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일러스트 ∣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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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
사회 제도와 시민 인식의 발전이 발맞춰 함께 이뤄져야

이동하다. ‘움직여 옮기다, 또는 움직여 자리를 바꾸다’는 뜻이다.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 이후로 20년이 흘렀다. 매년 누군가는 안전히 움직이기 위해 거리로 나서지만, 버스와 지하철은 그 다음날에도 누군가의 불편함 위에서 똑같이 움직인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년을 맞아, 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살펴봤다.

투쟁부터 입법까지 … 장애인 이동권이 걸어온 길
장애인은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에서 보호하는 교통약자로서 이동권을 보장받는다. 이는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인 동시에 20년에 걸친 투쟁의 결과물이다.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리프트를 이용 중이던 70대 장애인 노부부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해당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발족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됐고 2007년에 연대회의를 계승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출범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도 투쟁하고 있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민아 교수는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장애인 이동권은 당사자들이 오랜 투쟁을 거쳐 이뤄낸 유의미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 얼마나 나아졌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정책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전반을 위해 수립된다. 시내 저상버스는 가장 활성화된 정책 중 하나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전체 시내버스 대비 저상버스의 도입률이 57.8%로 절반을 넘겼다. 또한 버스 외에도 지역별 광역이동지원센터 등을 통해 장애인 콜택시가 별도로 운영된다. 이는 교통약자법에 따라 특별교통수단의 운행을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법적으로 보장한 사례다. 현재 △서울 △경기 △경남 △세종 △제주의 경우 특별교통수단의 법정 요구 대수를 100% 이상 충족했다. 반면 이외의 지역은 아직 보유 대수가 요구 대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리프트 사고로 이동권 투쟁이 본격화된 만큼 지하철 역사의 리프트를 엘리베이터로 대체하는 공사도 진행됐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1역 1동선을 확보한 서울 시내 지하철역은 약 260개에 달한다. 동선이 미확보된 22개 역 중 18개 역에서는 동선 설계 및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엘리베이터의 설치 비중이 크게 높아진 데 비해 휠체어 진입을 위한 역사 내 경사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긴급재난 상황이 발생해 엘리베이터의 운행이 중단될 경우 휠체어 이용자들은 대피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화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안전 보장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이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지하철의 경우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인증제를 도입해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를 높였다. 인증 기준은 지하철이 얼마나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보장하는지다. 2020년 기준 45개 지하철역에서 영상통화 및 수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 확보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또타지하철’ 앱을 통해 △공사 중인 시설 관련 안내 △엘리베이터와 계단 위치 △지하철 환승 정보 등을 제공한다. 현재도 앱에 접속하면 4호선 명동역의 엘리베이터 공사로 인한 이동 불가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의 위치 파악이 원활하지 않거나 민원 신고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

20년간 올라왔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계단
장애인 이동권 정책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법에 근거를 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보편화된 저상버스의 경우 거의 시내버스 노선에 한정돼 있고 시범 운행 중인 고속버스는 4개 노선에 불과하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도 남아 있다.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은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경우 승하차시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화여대 장애인권 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이하 틀찾) 또한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 시 눈치를 주거나 탑승을 거부하는 탑승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함께 살아가는 입장에서 무엇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가로막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아니어도 이동권 침해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를 인도에 주정차하는 경우, 중증 시각장애인은 이를 확인하고 피할 방법이 없다. 또한 시각장애인용 도로 블록이 훼손되거나 제대로 내용을 표시하지 않아 보행 중 피해를 보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는 한 대형마트가 교육을 받는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 논란이 됐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법적으로 그 지위를 보장받지만 안내견의 출입 거부는 지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김 교수는 “관련 법률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라며 “법률이 존재해도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적고 실제로 조치가 취해지는 일은 더 드물다”라고 한계를 짚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은 장애인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됐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수기 출입명부와 QR코드 작성이 보편화돼 건물 출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어 출입 인증을 확인하는 안심콜 서비스가 최근 도입되고 있지만 해당 서비스를 별도로 등록하지 않은 곳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지나 수어 통역사 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이용 대상의 기준은 비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다”라면서도 “모두가 이용해야 하는 시설인 만큼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4호선을 이용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매년 4호선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한다. 올해의 경우 2월 10일에 시위가 진행됐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학우는 “앞차에서 시위가 진행돼 지하철 운영이 지연됐고 결국 택시를 탔다”라며 “이동량이 많은 시간대에 시위를 진행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공식 SNS 계정과 또타지하철 알람을 통해 “현재 4호선에서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로 인해 4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알렸다. 우리 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강은선 직원은 이에 대해 “해당 공지는 시위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책임을 장애인에게 돌려 사회적인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라며 “사회 시스템이 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그런 안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여러 건의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사회적으로도 이동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권리인 만큼 제도를 확충하고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강 직원 역시 “장애인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공동체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라며 “우리의 인식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장애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1역 1동선 확보역=지하철역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이동 가능한 승강기가 설치돼 교통약자가 외부 출구에서 지하철까지 안전하게 이동 가능한 동선이 확보되는 역.

 

ⓒ또타지하철 공지 알림 캡처
ⓒ또타지하철 공지 알림 캡처

 

명동역 엘리베이터 공사에 대한 또타지하철 알람과 혜화역 엘리베이터.사진 ∣ 손재원 기자 magandsloth@
명동역 엘리베이터 공사에 대한 또타지하철 알람과 혜화역 엘리베이터.
사진 ∣ 손재원 기자 magandsl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