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소희 기자 (choeehos0810@skkuw.com)

‘안녕하세요 성대신문 보도부 조소희 기자입니다.’ 내 이름 석 자 뒤에 따라붙는 기자라는 호칭이 익숙해질 때 쯤 성대신문 정기자가 됐다. 나도 모르게 기사가 술술 써지고 피드백이 쏙쏙 보인다는 신비한 정기자의 경지. 드디어 정기자로 승격한 발간 1주차였다. 준정으로 시작할 무렵 한글 파일에 썼던 내 글이 기사 지면의 모습으로 탄생한 pdf를 보고 신기해서 몇 번이고 들여다본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정기자다. 정기자가 된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었길 내심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정기자로서의 1주차는 순탄치 않았다. 코로나19 상황과 방학을 거쳐 한껏 게을러진 내가 감을 잃고 드디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건가 싶었다. 어렵지 않게 하던 것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현재 취재후기를 작성하고 있는 2주차 발간은 더욱 험난했다. 방중활동부터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기획기사가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주차였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 표본을 수집하기 수월하리라 생각했던 설문조사는 약 3주에 걸친 마음의 짐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은 꿈속에서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온갖 방법을 써도 늘지 않았던 설문조사 참여율이 하루아침에 늘었다. 행복에 겨워 눈을 떴는데 꿈이었다. 말도 안 되게 행복한 꿈은 때론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단 1명도 늘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였다. 눈에 보이는 대로 학과 학생회의 계정에 무턱대고 설문조사 홍보를 부탁하고 죽어있던 팀플 단체 톡방에도 설문조사 참여를 유도해 생기를 불어넣었다. 준정기자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인터뷰이의 답변이 당연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분명히 걸음마를 뗀 듯했는데 다시 기어 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문사 일이라면 뭐든 잘해내야 할 것 같은 정기자가 됐는데도 왜 이렇게 버거운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내가 그동안 무심하게 넘어갔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 건 아닐까. 어울리지 않는 조사, 반복되는 문장 구조, 인터뷰이가 내어주는 시간 등 언급하면 끝도 없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소한 부분들을 중요하게 다룰 줄 아는 안목이 싹트기 시작했다. 큰 산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던 준정 시절과 달리 작은 숲을 돌아볼 수 있는 정기자가 되고 있다. 작은 숲을 돌아볼 수 있기에 더 큰 산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내가 그저 감을 잃었다고 하는 편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6주차의 발간까지 해낼 힘을 얻기 위해 조금 더 멋있는 말로 합리화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한다. 성대신문에 오로지 나만의 언어와 생각을 담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그러니 오글거리지만 한 마디만 하고 싶다. 소희야 넌 뭐든 잘 해낼 수 있을거야. 널 믿어.

 

조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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