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향’이라는 소설을 아는가? 일제시대를 살아온 작가 현진건이 그 당시의 조선을 보여주기 위해 쓴 작품인 이 소설은 고등학교 때에도 많이 읽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능’이라는 괴물에 쫓겨 그저 외우기만 했을 뿐 소설에서 느끼는 바라든지 그런 것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와서 하는 소리지만 다른 소설 보다 ‘현진건’이라는 작가가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기 쉽다는 것 뿐, 별다른 느낌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는 ‘고향’은 과거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읽은 ‘고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기차 안에서 옷차림이 아주 기묘한 남자를 보게 된다. 조선과 일본, 중국의 옷을 섞어 입은 그 남자는 곁에 있던 일본인, 중국인에게 말을 걸다가 그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인공에게 접근한다. 주인공은 처음에 그의 행동을 보며 애써 무시하려 했으나 그의 찌든 모습에 동정적으로 변하고 호기심을 느껴 결국 그의 지난 일들을 듣게 된다. 그의 가족은 고향에서도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일제의 착취로 소작료를 견디지 못하고 그나마 살기 좋다고 소문이 난 서간도로 간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 비참한 생활 끝에 그는 부모님까지 잃게 되었다. 그는  여러 곳에서 고생만 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가난하게 귀국하여 고향에 들렀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살았던 고향은 이미 사라지고, 이미 폐농이 돼 있었다. 탄식하면서 나오던 그는 읍내에서 자신이 아는 단 한사람을 보게 된다. 바로 14살 때 고향에서 자신과의 혼담이 있던 여자였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버지에 의해서 유곽으로 팔려갔다가 나중에 병들고 산송장이나 다름없이 돼, 쓸모가 없어지자 풀려나 고향에서 지금은 어느 일본사람의 집에 들어가 식모살이를 한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세가 같음을 알고 술을 나누고 헤어졌다. 주인공은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기가 싫어서 술을 마시고,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주인공과 그)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의문이 가는 점은 주인공의 처지다. 마지막에 그 남자의 이야기에 수긍을 하지만 처음 그의 태도는 곁에 앉아있던 외국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만약 그 남자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주인공은 과연 그에게 관심이나 가졌을까? 글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어느 정도 유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주인공이 그와 비슷한 처지였더라면 아마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까? 혹시 주인공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지식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에 수긍은 하지만 어떤 해결책도 가지지 않는 나약한 지식인, 지금 현재도 이 당시 보다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겨우 연명해가는 사람들…. 소외되어 버린 가난한 사람들. 이 사람들을 위해 과연 내가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니 새삼 부끄러워진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과연 이 두사람이 이야기를 하고있을 때 곁에 같이 동석해있던 일본인과 중국인은 그들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가난하고 무지한 것들의 한풀이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천한 식민지 백성들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나도 지금 이런 일본인이나 중국인처럼 방관자가 아닐까? 나 하나만의 행복을 위해 걸어가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박원진 편집장 pwj-hp@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