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연구 Inside-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 김미소 교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메타물질 적용해 효율 늘린다
앞으로 상용화된 모습이 기대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수한 에너지를 만들고, 또 버리고 있다. 타자치는 손가락에서도 에너지가 나온다. 이렇게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메타물질을 활용해 이러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것을 구현해낸 연구가 있다.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 김미소 교수로부터 그가 박사 시절 서울대 윤병동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메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연구에 대해 들었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란 무엇인가.
에너지 하베스팅은 그냥 두면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만드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말할 때 생기는 소리 에너지와 같이 일상 속에서 사용되지 않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넓게 보면 태양 전지도 버려지는 태양 에너지를 모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이번 연구는 그중에서도 기계적 에너지 하베스팅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 걸어 다닐 때 생기는 진동과 같이 움직임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에너지를 모아 스마트소재를 통해 전기를 생성한다. 메타 에너지 하베스팅은 이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메타물질을 활용한 기술이다.   
 

기존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과 메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기존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기계적 에너지를 압전이나 스마트 소재를 이용해 전기로 바꿔서 필요한 곳에 공급했다. 여기에 활용된 메타물질은 걷기, 말하기, 심장 박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성된 진동 에너지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태양 빛에 그냥 종이를 놔두면 종이가 타지 않지만, 종이 위에 돋보기를 들고 있으면 빛이 모여 종이가 탄다. 메타물질은 이렇게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주는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한다. 메타물질을 활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사용되는 진동은 보통 주파수 1㎑ 미만의 기계적 파동이다. 진동뿐만 아니라 △소리 △소음 △지진파 △초음파 등 다양한 파동이 가진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을 때 메타물질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음향양자결정'은 어떤 물질인가. ‘음향양자결정’만의 특징이 있다면.
음향양자결정은 주기적인 구조 디자인을 가지는 메타물질의 한 종류다. 소리, 진동, 초음파 등의 에너지를 모으는 음향양자결정은 반도체의 ‘밴드갭’과도 비교된다. 밴드갭이란 에너지와 에너지 사이에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의미한다. 일정 정도 이상의 에너지가 가해지지 않으면 밴드갭 영역에는 전자가 이동할 수 없는데, 반도체는 이 원리를 이용해 전자의 이동을 조절한다. 음향양자결정도 비슷한 원리로 진동을 가둬 진동 에너지를 저장한다. 즉 사용자가 원하는 영역에 음향양자결정을 사용하면 그 부분에 진동의 파동 에너지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곳에 모인 에너지를 압전소자 등을 이용해 전기로 바꿀 수 있다.
 

향후 이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관해 논한다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목표는 몸에 심겨 있는 센서처럼 꺼내기 힘들거나 위험한 곳에 있는 센서의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다. 인공심박조율기 등 인체 삽입형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가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인체에 넣었을 때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함께 병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납이 첨가되지 않은 고성능 압전소재를 개발하는 등의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자들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웨어러블 기기나 작은 *사물인터넷(이하 IoT) 센서 전력 공급에 활용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센서 종류마다 다르지만 IoT 센서가 요구하는 전력량은 보통 마이크로 와트(㎶)에서 밀리 와트㎹) 수준인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생산한 전기는 이와 비슷한 수준이므로 센서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에너지 신소재 및 소자, 고효율 하베스팅 회로 등의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 이렇듯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자체도 완전히 상용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메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실생활에 활용된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메타물질은 그 개념이 나온 지 30년밖에 되지 않았고, 2000년대를 넘어서야 실제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사물인터넷=사물에 센서를 붙여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받을 수 있는 기술.

 

ⓒ김미소 교수 제공
ⓒ김미소 교수 제공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메타물질. 이 메타물질이 있는 공간에서는 소리가 조절된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메타물질. 이 메타물질이 있는 공간에서는 소리가 조절된다.
ⓒ김미소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