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혜균 (sgprbs@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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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댄스 챌린지부터 틱톡 뮤지컬까지 깊고 다양해진 대중 참여 음악
음악가가 아닌 대중을 중심으로 한 음악 예술도 많아질 것

 

11년 전 아이유가 부른 추억의 애니메이션 ‘꿈빛파티시엘’ OST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서정 학생을 비롯한 한림예고 학생들이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에 올린 ‘꿈빛파티시엘’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고 나서부터다. 이처럼 오늘날 대중은 음악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새롭게 재창조하고 있다.



#내맘대로 #재미있게 #커버댄스챌린지
최근 SNS에는 ‘커버댄스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다. 커버댄스 챌린지란 15~30초가량의 짧은 노래 파트에 맞춰 춤을 추고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하는 챌린지다.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나 ‘*킬링파트’를 잘라 쉬운 안무와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인기를 끈 후 국내에서도 다양한 댄스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댄스 커버 영상의 참여자가 주로 안무 창작가나 실력 있는 전문가였던 것과 달리, 커버댄스 챌린지는 비교적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아 보다 많은 대중이 참여할 수 있다. 실력을 뽐낸다기보단 재미를 공유하는 놀이의 목적이 더 큰 것도 차이다. 김연수 대중문화평론가는 “MZ세대를 비롯한 대중은 소비나 문화 향유에 있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며 “놀이 문화의 성향이 짙은 커버댄스 챌린지가 유행하는 이유도 그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자의 대부분은 정해진 안무를 따라 하지만 새롭게 안무를 창작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kiki’ 챌린지나 한림예고 학생들이 창작한 ‘꿈빛파티시엘’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kiki’ 챌린지는 미국 코미디언 쉬기가 미국 가수 드레이크의 노래 ‘In My Feelings’의 가사에 맞춘 창작 안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유행했다. ‘꿈빛파티시엘’ 챌린지를 시작한 한림예고 실용무용과 이서정 학생은 “친구들과 노래를 틀어놓고 안무를 만들면서 놀고 있었는데, 문득 이걸로 챌린지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춤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고 전했다.


객석의 헛기침도 음악이 될 수 있나요?
음악 분야에서 대중의 참여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다. 김 평론가는 “당시 문화·예술 전반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면서 예술이 외부와 분리돼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연결돼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음악이 음악가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50년대부터는 대중의 참여와 음악가와 대중 사이의 소통 또한 중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음악 내 대중의 위치는 재정립됐다. 대중은 작품을 수용하는 수동적 존재에서 음악가와 함께 협업하거나 음악 작품의 일부가 돼 직접 참여하는 주체적 존재로 변화했다.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는 대중의 참여를 처음으로 시도하며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52년 그가 선보인 ‘4분 33초’는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 시간인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 음악 작품이다. 그는 헛기침 등 연주 시간에 관객이 유발한 소음을 음악 작품의 일부로 해석하며 음악의 정의에 도전했다.

그의 파격적인 시도를 시작으로 대중 참여 음악은 계속해서 진보해왔다. 이제 대중은 관조자를 넘어 참여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 평론가는 “이러한 경향이 대중문화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작품의 심오한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대중의 경험과 재미를 강조하면서 더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형태의 문화 콘텐츠가 양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속 인물이 돼보세요
뮤지컬 공연계에서도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몰입의 뮤지컬이라는 뜻을 가진 ‘이머시브(Immersive)’ 장르 뮤지컬이다. ‘관객 참여형 뮤지컬’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연에선 관객을 등장인물로서 참여하도록 유도해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며, 관객은 공연 내내 배우와 소통하면서 작품 전개에 참여한다.

2019년 12월 말 공연된 <위대한 개츠비> 또한 관객 참여형 뮤지컬이다. 메인 줄거리가 전개되는 거실과 서브 줄거리가 전개되는 9개의 방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관객은 배우와 함께 9개의 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뮤지컬을 관람한다. 9개의 방에선 각각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관객이 어떤 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줄거리의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다. 이때 관객은 작품 속 주인공의 친구나 지나가는 사람이 돼 배우와 함께 옷을 고르거나 조언을 건네고 음료 잔을 부딪치는 등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대중의 참여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으로
대중의 음악 참여는 연주장이나 극장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대중은 훨씬 다양한 음악 장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상에서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합창단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작곡가 에릭 휘태커가 지휘자로 있는 온라인 합창단 ‘가상합창단(Virtual Choir)’이 바로 그 예시다. 유튜브를 통해서만 활동하는 이 합창단은 2011년부터 시작된 대중 참여 프로젝트다. 작곡가가 유튜브에 자신이 만든 곡을 지휘한 영상과 함께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부분을 부르는 각각의 튜토리얼 영상을 올리면, 대중은 노래를 부른 영상을 메일로 보낸다. 이후 작곡가는 영상들을 합친 뒤 유튜브에 올려 하나의 합창곡을 완성한다. 지난해 7월에 공개한 이 합창단의 6번째 프로젝트 ‘Sing Gently’는 129개국에서 모인 유튜브 이용자들이 참여한 작품이다. 휘태커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어딘가에 속하고자 하는 마음에 있다”고 밝혔다.

대중의 참여가 반드시 음악가의 주도 하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재미로 시작된 대중의 자발적이고 우연한 참여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예술로 탄생하기도 한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많은 사람이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조직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뮤지컬 <라따뚜이>는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예술작품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8월 한 틱톡 사용자가 영화 <라따뚜이>의 주인공 ‘레미’에 대한 노래를 작곡해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후 여러 틱톡 사용자들이 원본 영상에 화음을 쌓고 무대 디자인, 안무 등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하나의 뮤지컬을 완성해가는 챌린지가 시작됐다. 챌린지가 점차 확산하자 브로드웨이 제작사 ‘시뷰(Seaview)’는 틱톡 사용자들의 영상을 기반으로 뮤지컬을 제작해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상영했다.

김 평론가는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고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함에 따라 대중이 음악 활동에 참여하는 사례는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중 참여 예술은 기업이나 음악가가 구심점이 된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틱톡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대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예술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킬링파트=강렬한 인상을 주는 노래의 짧은 소절.
◆포스트모더니즘=서구의 이성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정치·사회·문화 전반적인 운동.
 

'가상합창단(Virtual Choir)'의 6번째 프로젝트 'Sing Gently'ⓒ'Eric Whitacre's Virtual Choir' 유튜브 캡처
'가상합창단(Virtual Choir)'의 6번째 프로젝트 'Sing Gently'
ⓒ'Eric Whitacre's Virtual Choir' 유튜브 캡처
'꿈빛파티시엘' 챌린지.ⓒ'hachi_y_' 틱톡 캡처
'꿈빛파티시엘' 챌린지.
ⓒ'hachi_y_' 틱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