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난독증은 학습장애의 일환으로 다양한 영향 미쳐 
사회적 낙인과 폄하 대신 인식 개선의 노력 필요

“너 난독이니?” 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할 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얘기를 할 때, 맥락에서 벗어난 담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 주변에서 농담처럼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과연 난독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난독이 아니라 난독증입니다

난독증은 학습 장애 중에서도 읽기 장애에 해당하는 질환이다. 대한난독증협회는 난독증을 단어와 철자의 인식해독에 문제가 있고 언어인지의 정확성과 유창성이 떨어지며 음운소의 인지가 부족한 상태로 정의한다. 이 경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어휘력과 독서 능력 등이 감소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질환 소개에 따르면 난독증은 시각 청각 감각통합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한글은 쉬워도 읽기는 어렵다면

난독증은 주로 기초교육이 시작되는 초기 학령기에 발견된다. 초기 학령기는 아동 발달 단계상 7~12세 사이의 초등학교 재학 시기로, 이 시기 집중력 부족이나 산만함 등의 교사 보고를 통해 확인된다. 의정부시 동암초교에 근무하는 안수진 교사는 진단검사 결과나 담임교사의 관찰을 통해 난독증이 의심되면 특수교사 혹은 시설과 연결된다고 전했다. 특히 초등교육 시기는 기초 사회화와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이 시기의 학습이 지연될 경우 이후 학업의 지속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난독증은 대부분 선천적 난독증에 해당한다. 이 경우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 비해, 후천적 난독증은 매우 드물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뇌졸중 등의 질환 후유증에 의해 발생한다. 난독증 치료 전문기관 다솜치료교육센터의 김은희 대표는 난독증은 또래보다 읽기 수준이 2~3년가량 지체되는 경우라며 학습 부진이 지속되면 정서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장기적 학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각적 난독증의 경우 문자를 인식하는 시각 정보처리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난독증의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는 얼렌증후군은 주로 시신경 세포에 문제가 발생해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다. 반면 청지각적 난독증은 주로 음운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김 대표는 뇌가 *음운 표상을 기억하는 과정은 음소 단위로 얼마나 명료하게 저장되느냐에 따라 다르다청각 정보의 처리능력이 떨어지면 음운 정보의 처리에도 영향이 간다고 설명했다.
 

국내 난독증 유병률은 세계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국내 환자 중 글을 아예 읽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독증은 주로 단어 음절 음소 인식 순으로 발달하는 음운 인식능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표음문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난독증 환자가 단어를 인식하기가 비교적 쉽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표음문자 중에서도 철자와 소리가 다른 알파벳에 비해 한글은 상대적으로 읽기 편한 문자라고 전했다.

 

마스크와 화상 수업 속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현재 국내의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공교육의 경우 특수교육진흥법에서 난독증을 학습장애의 하나로 규정하고 적절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대학교 재학 시 난독증의 진단 난독증 아동 교수법 통합적인 학습장애 등에 대해 배운다. 안 교사는 온배움튜터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장애 진단을 받은 난독증 학생에게 일대일 지도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또한 시도 교육청 단위로 학습 부진 및 특수아동 지도에 대한 직무연수가 별도로 이뤄진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장기화로 인해 교사와 학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수업 및 비대면 원격수업이 지속되며 학습 지원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담임 교사가 아동의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과 권정민 교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녹화가 아닌 실시간 줌 수업이 많이 활성화됐다현재는 단순한 원격이 아닌 블렌디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종시 한 초교에 근무하는 남모 교사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입 모양과 발음 등이 학생들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언어 발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읽기 능력이 부족해도 음성을 통한 이해가 빠른 것은 난독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언어적 상호작용이 차단된 비대면 상황에서 난독증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이유다. 권 교수는 언어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 측면인 만큼 특히 저학년으로 갈수록 실시간 화상 수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단순한 녹화 수업만으로는 학생들이 언어 능력 형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잘 읽을 수 없으면 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가
 

한국은 읽기 쉬운 한글을 사용하는 만큼 실질적 문맹률이 낮고 국민의 문해력 평균 수준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학습 부진과 학습 장애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게으르거나 산만하다며 아동을 탓하는 것은 결국 학습에 대한 혐오나 부모 내지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표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좌절감이나 우울 등의 심리적 문제로 발전한다. 난독증의 원인을 단순한 학습량 부족이나 부모의 무관심으로 치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난독증은 조기에 발견해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난독증의 심각성에 비해 아직도 사회적인 인식은 미비한 측면이 있다. 난독증 자체는 하나의 질환이지만 사회적으로 난독이라는 표현이 다소 관용적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난독증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난독증이 의심되는 경우, 교사의 검사 권유에도 낙인 효과를 우려해 거부하기도 한다. 남 교사는 특수아동 검사를 위한 학부모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검사 후에는 특수교육 전문교사와 함께 학생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난독증 지원조례가 입법화된 후 아동은 물론이고 그 가족도 더 명확한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 시도교육청별로 치료 센터 등 다양한 지원기관과 연계한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난독증의 홍보와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음운 표상=뇌에 기억되는 단어의 음운 정보.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