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대학을 교육과 연구라는 두 요소로 나눌 때 ‘학부연구생’은 이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학부연구생이란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학부생을 말한다. 우리 학교는 학부생의 연구 수행 시간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개별연구학점제 △우수학부생연구학점제 △팀연구학점제를 마련하고, 정부 부서나 여러 재단 아래 운영되는 S-HERO, URP 등과 같은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는 책상 위에서의 공부와 현장에서의 적용을 동시에 경험하는 기회다. 학부연구를 경험한 학부생, 학부연구생과 함께 연구한 산업체, 우리 학교에서 학부연구생으로 지냈던 교수를 만나 각기 다른 전공 및 연구 분야의 유경험자 각자의 시선에서 학부연구를 바라봤다.


“어떤 교육자가 돼야 할지 알게 됐어요”
김리연(교육 18) 학우

ⓒ김리연 학우 제공
ⓒ김리연 학우 제공

학부연구생 지원 계기와 방법은 무엇이었나.
학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학부연구생 활동이 주로 이공계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인상이 있었기에 인문·사회 전공생으로서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해당 연구실 지도교수이신 우리 학교 교육학과 배상훈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할 예정이어서 공부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공부하며 흥미롭게 읽었던 연구 자료들이 데이터 수준으로부터 가공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지원서에는 별도의 조건 없이 참여 이유나 관련 경험 여부 등을 간단히 적었다. 지원 당시에는 앞으로 진행할 연구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아 필요한 전공 지식이 가늠되지 않았고 혹여나 부족하진 않을지 우려했으나 결과적으로 학업을 수행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번에 진행한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설명해 달라.
사회정서적 발달 경험과 학습 역량을 측정하는 8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전후 교육 형태와 사회적 경험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요인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심적 편안함 △어른과의 심리적 친밀감 △역경에 대한 극복 의지 △자기주도적 학습 △학교에 대한 인식 △협동 학습 △활동지향성이 포함된다. 학부연구생들은 설문조사가 완료된 상태에서 연구의 중간 과정부터 투입됐다. 8가지 요인을 학부연구생 4명이 각각 2개씩 맡아 코로나19 전후 각 요인의 변화와 그 원인을 분석했다. 요인 간 관계 분석도 중요했기에 학부연구생들이 함께 토의하는 시간이 많았다. 본 연구는 초·중·고등학생이 대상이지만, 학부연구생들도 학생으로서 직접 경험한 내용이기에 원활히 분석할 수 있었다. 학부연구생들 간의 토의 후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님이 차례로 연구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했다. 일련의 연구는 4개월간 진행됐다. 해당 연구는 학점으로 인정받는 제도에 속하지는 않았다.

학부생이 바라본 사범대학의 학부연구가 궁금하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스스로도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자기주도적 학습 △협동 학습 요인의 향상을 포함한 연구 내용 속 요인들이 향상됐다고 느꼈다. 또한 이러한 학습 역량 강화의 경험을 재생산해낼 수 있는 교육자가 되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전공 지식을 활용해 연구 과제를 해결하며 배움에 대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단순 노동 작업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서면 설문조사 응답 결과를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과 특징을 미리 살펴봤던 것은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도움이 됐다. 진로가 꼭 대학원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경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학부생들이 교육계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면 전체적인 교육 과정에서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도교수님께서 “교육학 연구는 현장에서의 실천을 전제하고 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교육 연구자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현장의 교육 관계자들이 이를 개선해나가면 교육의 질이 끊임없이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교육 분야, 나아가 인문·사회 분야 학부생들에게도 연구 참여 지원이 더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에이딘로보틱스(대표 최혁렬·이윤행) 
이현용 기술팀장

 

ⓒ이현용 기술팀장 제공
 ⓒ이현용 기술팀장 제공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산업체로 참여한 계기와 그 방법은 무엇이었나.
 ㈜에이딘로보틱스는 성균관대 내 연구실부터 성장한 산업체로 현재 산학협력단 건물에 위치한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교내 사업을 잘 알고, 우수한 학부생들이 많은 것을 체감한다. 그래서 ‘S-HERO’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연구생과 함께 연구해보고 싶었다. 기존 연구원들에게서 얻기 힘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학부연구생으로부터 얻어 기존 연구의 활용 방향과 분야를 넓힐 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학부생들에게 연구 경험을 제공해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리라고 생각해 참여했다. 선발 과정에서는 학부생의 적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문항들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각자 강점을 지닌 학부생 4명을 선발했다. 산업체 멘토는 부품 선정 등 실무적으로 시제품 로봇 제작을 지원했고, 지도 대학원생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의 현실적 구현 가능 여부에 관해 조언했다. 지도교수이신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최혁렬 교수는 연구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강의를 진행했다.

