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인터뷰-'여래여거' 이승선 셰프

손님에게 따뜻한 온도의 초밥을 줄 수 있어 행복해
앞으로 초밥 외의 다양한 메뉴 개발해보고 싶어

이화여대 정문을 지나 왼쪽 골목길로 들어가면 작고 소박한 초밥집 하나가 등장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정겨운 분위기, 맛있는 초밥으로 소문난 오마카세 초밥집 ‘여래여거(如來如去)’는 ‘이대의 축복’이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예약이 어려워 방문하기 힘들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인 여래여거의 이승선 셰프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래여거에 대해 소개해달라.
여래여거는 여여히 왔다가 여여히 가시라는 의미로, 손님들께서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다. 또한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라는 인연을 뜻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셰프가 되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영문학과를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에 진로를 고민하던 중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카페를 운영해봤지만 카페에서는 손님과의 만남이 일회적이라 아쉬웠다. 음식 이외에도 다양한 것을 제공하는 요식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27살에 일식 요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7년간 10곳의 일식집을 전전하며 요리를 배웠고 작년에 처음 독립해 여래여거를 열었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으며, 무엇보다도 가게를 방문해 주시는 새로운 인연과 유대감을 쌓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에 소규모로 저녁 타임만 운영하는 이유는.
우선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나가지 않는다. 작고 소박한 음식점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받지 말자는 신념도 큰 이유다. 보통 오마카세 가게는 매출의 30% 정도를 식재료비에 쓰지만 여래여거는 70%를 사용한다. 이윤 창출보다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운영하는 가게다. 

혼자서 운영하는 업장이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제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 타임에 6명을 받았지만 지금은 한 명을 더 늘려 7명을 받고 있다. 개업 초기에 한 달 정도 점심 타임을 운영해 봤지만 잠을 거의 못 잘 만큼 바빠져 저녁 타임을 2부제로 나눠 운영하게 됐다.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래여거를 운영하며 힘든 점은.
여섯 평 남짓한 작은 가게라 학교 앞 문방구 같은 느낌의 정겨운 식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예약을 받는 날에는 2,000여 통의 문자가 쏟아진다. 예약 명단 관리처럼 아주 사소한 것까지 혼자 관리해내느라 힘들 때도 있다. 식사를 준비하고 대접할 때면 2시간짜리 연극 무대를 홀로 이끌어가는 기분이다. 연극 한 편을 올리기 위해 배우가 대사를 외우고 분장하는 것처럼, 손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정성 들여 재료를 손질하고 가게를 정돈한다. 오마카세를 운영하며 무엇보다도 힘든 점은 사람을 대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친밀감과 유대감을 갖고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여래여거가 단순한 평가의 대상으로만 여겨질 때 속상하다.
 

오마카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소규모의 손님만 받아 적정한 온도의 음식을 내어드릴 수 있다는 것이 오마카세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초밥이 식기 전 즉석에서 한 점씩 내어드리며 초밥이 가장 맛있는 순간에 요리를 드릴 수 있다. 손님들도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이처럼 오마카세는 지친 삶에서 잠깐이나마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식사하면서 손님과 나누는 대화도 오마카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한번은 소설가 손님이 오셔서 식사 시간에 작은 북토크가 열리기도 했다. 일반적인 초밥집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여래여거의 매력과 원동력은.
일반적인 오마카세들은 격식과 품위를 강조하는 곳이 많은 데 반해 여래여거는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손님들께서 자주 방문하는 것 같다. 세련된 음식점보다는 편안한 가정집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언젠가 단골손님께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오시기도 했다. 손님께 여래여거가 편안한 장소가 된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여래여거의 원동력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간을 좋아해 주시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손님과 사장의 관계를 넘는 인간적인 친밀감이 쌓일 때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손님께서 여래여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문자를 주실 때면 덩달아 행복해지기도 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대학가가 아닌 다른 성격의 지역으로 옮겨가보고 싶다. 주거 지역이나 상업 지역 등 다양한 곳으로 이동해가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다. 지금은 여래여거가 초밥 오마카세로 정체성이 굳어졌지만 앞으로는 초밥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보고 싶다. 다양한 목표가 있지만, 끈기를 가지고 가게를 꾸려나가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잘 버텨내면 또 다른 동력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사진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사진 박수빈 기자 tvsu08@
여래여거 내부 전경.사진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여래여거 내부 전경.
사진 박수빈 기자 tvsu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