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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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없는 성질을 가진 메타물질
기술적 한계 극복해 미래로

세탁 후에도 형태가 보존되는 속옷과 한여름 스키장에 쌓여있는 인공 눈. 전혀 다른 물질처럼 보이지만 모두 인류가 새롭게 제조한 소재인 ‘신소재’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 인류는 신소재를 만나 하루하루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신소재를 넘어서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특성을 가진,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들어가야 할 물질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新)소재를 넘어선 신(神)소재, 메타물질에 대해 알아보자. 

그것이 알고 싶다, 메타물질
메타물질은 신소재 중에서도 자연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성을 갖도록 만든 소재다. 반복적인 구조를 디자인해 그 성질을 만들며, 현재 많은 기술의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메타물질의 특성 중 하나는 굴절률을 조절하는 것이다. 진공 상태일 때와 자연 상태일 때 빛의 속도의 차이를 나타내는 굴절률은 전기장에 의한 물질의 반응도인 유전율과 자기장에 의한 물질의 반응도인 투자율을 이용해   유전율*투자율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는 물체에서 반사돼 나온 빛이 망막에 맺히면서 물체를 본다. 이와 같은 자연 상태의 굴절률을 조절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빛은 메타물질에 반사되지 않고 물체의 표면을 따라 휘어져 물체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이는 우리가 영화 속에서만 보던 투명망토를 실현하게 하는 원리가 된다. 이처럼 빛과 관련된 특성뿐만 아니라 소리와 관련된 특성을 조절해 소리의 파장을 가둘 수도 있다.  
 

메타물질의 핵심, 메타원자
그렇다면 메타물질은 어떻게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굴절률’을 지닐까? 메타물질의 핵심은 나노기술을 이용한 메타원자에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은 규모로 이루어진 물질 구조에서는 빛이 물체를 빗겨 지나간다. 메타원자를 이용해 메타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만들고 싶은 메타물질의 성질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빛을 휘게 하는 메타물질을 만들 것인지, 소리를 휘게 하는 메타물질을 만들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그 후 만들고자 하는 메타물질의 특성에 맞게 메타원자의 크기와 재료를 정한다. 빛은 소리보다 파장이 훨씬 짧기 때문에, 빛을 휘게 하는 물질은 소리를 휘게 하는 물질보다 메타원자의 크기를 작게 해야 한다. 메타원자가 빛의 파장과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메타원자의 재료의 특성에 맞는 공정 과정을 거친다. 광학과 전기 분야에 관련된 메타원자는 나노공학을 통해 만들어지고, 상대적으로 파장이 큰 음향 분야에 관련된 메타원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메타물질 
이처럼 메타원자를 통해 원하는 특성을 가진 메타물질을 만들면 이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에도 메타물질이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 메타물질을 이용한 초박막 렌즈가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비금속 입자와 고분자가 합쳐진 혼합물이 메타원자의 역할을 한다. 포항공대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는 “초박막 렌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로 특정 구조체를 만들어서 빛을 가둬야 하는데, 이때 구조체를 구성하는 재료의 굴절률이 높을수록 빛을 잘 가둘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낮은 공정 속도 △높은 비용 △제한된 공정면적 크기 등 공정상의 한계점과 빛의 분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렌즈의 *수차 등 초박막 렌즈 연구가 극복해야 할 광학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초박막 렌즈가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해결에도 메타물질이 활용될 전망이다. 메타물질이 활용된 하이퍼 렌즈를 통해 바이러스 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광학 현미경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한 메타물질을 활용해 가능한 것이다. 광학 현미경으로 물체를 보기 위해서는 물체가 반사한 빛이 눈까지 들어와야 하는데, 물체의 크기가 빛 파장보다 작으면 빛을 멀리까지 반사하지 못해 물체를 볼 수 없다. 이를 회절 한계라고 한다. 전체 파동의 수, 즉 전체 파수는 수평 방향 파수 제곱과 수직 방향 파수 제곱의 합이다. 만약 아주 작은 물질을 관찰한다면 수평 방향의 파수가 전체 파수보다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전체 파수 공식에 따라 수직 방향의 파수는 허수가 되고, 이는 구조체의 정보가 기록 소자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것, 즉 회절 한계로 이어진다. 하이퍼 렌즈는 수평 방향으로 큰 파수를 갖는 성분이 수직 방향으로도 허수를 갖지 않는 특성이 있다. 파수가 크다는 것은 빛이 그만큼 짧은 파장을 갖는다는 의미다. 노 교수는 “물체의 크기보다 짧은 파장을 갖는 빛의 정보는 기존 자연계 물질 내에서는 멀리 가지 못하고 금방 소멸한다. 반면 하이퍼 렌즈에 쓰인 메타물질에서는 빛의 정보가 소멸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게 돼 회절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입으면 몸이 투명해지는 투명망토도 유전율과 투자율을 조절해 빛을 휘게 하는 메타물질을 활용해 구현할 수 있다. 이는 국방 분야에서 *스텔스기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운용하는 F-22는 기체의 일부에 메타물질을 활용해 레이더 전파를 일부 흡수하기도 한다. 또한, 잠수함의 경우 소리 파장을 흡수하는 메타물질이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메타물질은 부분적으로 상용화돼있다. 한편 메타물질의 재료가 되는 물질은 한정돼있다. 다양한 물질을 메타물질로 가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다면 메타물질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수차=물체에서 나온 빛 중 일부가 상을 제대로 맺지 못하고 빗나가는 현상.
◆스텔스기=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만들어진 항공기.

 

서여진 외부기자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소음ㆍ진동=Journal of KSNVE』 제24권 제5호
투명망토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와 작동하는 경우의 파동의 진행.
ⓒ『소음ㆍ진동=Journal of KSNVE』 제24권 제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