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자연계에는 수많은 신호가 다양한 물리량으로 존재하며, 인간은 압력과 빛의 변화를 가장 중요한 신호로 인지한다. 듣고 보고 말하는 모든 과정은 이 변화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과정이다. 전자기기에서 이 모든 신호는 전자의 축적을 통해 전압신호로 변환된다. 전자공학은 이 전자들을 축적하고 통제하는 소자를 개발하고, 이 소자들을 집적하여 입력된 신호를 원하는 형태의 신호로 재가공한 후 최종적으로는 원거리로 전송하거나 다시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물리량의 형태로 변환하는 제반 과정을 다룬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이후 전자공학의 역사는 더 많은 신호를 좀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소자 개발의 과정이었다. 특히,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모든 신호를 단순한 이진 신호로 변환하여 처리하게 됨에 따라 좀 더 방대한 신호를 통합적으로 저장, 분석, 변환,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개별 물리량의 변화라는 의미가 강한 신호보다 좀 더 추상적이고 복합적 의미를 갖는 정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었다. 지난 수십년간 정보의 저장용량과 처리 및 전송 속도는 반도체 소자의 발전에 맞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으며, 그 결과 인류는 자신의 일상을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물리적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기정보로 변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위적인 전기정보의 조합만으로 현실 세계를 모의해 내는 메타버스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이 메타버스의 종착점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어떤 설문 조사에서 참가자의 과반수 이상이 이 시대가 오면 매트릭스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물론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삶의 고단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나, 아쉽게도 피안으로서 매트릭스의 세계는 현재의 기술로 기약하기 어렵다. 가장 앞선 5 G 통신 기술에서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가 10 대 1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유튜브나 SNS 플랫폼은 정보 전달의 비대칭성이 강하다. 즉 현재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분류가 명확한 반면 메타버스는 참여자들의 대등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입체적 플랫폼이다. 따라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보량과 정보처리 및 전송속도는 현재의 평면적 플랫폼에 비해 또다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반도체 기술은 과거와 같은 지수함수적 집적도 향상 대신 완만한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마저도 종착점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에 준하는 메타버스의 도래는 과거 트랜지스터의 출현에 맞먹는 소자기술의 혁명적 진화를 필요로 한다.

현 기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페토나 로블록스 같은 생활형 참여 게임을 위시하여 새로운 참여형 소셜 플랫폼으로서 제한적 메타버스는 사회 전반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누군가는 이 플랫폼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를 열고, 다시 한번 정보기술 공룡들의 흥망성쇠가 반복될지 모른다. 전자공학의 물리법칙 중 하나는 정보의 고속 전송은 필연적으로 잡음의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리적 현상을 추상적 정보세계에 단순히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에 메타버스에는 더 많은 가짜 뉴스, 반사회적, 비윤리적 정보의 범람과 사생활의 노출이 우려되기도 한다. 따라서, 더욱 폭증할 정보량 속에서 올바른 정보 취득과 활용을 위해서는 주체적 자아의 인식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실존은 현실세계에 있다. 구글은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에서 얻고 있다. 그들은 정보의 독점을 통해 끊임없이 현실 세계에서 재화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현실에서 구매력이 없는 인간은 가상세계에서도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피안으로서 메타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