작년 S-HERO 4차년도에서 진행한 ‘구형 자율 배달 로봇’에 대한 연구를 설명해 달라.
최근 배달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른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한 배달 로봇 개발을 연구했다. 바퀴의 크기가 클수록 큰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몸 전체를 바퀴로 고안했다. 그 결과 내부에 물건을 싣고 오뚜기처럼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주행하는 구형 로봇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연구팀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기는 힘들었기에 화상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로봇을 조립할 때만 모여서 활동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학부연구생이 고안한 아이디어를 시제품 로봇 제작으로 실현해내는 것이다. 산업체가 이를 상용화하고 안정적인 신제품으로 내놓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학부연구생의 선행연구가 큰 도움이 됐다.

산업체가 바라본 공과대학의 학부연구가 궁금하다.
졸업 전 본인이 로봇 관련 분야와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연구 이후 산업체나 연구실로 진로를 결정하면 미리 팀워크를 맞춘 연구원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학부연구생은 연구에 필요한 전공 지식이 부족할 수 있으나 계속해서 채워나가면 된다. 실제로 이번 연구팀의 경우 컴퓨터 시스템과 관련한 로보틱스 지식이나 로봇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부족한 학부연구생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모두 자율적으로 영상 처리 기술이나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학습을 병행하며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문제가 없었다. 또한 공과대학 학부 과정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산업체와 연계된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의 경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학부연구생 활동이 공식적으로 널리 홍보되지 않아 학부생들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지원 산업체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 또한 차후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치는 더 많은 학부생들이 산업체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활발한 지원을 기대한다.



“제 연구실에서도 학부연구생과 함께하고 싶어요”
경북대 화학과 조대흠 교수 

ⓒ조대흠 교수 제공
ⓒ조대흠 교수 제공

우리 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재학 당시 학부연구생 지원 계기와 방법은 무엇이었나.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읽고 외우기보다 책에 없는 새로운 내용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었다. 또한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따고 싶었다. 그러던 중 4학년 때 대학원 과정을 미리 시작하는 느낌으로 학부연구생에 참여했다. 학부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강의가 ‘물리화학2’였다. 본래 좋아했던 수학과 물리를 바탕으로 화학적 현상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좋았고, 다른 강의들에 비해 이해가 어려운 내용이었던 만큼 오기로 독학을 이어가며 재미를 붙였다. 그래서 해당 강의의 교수님을 찾아갔는데 그분께서 우리 학교 화학과 이진용 교수님 연구실을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우연히 이 교수님을 찾아뵙고 연구 주제에 관한 상의 후 연구실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교내 제도를 통해 3학점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화학과 교수가 되었다. 학부연구생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연구 분야를 설명해 달라.
물리학에서 쓰이는 양자역학 원리를 적용해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양자화학 분야를 연구한다. 수식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학적 현상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실험 기구로 관측하기 어려운 움직임까지 미세하게 관측한다. 학부연구생 당시 원소 ‘루테늄’을 기반으로 한 촉매의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현재는 한국연구재단의 ‘세종과학펠로우십’에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고효율 태양전지 소재 개발을 연구 중이다. 전기를 생산해내는 태양전지가 빛을 흡수하는 과정을 양자화학으로 설명하고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양자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주제로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다.

전 학부연구생이자 현 교수로서 바라본 자연과학대학의 학부연구가 궁금하다.
학부연구생이었을 때의 연구 활동은 전공 공부에서 무엇을 배워야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목표를 제시해줬다. 연구 주제로 인한 목표 의식으로 전공 공부에서 놓쳤던 내용을 찾아가며 공부할 수 있었다.
교수로서 학부연구생 활동은 강의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 연구를 통해 능동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이력을 세워나가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직 연구실에 학부연구생은 없지만 빠른 시일 안에 함께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다. 또한 학부연구생 활동은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연구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학부생들이 연구를 대하는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물론 학부생이 추후 연구실에 합류하지 않더라도 학부생이 연구를 경험해보면 추후 연구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학교 학부연구에 대해 조언하자면.
학교 차원에서의 지원은 활발한 것 같다. 교수, 대학원생, 그리고 학부연구생 개개인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을 통해 더 나은 환경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학부연구생에게는 현재 공과대학 등에서 존재하는 연구 결과발표대회를 전 학교 단위로 열어서 포상하는 방식도 좋다고 생각한다.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이 높은 요즘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다. 대학원생의 경우 본인 업무를 병행하며 학부연구생을 가르쳐야 하고, 다른 학생이 오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학교 차원에서 대학원생의 조교 의무를 줄여주거나 학점을 인정해주는 등의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학부연구생들에게는 학부연구생 중에서 가장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이 들 때까지 열심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학부연구생 활동이 단순한 ‘경험’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연구’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지도교수님께 과외를 받는 격이고,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실질적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학부연구생으로 시작해 이어진 2년 반의 연구 끝에 유·무기화학 분야에서 저명한 저널에 제1 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교수의 위치에서 학부생들과 소통하며 꿈과 열정을 주는 좋은 교수가 될 테니 우리 학교 학부연구생 분들도 주어진 시간을 잘 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