미 웹툰 플랫폼과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기로 한 것과 네이버가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이 인터넷 만화 업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작자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정작 그러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는 최근의 실태조사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계약 시 불공정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0.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품 컷수와 함께 나날이 증가하는 노동 강도, 플랫폼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의한 출혈경쟁 부담,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한 수익 감소 등도 웹툰 작가를 괴롭히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작가의 방패가 돼주어야 할 에이전시와 플랫폼은 묵묵부답이다. 아니, 답을 낼 생각은 있을까. 

이는 비단 웹툰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0년 경기도가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 유튜버 등의 1인 창작자 56%가 이들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MCN 회사와의 불공정 계약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봤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는 ‘조치 없이 참았다’가 60%로 가장 많았다. 변호사 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에는 변호사 친구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 변호사 친구와 같은 인맥의 유무에 따라 내가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양이 달라지는 것은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도 안 된다. 우리나라가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하고,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그 길에 필요한 것은 변호사 친구의 동행이 아니라 잘 닦인 길 그 자체 아닐까.
 

손민정 부편집장0614smj@skkuw.com
손민정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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