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를 타고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해외에서 백 킬로미터를 매일 같이 달리며 출퇴근하는삶이 고달프지만, 우리 사이에 놓인 몇천 킬로미터를 생각하면 네게 참 많이 고맙고 미안해. 같이 혜화와 율전을 다니며 동아리 활동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취업 선물로 누가 핸드크림을 주래! 달짝지근한 핸드크림 향기 때문이었나 하루종일 네 생각이 나고 괜히 전화도 걸어보면서 너에 대한 마음이 커졌나 봐. 사실 그 전부터 좋아하는 노래나 여러 이야기를 하며 꽤나 잘 통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냥 오빠 동생 사이일 때 우리 둘이 갔던그 흔한 강남 곱창집, 사당 훠궈집, 어느 골목이었는지도 모르는 술집, 빙수집, 돈까스집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너와 함께해서 그랬어. 샤워를 하다 말고 너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전화가 끊길까 봐 물기를 채 닦지 않고 달려가 전화를 받던 때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마무리되면 좋을 텐데, 얄궂은 현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더라. 이놈의 회사는 무슨 신입사원을 이 억만 리 떨어진 타지로 파견을 보내는 거야! 뜬금없이 2년이란 시간을 떨어져서 보내야 한다니. 마치 군대… 심지어 시차도 맞지 않아서 연락도 어렵고. 사실 뭐 이런 난관은 여러 모습으로 어느 연인에게나 찾아오겠지만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며 힘들어하는 네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지만 괜히 신경 쓰게 할까 봐 금방 들킬 거짓말도 뿡뿡했던 게 정말 내 머리를 콩 쥐어박고 싶을 만큼 미안해! 정말 네 말대로 우린 어리석어서, 특히 내가 더 어리석어서, 실수하고 넘어지고 그래서 아플 때도 있나 봐. 지난번에는 동네 공원에서 손 꼭 잡고 말다툼한 적도 있었잖아. 그때처럼 어려움이 있어도 같이 손잡고 보란 듯이 걸어가자. 나는 여기 있고 너는 거기 있어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 심장은 끝끝내 포개질 수 없겠지만 서로에게 뛰는 심장으로 함께하자.  

아침 출근길은 여러 방면에서 대학교의 9시 수업보다 더 끔찍한데 네 생각을 하면서 이런저런 싱싱한 글자를 모아 보글보글 졸여보니 졸렸던 아침이 괜히 몽글몽글해졌어. 얼른 코로나 상황이 풀려 왕래가 자유로워지고 여기저기 마음껏 같이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너와 함께라면 그곳이 혜화든 율전이든 파리든 로마든 상관없을 텐데! 나의 평범한 하루를 꿈같은 하루로 만들어주는 네게 사랑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