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형 광학 현상의 새로운 이해 제시돼
SHG 위상 조절을 통한 ‘빛의 제어’ 가능성 대두

기자명 김가현 (webmaster@skkuw.com)

 

빛은 통신과 산업 분야를 걸쳐 일상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따. 빛은 인류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우리는 아직 빛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숙원인 빛의 제어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넓혀준 비선형 광학 연구를 살펴보자.

지난해 12, POSTECH 화학과 류순민 교수의 연구팀은 비선형 광학 현상 규명을 통해 빛의 제어의 지평을 넓혔다. 비선형 광학은 물질과 빛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선형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비선형 현상이란 입력에 있어 뒤따르는 응답이 선형이 아닌 현상을 일컫는다. , 비선형 광학이란 물질과 빛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선형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류 교수는 빛이 물질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나는 비선형 광학 현상은 빛의 진동수를 바꾸는 일과 고감도 분석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라며 비선형 광학 현상 연구의 중요성을 알렸다.

연구를 진행한 류 교수는 만약 물질의 최소 단위에 도달한다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라며 연구 비화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물질의 최소 단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비선형 광학 현상 연구에 사용되던 기존 모델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점을 발견하며 시작됐다. 기존의 비선형 광학 연구는 빛의 파장보다 더 두꺼운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에 집중했기 때문에, 물질의 최소 단위에서 일어나는 빛의 상호작용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차원 물질이란 아주 작은 원자가 한 겹으로 배열된 것을 일컫는다. 연구에서는 2차원 물질을 결합한 이종접합체인 이황화몰리브덴과 이황화텅스텐이 쓰였다. 연구팀은 연구를 진행하는 중 해당 이종접합체에서 발생하는 이차조화파 현상(Second-Harmonic Generation, 이하 SHG 현상)이 기존 모델로 설명될 수 없음을 발견했다. SHG 현상이란 비선형 광학 현상의 하나로, 같은 에너지의 광자 2개가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광자 하나를 생성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경우 생성된 광자는 기존의 광자가 갖는 에너지의 2배에 해당한다. 류 교수는 이러한 SHG 현상에 대해 기타 줄을 세게 퉁기면 기본음과 함께 한 옥타브 높은음이 생기기도 하는데, ‘배수 진동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이 현악기에서 일어나는 SHG 현상의 일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당 이종접합체에서 타원편광*의 결과를 관측하였다. 이는 이종접합체 내의 2차원 물질의 SHG 위상* 차이를 실측한 것으로, 연구 결과를 응용하여 SHG 위상을 조절할 경우 편광의 형태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형 편광, 원형 편광, 타원 편광 등의 편광 형태에 따라 사용되는 영역이 다르므로 SHG 위상차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빛의 제어에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SHG 위상을 실측하는 과정에서 이종접합체 내의 두 물질 간에 존재하는 위상 차이를 밝혀냈고, 이를 통해 SHG 위상 조절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전자기파인 빛의 위상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SHG 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미래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류 교수는 “SHG 현상의 원리를 이용하면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가시광선을 적외선으로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라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류 교수는 SHG 위상 조절과 관련하여 빛의 색깔을 직접 바꾸는 방법은 비선형 광학 현상이 유일하다라며 “2차원 물질을 이용한 나노 비선형 광학은 초소형 레이저, 광섬유 기반 통신 등의 미래 응용 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라며 향후 SHG 위상 조절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비선형 광학 연구의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비선형 광학 현상 이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비선형 광학 현상을 이용한 광컴퓨터, 태양에너지의 새로운 활용, 해저 통신 및 수중 측량의 분야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됐다. 류 교수는 레이저와 광섬유에 대한 기초 과학 연구가 현대 정보통신 사회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라며 미래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지만, 새로운 비선형 광학 현상에 대한 이해는 분명 새로운 응용 기술 개발로 이어져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더 나은 삶을 준비하는 데 기여하리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선형 광학의 미래를 논했다.

 

위상: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에 대하여, 어떤 시각·장소에서 변화하는 국면[물리학 용어]

편광: 전자기파에서 전기장의 진동 방향이 일정하거나 회전하는 현상의 총칭. 진동 방향에 따라 선형 편광, 원형 편광, 타원형 편광으로 나뉜다.

황화몰리브덴으로만 이뤄진 2차원 물질과 달리 이종접합체에 전자기파를 조사하면 서로 위상이 다른 이차조화파가 발생해 타원 편광이 관측된다. ⓒ POSTECH 홈페이지
황화몰리브덴으로만 이뤄진 2차원 물질과 달리 이종접합체에 전자기파를 조사하면 서로 위상이 다른 이차조화파가 발생해 타원 편광이 관측된다. ⓒ POSTECH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