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미래의 수익을 위한 현재의 부동산 투자 분석이 중요
국민과 공감대 형성을 통한 부동산 정책이 필수적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뜨거운 이슈다. 부동산은 거주목적도 있지만 자산을 불리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부동산학에서 바라보는 투자·투기와 함께 현재 부동산 정책을 분석해봤다.

우리를 둘러싼 학문, 부동산학
부동산은 쌀이 자라는 평야, 우리가 사는 주택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재산을 일컫는다. 부동산학은 이러한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이용 및 개발하는 원리를 연구하고 인간과 부동산의 다양한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부동산학 연구의 궁극적 목표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과 관련된 부동산법이나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부동산 정책 등 인간과 관련된 부동산의 다양한 영역이 부동산학의 연구 분야다. 다양한 부동산학 연구 분야 중 부동산 투자는 항상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사람들의 주요 자산인 부동산을 투자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요소로 분석하는 부동산 투자
부동산학에서 학문적으로 다루는 부동산 투자는 주로 기관 주도의 투자와 관련이 있다. 여기서 투자는 대부분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그중에서도 상가와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관한 것이다. 부동산학에서는 이러한 부동산 투자에 대해 정성적·정량적으로 분석한다. 정성적 요소에는 부동산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해당한다. 예를 들어 투자할 부동산 근방의 지역 경제, 투자할 건물의 접근성과 주변 입지 등을 정성적으로 분석한다. 또 다른 분석 요소인 정량적 요소는 부동산 투자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계량적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수익계산법에 쓰이는 방법 중 하나가 입지계수법이다. 입지계수법은 어떤 산업이 지역 내에서 전문화된 기반 산업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다. 입지계수는 지역 내 특정 산업 취업자를 그 지역 내 총취업자로 나눈 값이 분자에, 국가 내 특정 산업 취업자를 국가 내 총취업자로 나눈 값이 분모에 들어간 값이다. 입지계수를 1과 비교해 그 값이 1보다 크면 특정 산업이 해당 지역 내에서 기반이 되는 산업이라고 분석한다. 입지계수법을 통해 얻은 정보는 투자 수익성 예상에 기여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노승한 부교수는 “부동산 투자에 관한 계산은 투자 결정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가치를 계산한다”며 “현재 시점에서 미래 부동산 동향에 관한 개인의 주관적인 분석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노 부교수는 우리나라 부동산 투자의 특징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높아 부동산을 쉽게 매도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부동산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 글자 차이, 투자와 투기
투자와 투기는 경계가 모호하다. 둘 다 수익을 위해 부동산을 거래한다는 측면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주택법 제63조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를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 투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투기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구별할까.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동산을 얻는 목적에 있다. 투기는 투자와 다르게 취득한 부동산을 실제로 사용하고 관리할 목적이 아닌 오직 부동산의 가격 상승을 통해 양도 차익을 얻는 것만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일명 ‘LH 사태’도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예정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바라봤을 때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노 부교수는 “투자는 부동산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투기는 부동산의 가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부동산을 사고파는 초단타매매 등이 투기의 예”라고 설명했다. 투기의 문제점은 다른 사람의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농지 투기의 경우 실제로 땅을 이용하는 하는 농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된다. 또한 투기는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투기자들이 수익을 위해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부동산을 사고팔기 때문이다. 이는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투자자의 유입을 지연시켜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악효과를 불러온다. 투자 정보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피해 역시 투기의 폐해 중 하나다. 노 부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경우 주식시장보다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특히 부동산 투자의 주 영역인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보다 정보가 불투명해 투기가 빈번하고,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더불어 투기는 집값 상승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대한부동산학회 서진형 회장은 “투기가 몰리면 일정한 공급에 비해 수요가 증가해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투기 억제를 핵심으로, 그 결과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화다. 부동산 투기를 없애 부동산 관련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의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판단한 정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집값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위적으로 수요를 억제한 결과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증설을 결정했다. 그러나 일정 소득분위 이하라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조건과 중심가로부터 떨어진 입지조건 때문에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노 부교수는 “*소셜믹스에서 오는 차별과 낙인효과를 고려했을 때, 정부는 과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 간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서 회장은 “부동산도 하나의 경제재이므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민간 주체의 부동산 공급을 일부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오 시장 당선 이후 해당 공약으로 인한 재건축 아파트 기대 효과로 집값이 상승한 상태다. 서 회장은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재건축 규제를 점차 완화하면 장기적으로 정책의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셜믹스=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를 단지 내에 함께 배치하는 것.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수준의 주민들이 같이 거주함으로써 사회 계층 간 차이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