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영 기자 (kimkty0816@skkuw.com)

인터뷰- '이봄' 개발자 안창욱 교수.

작곡 이론을 스스로 공부해 곡의 완성도 높여
음악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 불어올 것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AI 작곡가가 있다. 그는 작곡 기술의 핵심이 되는 *진화연산(Evolutionary Computing)에서 글자를 따와 ‘이봄(EvoM)’이라는 소중한 이름을 갖게 됐다. 현재 이봄은 브이로그에 깔리는 잔잔한 배경음악부터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트로트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AI가 만든 창작물이 음악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는 이봄의 개발자,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안창욱 교수를 만났다. 


이봄의 핵심 기술인 진화연산은 작곡에서 어떻게 쓰이는가.
진화연산은 작곡의 뼈대가 되는 음악 이론들을 일일이 AI에게 입력해 이를 기반으로 가장 최적화된 음표들의 조합을 탐색하는 기술로 활용된다. 실제 음악가들이 곡을 만들기 전 작곡 이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진화연산의 원리가 실제 작곡의 구조와 닮았다고 생각해 핵심 기술로 활용했다. 진화연산을 거친 이봄은 음표들을 자유롭게 조합한 후 스스로 음악 이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평가하며 곡을 계속 수정 및 보완한다. 인간이 만든 음악에 가장 근접한 곡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산을 돌리는 것이다. 딥러닝은 이미 완벽하게 구성된 곡들이 나타내는 수학적 규칙을 찾아 그것을 악보로 뽑아내는 것이라면, 진화연산은 사람들이 배우는 음악 이론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유롭게 멜로디를 펼친다.

이봄이 작업하는 주요 장르는 무엇인가.
대부분 AI 작곡이 그렇듯 초반에는 클래식 위주로 작곡했다. 그 이유는 클래식이 체계적으로 정의돼있는 장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수학적으로 체계가 명확해 AI 알고리즘이 가장 잘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다른 장르를 작곡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트로트 장르의 경우 비교적 정의된 규칙이 부족하지만, 다양한 트로트 음악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음악적 규칙을 찾아낸다. 케이팝과 같은 대중가요는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실제 전문 작곡가에게 자문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 정보를 기반으로 빠르게 변하는 음악 시장에서도 대중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규칙을 찾아 곡을 제작한다.

인간 작곡과 비교했을 때 AI 작곡의 속도와 수준 어떠한가.
실제 한 곡을 작업하는 데 2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AI가 학습할 데이터만 충분히 있다면 어떤 장르든 상관없이 놀라운 속도로 곡을 만들어낸다. 빠른 속도가 강점이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작곡한 힐링 음악이나 배경음악은 대부분 단조로운 선율로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반면 AI 음악은 전체적으로 멜로디가 현란해 장르에 따라 음악적 완성도가 비교적 떨어지게 들릴 수 있다. 결국 작곡의 속도 외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직 AI가 인간에 못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AI가 음악 창작의 영역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대체가 아닌 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메타버스든 개인이 만든 브이로그 영상이든 배경음악은 항상 기본값으로 깔려있다. 이에 반해 음악을 공급하는 인력은 한정적이고, 곡 의뢰에 드는 비용도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다. 음악 콘텐츠 자체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빠르게 곡을 생산하고 가공해내 부족한 공급을 늘릴 수 있다. 또 AI가 작곡한 멜로디에 작사가가 가사를 쓰고, 작곡가가 편곡하기도 하며 악기 연주자가 반주를 곁들이기도 한다. 늘어난 곡 수에 따라서 그 곡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같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AI 음악은 기존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더해져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음악 시장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진화연산=자연의 진화에서 영감을 얻은 유전 알고리즘 기반의 AI 연산법으로 최적화된 전략을 탐색하는 방법.
 

ⓒ안창욱 교수 제공
ⓒ안창욱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