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농구 동아리 이름이 ‘농성회’라니. 입학 후 농구 동아리를 찾던 중 농성회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무슨 사회 운동 동아리도 아니고. 그럼에도 ‘중앙동아리’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 문자를 넣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회장이 되어 있었다. 

"Ball is Life". 내 삶에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기숙사에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아침 농구, 점심 농구, 저녁 농구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한여름에 땀에 찌든 옷을 입고 수업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 못했던, 한겨울에 손발이 다 얼어가는 와중에도 포기 못했던, 그런 농구다. 

에브리타임에 가입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것도 동아리 홍보 게시판에서 농구 동아리를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깐 주춤했던 시기, 두근대는 마음으로 첫 모임을 나갔다. ‘대학 동아리는 많이 다르겠지? 그러나 그 날이 내 농구 인생 최악의 날이 될 줄은 몰랐다. 드리블 실수에, 패스 실수에, 실수, 또 실수... 거기에 슛까지 하나도 안 들어가다니. 결국 힘들다는 핑계로 교체해달라고 부탁했다.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 채 농구코트 한 편에 쭈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형이 오셔서 내게 말을 거셨다. “승윤이라고 했지? 수비 되게 좋던데?” 그 날 스틸을 몇 개 하긴 했지만 계속된 실수에 잊고 있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아니라고 몇 번을 부정하다 결국 형께 그런 속내를 다 털어 놓아 버렸다. 그러자 형도 본인의 얘기를 해주셨다. 농구가 잘 안 풀릴 때 본인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그래서 본인은 그럴 때마다 수비든 공격이든 내가 한 발짝이라도 더 뛰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슛을 잘 못 넣을 수도 있다. 패스를 연결 못 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 함께 뛰고 있는 내 팀원들을 위해 한 발짝 더 내딛을 수는 있다. 때로는 팀원이 돌파를 할 때 상대를 몸으로 막아서며, 때로는 상대방과의 몸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아 공을 지켜내며 팀에 기여할 수 있다. 너무나 뻔해서 쉽게 지나쳤던 사실이 다시금 떠올랐다. 농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 모두의 조금씩, 조금씩을 모아 만들어 나아가는 스포츠라는 것. 가장 중요한 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었는데도 그걸 잊었던 것이다.

농성회에 지원하는 문자 중 절반가량은 이런 유의 말들을 포함한다. “잘 못하는데 지원해도 괜찮을까요?” 농구를 좋아하고 또 하고 싶지만, 자신의 실력이 민폐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혹시 이런 생각 때문에 지원을 못하셨다면 지금 바로 지원해주시길. 중요한 건 농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 뛰는 열정이니까. 당신의 한 발짝, 나의 한 발짝, 그리고 팀원들의 한 발짝으로 농성회는 오늘도 코트를 달린다.
 

박승윤(철학 20)
박승윤(철학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