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코로나 학번으로 입학한 나는 수업을 위해 학교에 오는 날보다 신문사 일을 위해 학교에 오는 날이 더 많았다. 주변에선 내가 입학한 게 아니라 꼭 입사한 것 같다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지만 신문사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이렇게나 바쁘다니! 끝없는 회의와 취재, 기사 작성과 첨삭 과정이 발간이 있는 주마다 반복됐다. 첫 번째 기사가 있던 주에는 며칠 만에 몸무게가 확 줄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 억울함은 점점 안타까움으로 변해갔다. 이렇게나 열심히 썼는데 누군가 읽어줬는지,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을 길이 없었다. 안타까움은 다시 신문사를 향한 애정으로 변해갔나보다. 이젠 버려진 신문지들이 눈에 아프게 밟힌다.

오늘도 인터뷰를 다녀왔다. 글을 쓰고 싶어 신문사에 들어왔지만 의외로 기사는 인터뷰로 시작해 인터뷰로 끝났다. 갑작스레 인터뷰이와의 약속이 취소됐을 땐 새로운 인터뷰이를 찾기 위해 앉은 자리에서 스무 통이 넘는 전화를 돌린 적도 있었다. 3번의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종로 곳곳을 돌아다녔던 하루도 있었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셨던 많은 감사한 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다 떠오른다.

일은 힘들었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 좋았다. 국악인부터 언론인, 수험생 시절 시로 내게 힘을 줬던 시인까지, 학보사 기자가 아니었다면 인생에서 만나보지 못했을 법한 사람들이었다. 인터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오프 더 레코드다. 복기를 위해 인터뷰이와의 모든 대화 내용은 녹음해두지만, 인터뷰이가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할 때면 잠시 녹음을 멈추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인터뷰이의 오프 더 레코드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라는 어떤 시처럼, 인터뷰이가 말해주는 비하인드 씬을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기자가 꿈이냐는 물음은 신문사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진로희망란에 기자를 적어왔다. 뚜렷한 이유나 목표는 없었다. 여전히 내 진로희망란에 어떤 직업을 적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꿈이 생겼다. 학보사 기자로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들려줄 수 있는 이가 되고 싶다. 단 한 명이라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비밀일기 같았던 나의 오프 더 레코드는 여기까지다.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