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기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 박다솜 기자
  • 승인 2021.05.24 18:52
  • 호수 1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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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습기자 생활을 마칠 때 썼던 수습일기를 꺼내 읽었다. ‘취재후기를 쓰게 될 시기가 돌아왔을 때, 내가 더 값진 열매를 얻은 기자가 되어있길 기대한다’는 마지막 문장이 자꾸 눈에 아른댔다. 프레스증을 반납한 뒤, 내 손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돌이켜보면 나는 신문사 동료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품을 판’ 기자였던 것 같다. 인터뷰하기 위해 왕복 6시간 거리인 진주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도 있었고, 인천의료원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서울도 강남과 강북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화상회의나 이메일로 인터뷰하면 되지, 왜 굳이 직접 찾아가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난 항상 웃으며 “그게 좋아~” 하고 답변하곤 했다. 

기사를 쓰며 가장 어려웠던 건 취재원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것을 기사로 옮기는 일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해 인터뷰 요청 메일을 써서 보내고 답장을 기다릴 때는 피가 바짝 마른다. 기사 마감 3일 전까지도 취재원을 찾아 헤맸던 기억은 아직도 아찔하다. 감사한 마음 탓인지 인터뷰를 수락해주신 취재원분들의 성함은 지금까지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내가 대면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는 취재원과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이야기 속에 그분의 열정과 기운이 함께 담겨 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정성과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배움을 얻고 그분들의 열정에 감화될 때가 많았다. 그럴 땐 양날의 검처럼 죄송스러운 감정이 따라 들어와 나를 쿡쿡 찌른다. 말씀해주신 모든 이야기를 기사에 담을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자 유족을 인터뷰하기 위해 진주에 찾아갔던 일이었다. 유족회의 회장님께서 피학살자 매립지와 유골 보관 컨테이너를 직접 보여주시며 당시의 이야기를 담담히 설명해주셨다. 취재가 끝난 후엔 감사하게도 저녁을 사 주셨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고속버스 차편도 직접 예매해주셨다. 취재비가 지원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나에게 ‘여기까지 와 주었는데 어떻게 그러냐’며 차표를 쥐여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회장님께 나는 “꼭 좋은 기사를 써서 보답하겠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었다. 서울로 돌아와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와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담아 최선을 다해 기사를 썼다. 그런데 기사를 교열하던 중 ‘르포기사가 아니기에 취재 당시의 자세한 일과 느낌은 기사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기사를 수정할 땐 너무 아쉬워 눈물이 났다. 내가 받은 호의와 정성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기사에 실리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는 내 가슴 속에 꾹꾹 묻어뒀다. 언젠가 어엿한 기자가 되어 마음 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전부 풀어놓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성대신문을 나오며, 나는 ‘꿈에 대한 의지’라는 열매를 얻었다.

 

박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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