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ㆍ이현정 (webmaster@skkuw.com)

 

반촌돋보기 - 따뜻한 나눔이 있는 곳, 푸드마켓과 공유냉장고

다양한 식품과 생필품, 언제든 기부 가능해
“푸드마켓에서 기부의 첫걸음 내딛길”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여기 무료로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는 가게가 있다. 쌀, 라면, 통조림부터 싱싱한 제철 과일과 각종 생필품까지. 이른바 가격표 없는 가게, ‘푸드마켓’이다. 돈 대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종로구 푸드뱅크마켓센터 가회점(이하 푸드마켓 가회점)에 이 기자와 김재언(글경영 20) 학우가, 수원시 해누리푸드마켓(이하 해누리푸드마켓)에는 오 기자가 방문해봤다.

어서 오세요 푸드마켓입니다
푸드마켓 가회점에 들어서자 쌀, 밀가루, 고추장 등 약 150여 종의 물품이 이 기자와 김 학우를 반겼다. 해누리푸드마켓도 즉석밥부터 라면까지 다양한 식품으로 가득했다. 필요한 물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어르신도 만나 뵐 수 있었다. 푸드마켓 가회점의 김효진 대리는 “저소득가정 등의 이용자라면 매달 푸드마켓에 방문해 필요한 물품 5개를 선택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푸드마켓 가회점과 해누리푸드마켓처럼 이용자가 직접 물품을 선택하는 형식의 푸드마켓은 2003년 서울에서 시작됐다. 푸드마켓은 *푸드뱅크에서 배분받은 물품과 푸드마켓에 직접 기부된 물품으로 채워진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푸드마켓은 지점마다 이용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이용자 중심 운영이라는 공통된 의의를 가지고 있다. 해누리푸드마켓 조성우 팀장은 “마트처럼 운영되는 푸드마켓은 나눔의 공간으로서 이용자의 선택권을 크게 강화하는 방식이다”라고 전했다.

이름은 ‘푸드’마켓이지만 다양한 생필품까지
푸드마켓 가회점 내부에는 식품 외에도 △마스크 △손 세정제 △여성용품 △치약 등 다양한 기부 물품이 진열돼 있다. 해누리푸드마켓에도 모자와 어린이 퍼즐 매트 등의 다양한 물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 팀장은 “식비 절감이라는 푸드마켓의 1차 목표가 달성되면서 물품 수요가 식품에서 생필품으로 확장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종로구 푸드마켓 한쪽에는 전신 거울과 함께 진열된 △셔츠 △신발 △재킷 등도 눈에 띄었다. 김 대리는 “동대문신발상가연합회에서 새 상품을 기부해주신다”라며 “이처럼 식품 이외에도 다양한 물품을 기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선한 과일로 채워진 과일 냉장고는 푸드마켓 가회점의 특징이다. 냉장고는 △배 △사과 △포도 등 신선한 제철 과일로 채워진다. 김 대리는 “매주 다양한 제철 과일을 우양재단에서 지원받고 있다”라며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 과일을 지원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 손으로 채우는 푸드마켓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자란다’는 푸드마켓 가회점 책자의 말에 힘입어 이 기자와 김 학우도 기부에 동참했다. 이 기자는 요리하고 남은 가지 2개를, 김 학우는 대량 구매한 통조림 햄과 즉석 카레를 푸드마켓 가회점으로 가져갔다. 우선 전달된 통조림 햄과 즉석 카레는 유통기한과 포장 상태 검수를 거쳤다. 특히 통조림 햄의 경우 캔의 손상 여부를 꼼꼼히 확인받았다. 가지는 외부 상처 여부와 신선도 등을 검수받았다. 이렇게 검수 과정을 마친 가지, 통조림 햄과 즉석 카레는 명부에 기재된 후 진열대에 놓였다. 김 대리는 “냉동식품처럼 추가적인 미생물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서울광역푸드뱅크에 의뢰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부를 마친 김 학우는 “기부 절차가 간단해서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었다”라며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기부의 뿌듯함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김 대리는 “이처럼 적은 수량이라도 언제든 개인 기부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푸드마켓에 물품을 기부하려면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있어야 하며, 포장상태 등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기부를 원한다면 직접 푸드마켓으로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를 할 수 있다. 조 팀장은 “전화 상담을 진행한 후 푸드마켓에서 물품을 수령하러 가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발 더 나아가, 봉사활동까지
기부할 물품이 없어도 봉사활동을 통해 푸드마켓의 나눔에 동참할 수 있다. 푸드마켓 가회점과 해누리푸드마켓에는 매달 약 10~25명의 봉사자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푸드마켓에서는 기부 물품 수령, 전화 안내 등의 방문 봉사활동 외에도 △기부 활동 자료 정리 △우편물 발송 △홍보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자를 모집한다. 조 팀장은 “1365 자원봉사포털이나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VMS)를 통해 봉사활동을 신청할 수 있으며 봉사 시간도 인정된다”라고 전했다.

푸드마켓의 변신은 무죄
푸드마켓은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해누리푸드마켓은 만족도 조사를 통해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대리인 신청 사업을 도입했다. 조 팀장은 “만족도 조사 결과 학교 혹은 직장으로 인해 기존 운영 시간 내 방문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했다”라며 “이를 고려해 매월 2회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대리인이 대신 방문하실 수 있도록 개선했다”라고 전했다. 푸드마켓 가회점은 온라인 모금사업인 ‘같이가치 with 카카오’를 통해 나눔을 확장했다. 김 대리는 “약 5000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모금사업을 통해 전자레인지 55개와 프라이팬 128개를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에는 종로구 2개를 포함해 30여 개의 푸드마켓 지점이 있지만 수원시는 팔달구에 위치한 해누리푸드마켓이 유일하다. 이에 조 팀장은 “푸드마켓은 신고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운영을 원하는 주체가 없으면 지점을 늘릴 수 없다”라고 전했다.

조 팀장은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기탁자는 그대로”라며 “푸드마켓의 의의를 널리 알려 기탁자를 늘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대리는 “기부가 어려워 고민된다면 기부의 문이 활짝 열린 푸드마켓에서 기부의 첫걸음을 내디뎌 달라”라며 “이용자가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든든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푸드뱅크=기업 및 개인으로부터 식품과 생필품을 기부 받아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물적 나눔 제도이자 단체.

 

푸드마켓 가회점 입구 배너.
푸드마켓 가회점 입구 배너.
해누리푸드마켓 간판.
해누리푸드마켓 간판.
푸드마켓 가회점에서 기부하는 모습.
푸드마켓 가회점에서 기부하는 모습.
푸드마켓 가회점 내부에 진열된 신발.
푸드마켓 가회점 내부에 진열된 신발.
해누리푸드마켓 내부.사진|김가현ㆍ이현정 기자 dreamer7@
해누리푸드마켓 내부.사진|김가현ㆍ이현정 기자 dreamer7@