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준우 기자 (jun@skkuw.com)

먹거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공유냉장고
음식뿐만 아니라 생필품 기부도 가능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나눔과 기부의 현장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우리 학교 인근 율전초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냉장고가 있다. 누구나 음식물을 넣고 가져갈 수 있는 조금 특별한 ‘수원시 공유냉장고 26호점(이하 공유냉장고 26호점)’을 방문해 그 모습을 담아봤다.


공유냉장고, 넌 누구니
올해 65세인 안 씨는 공유냉장고 26호점의 단골손님이다. 주로 반찬을 나눔 받는 안 씨는 “공유냉장고 26호점 속의 반찬이 날마다 바뀌는 게 도움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소소한 것이라도 찾아서 기부한다”라며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78세인 곽순자 씨 또한 “평소 집에서 담근 젓갈이나 된장을 기부하곤 한다”라며 “참 고마운 냉장고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기부로 채워지는 공유냉장고 26호점은 수원시의 공유냉장고 사업의 일환이다. 수원시의 공유냉장고 사업은 2017년 겨울 ‘수원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을 계기로 기획됐으며 현재 수원시에는 29개의 공유냉장고가 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 노슬아 대리는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 1호점을 처음 연 이후 현재 30여 개의 공유냉장고가 생겼다”라고 밝혔다. 특히 공유냉장고 26호점 김미진 관리자는 “다른 지역엔 있던 공유냉장고가 율전동엔 없어 지속해서 설치 요청을 했었다”라며 공유냉장고 26호점 설립 배경을 말했다.

직접 이용해본 공유냉장고
지난 8일 기자는 장영은(화학 20) 학우와 기부 물품을 챙겨 공유냉장고 26호점으로 향했다. 공유냉장고 26호점은 이미 각종 기부 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유냉장고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그 안에는 새 수세미나 마스크와 같은 생필품도 들어있었다.

공유냉장고 26호점에 기부 물품을 넣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검수를 거쳐야 한다. 기부 물품의 검수 및 관리, 이용 방법 홍보 등을 총괄하는 관리자는 지역 봉사단체인 율전동 지킴이 봉사단에서 담당한다. 준비해온 음료수와 간편 조리 식품에 대한 검수를 마치고 공유냉장고 26호점의 한 켠을 채울 수 있었다. 김 관리자는 “식품의 경우 유통기간이 3일 이상 남은 음식만 받고 있다”라며 “식품 외의 생필품도 검수를 통해 나눔 품목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공유냉장고 26호점에서 기부 물품을 가져갈 때는 한 사람당 하나의 물품만 가지고 갈 수 있다. 기자와 장 학우도 공유냉장고 26호점에서 커피를 꺼내 마셨다. 김 관리자는 “단지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기 위해서만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냉장고임을 명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유냉장고 26호점 이용을 마친 장 학우는 “학교 주변에 1인 가구가 많은데 공유냉장고 26호점이 더 알려진다면 학우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 같다”라고 나눔의 소감을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냉장고, 공유냉장고를 부탁해
공유냉장고 26호점은 나눔의 매개체를 넘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네 사랑방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공유냉장고 26호점 주변에서 주민들이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자연스레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공유냉장고 26호점 옆에는 작은 상담소가 마련돼있다. 이에 대해 김 관리자는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기 꺼리시는 분들이 편하게 오셔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담하곤 한다”라고 전했다.

공유냉장고 26호점은 저만의 특색을 살리며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일례로 종종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냉장고가 가득 차 처리가 힘든 음식을 빠르게 나눔하는 ‘번개 공유냉장고’가 열리기도 한다. 한편,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이용 시간은 평일 3시에서 5시로 제한돼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공유냉장고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노 대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무료급식이 운영되지 않아 먹거리 취약층이 힘들어졌다”라며 “그로 인해 공유냉장고의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관리자는 학우들에게 “직접 방문해 올바른 공유문화를 배우면서 누릴 수 있길 바란다”라며 “자원봉사 또는 복지 관련 상담도 진행 중이니 부담 없이 방문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유냉장고를 이용하는 모습.
실제로 공유냉장고를 이용하는 모습.

 

물건이 꽉 차 있는 수원시 공유냉장고 26점. 사진 김준우 기자
물건이 꽉 차 있는 수원시 공유냉장고 26점.
사진|김준우 기자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