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인터뷰 -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이동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힘써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이 지금보다 폭넓게 발전하길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다른 호선으로 갈아탄다. 흔한 ‘환승’ 방법이다. 그러나 당신이 휠체어 이용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지 않아 밖으로 나가서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면? 1-1칸에서 내렸는데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환승 통로가 8-3칸에 있다면 어떨까?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든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을 만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협동조합 ‘무의(Muui)’는 어떤 단체인가.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대표적인 콘텐츠로는 2016년에 제작한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가 있다.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는 딸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는 휠체어 이용이 어려운 환승구간이 많은데 이에 대한 안내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역사 밖으로 이동하거나 게이트의 외부 경로를 통해 환승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경로가 자세히 안내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해당 지도를 기획하게 됐다. 2017년 서울디자인재단의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로 선정된 후 초기 디자인을 보완ㆍ수정해 현재의 환승지도가 완성됐다.

무의 활동에 있어 주로 초점을 맞춘 부분은.
무의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보다 대중 친화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장애인이 아닌 교통약자 환승지도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18년에 어르신 여섯 분과 20개의 지하철역을 다니면서 환승지도 제작에 필요한 정보를 모은 적이 있다. 어르신들께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해 만든 시설이었어도 장애인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승강장과 지하철 간의 단차 문제를 해결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유아차를 끄는 부모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할 때 더욱 큰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무의의 다음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
현재는 서울 지하철역 주변에서 휠체어로 이용 가능한 식당과 카페 등 여러 편의시설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단과 함께 작업 중이고, 이번 달부터는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접근 가능성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크라우드 소싱의 형태로 최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똑같은 편의시설도 휠체어의 종류에 따라 접근 가능한지 여부가 달라진다. 수동ㆍ전동 휠체어의 차이는 물론이고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이동하기 전 해당 장소에 대한 사전 조사가 많이 필요한데 특정 지역을 검색했을 때 관련 정보가 한꺼번에 모여 있다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데이터를 접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지도 플랫폼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수집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휠체어 이용자와 사회적으로 연대하기 위함이다. 개인이 아닌 지역공동체가 함께 축적한 정보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회 안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 개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장애인의 이동에 있어 불편한 점은 크게 △사회적 인프라의 미비함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에 대한 안내 부족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 등이다. 가령 도로의 보도블록 파손으로 휠체어 이동이 힘들거나, 장애인 주차구역에 비장애인이 주차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이해당사자들이 매번 나서서 시정을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상적인 차별이나 불편함을 너무 많이 직면하다 보니 체념하는 부분도 있다.

이동권 침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오지 않는 저상버스나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외출을 꺼리게 된다. 장애인 개인은 사회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낄 수 있고 주변 사람들도 물질적ㆍ정서적 부담을 공유하게 된다. 이런 일이 장애 당사자에게 한정된 문제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크라우드 소싱=기업 등의 활동 과정에 소비자나 개인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의 사용 예시.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의 사용 예시. ⓒ무의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