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영 기자 (kimkty0816@skkuw.com)
일러스트 I 김지우 기자 webm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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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새롭게 주목받아
가상세계 속 다양한 형태의 범죄 우려돼

 

지난해 청와대는 어린이날을 맞아 건설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에 가상의 청와대를 지어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아바타로 가상공간에 접속해 정교하게 건설된 청와대 건물에 놀라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날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 부른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메타버스에 대해 알아보자.

현실과 가상을 잇는 징검다리,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현실을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투영시킨 형태를 말한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소장 이경현) 김덕진 부소장은 “가상현실은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행동의 성격이 강했지만 메타버스는 오랜 기간 다양한 주체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미국의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 활동한다는 내용이다. 메타버스는 최근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부소장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메타버스 언급량이 최근 5년간 언급량의 87%를 차지할 정도로 메타버스는 우리 곁에 급속도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비대면 시대가 불러온 메타버스 열풍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환경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는 컴퓨터 그래픽 및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대표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층 완성도 높은 3차원 가상세계의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5G와 같은 이동통신 기술이 더해져 메타버스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더욱 유연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김 부소장은 “메타버스는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콘텐츠”라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가상세계 안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면서 메타버스가 활용되는 영역은 게임 산업을 넘어 경제·정치 등의 전 분야로 확장됐다. 특히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데 거부감이 없고 새로운 자아의 모습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Z세대를 만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부소장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자연스럽게 가상세계를 즐기며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3차원 가상세계에 등장한 아바타
게임은 메타버스를 선도하는 주요 산업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국내 플랫폼은 네이버 Z가 운영하는 제페토로, 이는 △3D △얼굴 인식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아바타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제페토에서 다양한 가상세계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아바타를 가꾸거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다. 제페토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코인을 획득하고 소비하는 경제활동까지 가능하다. 김 부소장은 “직접 만든 아이템을 사고팔며 가상의 재화를 거래하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제페토의 인기 요인”이라며 “메타버스 안에서 단순한 취미 활동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와 같이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온 *온택트 시대에 맞춰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메타버스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팬 사인회에는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렸으며, 제페토 아바타를 활용한 블랙핑크의 댄스 퍼포먼스 영상은 한 달 만에 72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또한 메타버스를 이용한 가상의 아바타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이돌 그룹으로, 멤버들과 연결된 가상의 아바타 ‘ae(아이)’를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에스파 멤버들의 ‘또 다른 자아’가 발현한다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것이다. 실제로 ae는 현실 세계의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선보이는 등 획기적인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처럼 연예 산업은 디지털 세상에서 가상의 아바타를 생성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김 부소장은 “메타버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게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자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상, 일상이 되다
메타버스는 점차 △가상회의 △교육 △마케팅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일 순천향대는 SKT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을 진행했다. 가상의 대학 캠퍼스를 구현해 그 안에서 신입생들과 소통하며 비대면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네이버 역시 올해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입문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네이버는 코로나19로 인해 첫 출근부터 재택근무를 하게 된 신입사원들을 위해 제페토에서 3차원의 사옥을 구현했다. 이 공간에서 신입사원들은 동기와 함께 가상의 사옥을 둘러보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비대면 활동을 체험하기도 했다.

정치인이 유권자와 소통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신의 무인도를 만들어 선거 운동을 펼쳤다. 그는 무인도 코드를 공개해 유권자들을 초대했다. 바이든 섬에 방문한 유권자들은 가상의 선거 캠페인 사무실과 투표소를 둘러보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에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장민지 조교수는 “각자의 아바타로 게임 공간에 접속해 친밀하게 교류하는 것도 메타버스의 일환”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일상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더 이상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며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장 조교수는 “우리 일상에서 영위하는 활동의 대부분을 메타버스에서 실현할 수 있다”며 “별다른 VR기기 없이도 모바일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상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에 대한 법과 규제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있다. 가상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나 금전 사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부소장은 “익명화된 메타버스 안에서는 아바타 뒤에 자신을 숨길 확률이 높다”며 “가상세계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예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택트=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와 연결을 뜻하는 ‘온(On)’을 합친 용어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을 의미함.

 

에스파 멤버와 그의 아바타.에스파 공식 유튜브 계정
에스파 멤버와 그의 아바타.
ⓒ에스파 공식 유튜브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