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여준 기자 (yjyj0120@skkuw.com)

시대가 지나도 외모 관심은 오히려 높아져
외모 영향력 크다지만… 과도한 집착은 독

외모는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한국갤럽에서 관련 주제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생이나 운명에서 외모가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86%를 꾸준히 웃돌았다. 이를 증명하듯 오늘날에도 외모는 각종 사회·문화 현상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 인생에서 외모가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그 영향력에 관해 성찰해 볼 점은 없는지 알아보자.

“외모도 스펙”, 몸매 관리와 스타일링에 열 올리는 사람들
외모를 가꿔 아름답게 보이는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사였다. 시간이 지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외모 관리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에 의료 업종이 침체에 빠진 와중에도 성형외과는 매출 상승을 이뤄냈다. 하나은행금융경영연구소에서 자사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상승한 의료 업종은 △성형외과 △수의과 △안과뿐이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성형외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하며 매출이 46% 하락한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의료 업종과는 차이를 보였다.

외모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미디어 매체에서도 나타났다. 뷰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레어리RareLee’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구독자가 10배가량 상승해 약 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해당 채널은 단순한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 조언을 넘어, 특정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 유형을 알려주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캡모자가 안 어울리는 유형, 아이메이크업이 안 어울리는 유형을 소개하는 두 영상은 각각 조회수가 207만 회, 172만 회를 달성했다.

외모로 나만의 매력과 자존감 찾는 사람들
최근 화장품 산업에서는 ‘개인 맞춤형 화장품’ 개발이 대세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피부색, 피부 형태에 알맞은 화장품을 매장에서 제조해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일대일 맞춤 컨설팅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화장품, 머리 모양이나 패션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뷰티 컨설팅도 인기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퍼스널 컬러나 맞춤형 화장품 등의 새로운 메이크업 트렌드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요구를 충족시켜준다”며 메이크업이 개인의 매력을 찾는 수단이 됐음을 설명했다.
외모 관리는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바디 프로필은 운동이나 모델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일반인이 엄격한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몸을 관리해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는 화보를 뜻하는 말이다. 바디 프로필 촬영 경험이 있는 대학생 진정민(23)씨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촬영 소감을 밝혔다. 바디 프로필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사진작가 리마 씨도 “최근 들어 다양한 연령층에서 바디 프로필 촬영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하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이 바디 프로필 촬영을 목표로 정하고 엄격히 체중 관리를 하며 만족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가 지나도 인생에서 중요해져만 가는 외모
오늘날에도 외모 관리에 이목이 쏠리고 새로운 트렌드가 계속 생겨나는 이유는 외모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직도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외모가 취업과 같은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여긴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서 구직자 1672명을 대상으로 2020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약 75%는 외모도 ‘취업 스펙’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한 사람인에서 기업 37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용 평가에 지원자의 외모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기업이 55.6%에 달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에서 15년간 인사 업무를 맡았던 스타트업 ‘쿠쿠비타’ 남성운 대표는 “기업에서 면접자를 교육할 때 외모를 평가에 반영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면서 “이런 내용이 교육에 있다는 것은 실제로 면접자들이 지원자의 외모를 본다는 반증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진 씨도 “외적인 요소도 사회생활을 위한 경쟁력이자 필수 관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도 두 지원자가 같은 조건을 갖췄다면 외모가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외모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 곪는 사람들
이처럼 일자리를 구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는 외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체이형장애는 존재하지 않거나 남들은 인식하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신체적 결점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만드는 정신질환으로 전 세계 인구의 2% 정도가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이형장애는 부작용으로 얼굴이 망가지면서도 성형수술을 멈추지 못하는 성형중독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두영 교수는 “신체이형장애 환자 대부분이 자신의 문제를 마음이나 자존감이 아니라 외형에서 찾아 정신과 대신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다”며 “타인은 신경 쓰지 않는 외모의 작은 특징을 다른 문제와 연결하면서 외모를 개선하는 데 집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흔히 거식증이라고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증(이하 거식증)도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정신질환이다. 거식증은 체중 증가에 극심한 공포를 느껴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질환이다. 최근 SNS에서 해당 질환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을 자랑하듯 인증하는 ‘프로아나’ 현상이 생기면서 거식증이 조명받기도 했다. 거식증은 환자가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며 발생한다. 오산신경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일준 전문의는 “마른 몸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사회에서 그 신체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변해 거식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정을 받고자 하는 대상이 어떤 신체를 바라는지가 이상화된 신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이것이 거식증 환자에게 마르면 마를 수록 아름다운 몸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만든다”고 풀이했다.

영향은 주지만 본질은 아닌 것
남 대표는 “외모가 면접 때 인상을 좋게 하는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결코 채용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며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까지 하는 등 과도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외모는 분명 어느 정도 삶에 영향력을 끼치지만,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삶을 망가뜨리는 독이 된다. 진 씨 역시 “다이어트를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섭식 장애, 어지럼증, 우울증 등을 겪었을 것”이라며 체형 관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외형에 집착하다 내면을 황폐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면 어떨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672명 중 74.8%는 외모가 '취업스펙'이라고 답했다.사람인 홈페이지 캡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672명 중 74.8%는 외모가 '취업스펙'이라고 답했다.
ⓒ사람인 홈페이지 캡처.
일러스트 I 김지우 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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